'리베라 만장일치' HOF 투표인단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1.26 06:23 / 조회 : 17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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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노 리베라.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역사상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50)가 사상 최초로 만장일치 득표를 얻으며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HOF·Hall Of Fame)에 입성했다. 역사상 처음 나온 100% 득표가 화제가 됐다.


지난 23일 발표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2019년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 리베라는 투표인단 425명 전원에게 빠짐없이 표를 받아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있는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게 됐다. BBWAA 명예의 전당 후보 투표에서 100% 득표가 나온 건 투표가 시작된 지 8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BBWAA 투표에서는 득표율 75%가 넘으면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을 부여하는데 이번 투표에선 리베라(100%)와 함께 투수 로이 할리데이(85.4%)와 마이크 무시나(76.7%), 지명 타자 에드가 마르티네스(85.4%)까지 4명이 새로 명예의 전당 멤버로 선출되는 영예를 안았다.

100%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리베라가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리베라는 메이저리그에서 19년을 뛰며 이 중 17년을 양키스의 클로저로 활약했다. 13회 올스타로 뽑혔으며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5개나 갖고 있다. 생애 통산 652세이브로 메이저리그 통산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리베라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100% 예상됐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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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무시나. /AFPBBNews=뉴스1
하지만 100% 득표율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80년이 넘는 투표 역사에서 확실히 100%의 표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설적인 선수들도 몇 명의 투표인단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보이콧’으로 100% 득표에 실패해왔던 ‘역사’ 때문이다.


그런 선수들 가운데는 메이저리그 홈런왕이었던 행크 애런(97.8%), 메이저리그의 영원한 전설 베이브 루스(95.1%), 윌리 메이스(94.7%)와 테드 윌리엄스(93.4%) 등도 포함됐다. 탈삼진왕 놀란 라이언(98.8%), 메이저리그의 철인 칼 립켄 주니어(98.5%), 전설의 타격왕 타이 콥(98.2%) 등도 100% 득표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들이 투표대상이 됐을 당시의 투표권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들에게 표를 주지 않아 만장일치 입성을 막았는지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동안 이 이유에 대한 다양한 추리가 계속돼 왔는데 가장 공통적인 의견 중 하나는 투표인단들이 명예의 전당 입성 과정에서 100% 표를 얻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투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즉 아무리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해도 100% 득표를 막기 위해 일부 투표권자들이 고의적으로 이들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는 설이다. 리베라 이전까지 가장 높은 득표율(99.3%) 기록 보유자였던 켄 그리피 주니어는 지난 2016년 투표에서 440명의 투표인단 중 단 3명으로부터 표를 받지 못해 100% 득표에 실패했다.

사실 리베라가 역대 최고의 클로저이자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가 누구나 인정하는 만장일치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리베라가 루스와 애런, 그리피와 립켄, 라이언 등 메이저리그 전설들도 오르지 못한 100% 득표 고지에 유일무이하게 올라선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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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마르티네스. /AFPBBNews=뉴스1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답은 리베라의 자격이 아니라 명예의 전당에 대한 투표인단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거의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명예의 전당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따졌고 특히 100% 득표가 가능할 것 같은 선수에게는 사실상 고의적으로 표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100% 득표를 막았던 투표인단들의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표인단들도 세대교체를 통해 계속 젊어지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장일치를 거부했던 투표인단들의 마인드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빠르다. 지난 8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던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 단지 만장일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뿐 아니라 한 선수의 커리어를 보는 평가의 기준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올해 리베라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성 자격을 얻은 무시나와 마르티네스다. 무시나는 지난 2014년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을 얻었을 때 단 20.3%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마르티네스의 경우는 2010년 첫 투표에서 36.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무시나는 5년 만에 득표율이 56%p나 점프했고 마르티네스도 9년 만에 거의 50%p 이상 득표율이 상승했다. 예전이었다면 전 투표에서 30% 이하 득표율을 기록한 선수가 결국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이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리베라가 83년 명예의 전당 투표 역사에서 사상 최초로 100%를 얻은 선수가 됐지만 두 번째 100% 득표선수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첫 시험대가 될 선수는 내년 처음으로 투표 후보명단에 오르는 데릭 지터다. 리베라의 팀 메이트로 그와 함께 5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으로 활약한 지터가 후보 첫 해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과연 그가 리베라에 이어 2년 연속 100% 득표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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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본즈. /AFPBBNews=뉴스1
또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 등 스테로이드 시대에 전설적인 기록을 쌓았던 선수들이 과연 남은 기간 동안 변화하는 투표인단들의 의식으로 인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클레멘스는 올해 253표를 얻어 득표율 59.5%, 본즈는 251표로 59.1%를 기록했다.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3년뿐이다. 그 안에 득표율을 15%p 이상 끌어올리지 못하면 투표 후보 명단에서 탈락하게 된다. 과연 투표인단의 의식변화가 약물사용 선수들에 대한 평가까지도 바꿔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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