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보다 트레이드' 똑똑해진 구단들, 속타는 선수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1.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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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하퍼(왼쪽)-매니 마차도.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MLB)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2년째 꽁꽁 얼어붙었다.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의 투수와 포수 소집일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금 MLB 스토브리그의 ‘스토브’는 열기는커녕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고 냉랭할 뿐이다.

이번 오프시즌에 FA 자격을 얻은 메이저리거의 수는 모두 217명이다. 이 가운데 13일(현지시간)까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40%도 안 되는 82명뿐이다. 그나마 절대 다수인 73명은 1년 또는 2년짜리 단기 계약을 받았다. 3년 이상 계약을 얻은 선수는 한 자리 숫자(9명)라는 이야기다. 217명의 FA 가운데 3년 이상 다년 계약을 받은 선수가 단 9명이라는 것은 정말 쉽게 믿기지 않는 수치다.


심지어는 수년 전부터 이번 오프시즌이 역대 최고의 FA 클래스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낸 핵심 멤버들인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 두 명의 슈퍼스타도 아직 FA 시장에서 새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고의 FA 대박 계약 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됐던 이들이 아직까지 계약 파트너를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나마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단도 한두 개뿐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들에 대해선 계속 소문이 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설’들일 뿐이다.

물론 이들은 궁극적으로 역대급 계약을 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나마 이들에겐 소문이라도 꾸준하게 돌고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 FA들은 그런 소문에서조차 이름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완전히 별 볼 일 없는 선수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201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달라스 카이클과 한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혔던 A.J. 폴록,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의 클로저 크레이그 킴브럴 등은 당장 올해도 올스타급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아직까지 계약도 못했을 뿐 아니라 별다른 소문도 없다.


물론 그래도 이들 정도의 선수들이라면 역시 좀 늦더라도 궁극적으론 상당한 수준급 계약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보다 한 등급 아래 FA들로 내려가면 현재 추세로 볼 때 스프링 캠프가 열린 뒤에도 계약할 팀을 찾을 가능성을 장담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FA 시장의 한파가 올해에도 전혀 달라진 것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FA 계약이 사라졌다고 해서 구단들이 선수 영입이나 전력보강 작업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방법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구단들은 어떻게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까.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대부분의 구단들은 FA가 아니라 트레이드 시장을 통해 필요한 전력을 충원하고 있다.

그리고 트레이드 시장에서 현금 역할을 하는 것은 유망주들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종료 후 지금까지 트레이드 38건이 성사됐는데 약 4분의 3에 해당하는 29건의 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빅리거를 데려오면서 대가로 유망주들을 내준 형태였다. 구단들이 FA 시장에 나가 필요한 선수를 돈을 주고 사오는 대신 트레이드 시장에 가서 유망주들을 주고 사오는 형태로 바뀐 셈이다.

이런 형태의 트레이드는 전부터 있었고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주목할 사실은 그 빈도가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오프시즌엔 1월 중순까지 이런 트레이드가 19건, 2016~2017 오프시즌엔 15건이 있었다. 올해는 29건으로 2년 전보다 2배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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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다저스로 컴백한 러셀 마틴. 사진은 2009년 다저스 시절 모습. /AFPBBNews=뉴스1
최근 다저스는 FA로 떠나간 야스마니 그란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중간 레벨 유망주 2명을 내주고 이제는 사실상 파트타임 선수가 된 러셀 마틴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올해 마틴의 연봉 2000만달러 가운데 360만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의 거래였다. 토론토로선 360만달러를 절약하면서 유망주 2명을 얻은 것이었고 다저스로선 아직도 충분히 쓸 만한 선수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품은 것이다.

물론 다저스가 FA 시장에 나간다면 충분히 마틴급의 포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우 유망주들을 내줄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FA 대신 트레이드 시장에서 전력 보강을 선택했다. 유망주들을 내주더라도 FA 시장에 나가는 것보다는 대가가 저렴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그런 판단을 하는 팀들이 다저스 뿐이 아니다.

뉴욕 메츠는 벤치 보강을 위해 키언 브록스턴과 J.D. 데이비스를 영입하면서 유망주 6명을 내줬고 신시내티 레즈는 선발투수 태너 로아크와 알렉스 우드를 이런 방법으로 영입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FA 시장에 차고 넘치는 20여 명의 포수들과 계약을 마다하고 트레이드 시장에서 유망주를 내주고 얀 곰스를 확보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선발투수 이반 노바와 1루수 욘더 알론소를 같은 방식으로 얻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2루수를 얻기 위해 삼각 트레이드로 유망주 2명과 인터내셔널 보너스 풀 머니, 그리고 드래프트 지명권을 내주고 유릭슨 프로파르를 잡았다.

이런 트레이드들은 모두 FA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전력보강이었는데 구단들이 FA를 외면한 것이다. 유망주 트레이드는 차후 부메랑 효과로 돌아올 위험성이 있음에도 그 쪽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도 확실하게 달라진 MLB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MLB 구단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똑똑’해졌다는 사실이다. 아이비리그 출신 수재들이 각 구단의 수뇌부에 대거 자리 잡으면서 과거처럼 선수들이 예전의 성적을 앞세워 엄청난 계약을 얻는 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그 선수가 앞으로 미래에 어떤 성적을 올릴까를 면밀히 분석해 그 기준으로 계약을 주겠다는 추세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때로는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적절한 계약을 얻지 못하는 선수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 시작 직후 원 소속팀에서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7명 가운데 오퍼를 수용한 류현진(LA 다저스)을 제외하고 FA 시장에서 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단 2명뿐이다. 그 가운데 선발투수 패트릭 코빈이 워싱턴 내셔널스로부터 6년간 1억4000만달러를 얻어낸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박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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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마니 그란달. /AFPBBNews=뉴스1
또 다른 계약은 그란달이 밀워키 브루어스와 1년간 1825만달러에 계약한 것인데 이는 그란달이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 1790만달러를 받은 것보다 겨우 35만달러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소한 5000만~6000만달러급 대박 계약을 꿈꿨던 것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했던 체면을 생각하면 선뜻 내키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그란달이 이런 계약을 받아들인 것은 시간이 지체될수록 그 정도 오퍼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연 이번 FA 시장의 한파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분명한 사실은 이런 FA 대박 계약 실종이 구단들이 돈이 없어 일어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전체적으로 수입은 역대 최고 기록인 100억달러가 넘었다는 보도가 나온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돈은 역대 최고로 벌고 있는 구단들이 정작 FA 시장에선 돈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메이저리그의 노사협약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현 협약이 만료되면 또 한 차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대박을 꿈꾸며 FA로 나섰다가 3월 중순이 돼서야 간신히 자신의 기대보다 훨씬 못 미치는 계약에 만족해야 했던 제이크 아리에타는 지난 주말 트위터를 통해 “1~3년차 선수들은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지켜봐라. 다음은 너희들 차례”라고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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