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노 리베라. /AFPBBNews=뉴스1 |
지난 23일 발표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2019년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 리베라는 투표인단 425명 전원에게 빠짐없이 표를 받아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있는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게 됐다. BBWAA 명예의 전당 후보 투표에서 100% 득표가 나온 건 투표가 시작된 지 8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BBWAA 투표에서는 득표율 75%가 넘으면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을 부여하는데 이번 투표에선 리베라(100%)와 함께 투수 로이 할리데이(85.4%)와 마이크 무시나(76.7%), 지명 타자 에드가 마르티네스(85.4%)까지 4명이 새로 명예의 전당 멤버로 선출되는 영예를 안았다.
100%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리베라가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리베라는 메이저리그에서 19년을 뛰며 이 중 17년을 양키스의 클로저로 활약했다. 13회 올스타로 뽑혔으며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5개나 갖고 있다. 생애 통산 652세이브로 메이저리그 통산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리베라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100% 예상됐던 일이었다.
마이크 무시나. /AFPBBNews=뉴스1 |
그런 선수들 가운데는 메이저리그 홈런왕이었던 행크 애런(97.8%), 메이저리그의 영원한 전설 베이브 루스(95.1%), 윌리 메이스(94.7%)와 테드 윌리엄스(93.4%) 등도 포함됐다. 탈삼진왕 놀란 라이언(98.8%), 메이저리그의 철인 칼 립켄 주니어(98.5%), 전설의 타격왕 타이 콥(98.2%) 등도 100% 득표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들이 투표대상이 됐을 당시의 투표권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들에게 표를 주지 않아 만장일치 입성을 막았는지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동안 이 이유에 대한 다양한 추리가 계속돼 왔는데 가장 공통적인 의견 중 하나는 투표인단들이 명예의 전당 입성 과정에서 100% 표를 얻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투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즉 아무리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해도 100% 득표를 막기 위해 일부 투표권자들이 고의적으로 이들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는 설이다. 리베라 이전까지 가장 높은 득표율(99.3%) 기록 보유자였던 켄 그리피 주니어는 지난 2016년 투표에서 440명의 투표인단 중 단 3명으로부터 표를 받지 못해 100% 득표에 실패했다.
사실 리베라가 역대 최고의 클로저이자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가 누구나 인정하는 만장일치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리베라가 루스와 애런, 그리피와 립켄, 라이언 등 메이저리그 전설들도 오르지 못한 100% 득표 고지에 유일무이하게 올라선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궁금하다.
에드가 마르티네스. /AFPBBNews=뉴스1 |
투표인단들도 세대교체를 통해 계속 젊어지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장일치를 거부했던 투표인단들의 마인드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빠르다. 지난 8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던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 단지 만장일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뿐 아니라 한 선수의 커리어를 보는 평가의 기준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올해 리베라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성 자격을 얻은 무시나와 마르티네스다. 무시나는 지난 2014년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을 얻었을 때 단 20.3%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마르티네스의 경우는 2010년 첫 투표에서 36.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무시나는 5년 만에 득표율이 56%p나 점프했고 마르티네스도 9년 만에 거의 50%p 이상 득표율이 상승했다. 예전이었다면 전 투표에서 30% 이하 득표율을 기록한 선수가 결국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이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리베라가 83년 명예의 전당 투표 역사에서 사상 최초로 100%를 얻은 선수가 됐지만 두 번째 100% 득표선수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첫 시험대가 될 선수는 내년 처음으로 투표 후보명단에 오르는 데릭 지터다. 리베라의 팀 메이트로 그와 함께 5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으로 활약한 지터가 후보 첫 해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과연 그가 리베라에 이어 2년 연속 100% 득표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배리 본즈. /AFPBBNews=뉴스1 |
클레멘스는 올해 253표를 얻어 득표율 59.5%, 본즈는 251표로 59.1%를 기록했다.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3년뿐이다. 그 안에 득표율을 15%p 이상 끌어올리지 못하면 투표 후보 명단에서 탈락하게 된다. 과연 투표인단의 의식변화가 약물사용 선수들에 대한 평가까지도 바꿔놓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