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충돌' 그 후... 아데토쿤보, 하든과 격차 3배로 벌렸다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1.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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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하든(왼쪽)-야니스 아데토쿤보. /AFPBBNews=뉴스1
지난 10일(한국시간) 휴스턴 도요타센터에서 펼쳐진 밀워키 벅스와 휴스턴 로키츠의 대결은 둥부와 서부 강호들이 충돌했을 뿐 아니라 이번 시즌 리그 MVP 유력 후보 1, 2위의 대결로도 큰 관심을 모은 빅게임이었다.

무섭게 떠오르는 최강 MVP 후보인 밀워키의 ‘그리스 괴물(The Greek Freak)' 야니스 아데토쿤보(24)와 지난 시즌 리그 MVP인 휴스턴의 ‘턱수염(The Beard)' 제임스 하든(29)은 말 그대로 거인들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명불허전 명승부를 펼쳐 NBA 팬들을 열광시켰다.


두 선수는 경기 내내 "과연 MVP"라는 탄성을 자아낼 만한 명장면들을 계속 만들어냈다. 특히 경기 도중 아데토쿤보의 벼락같은 스윙패스를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하든이 코트바닥에 쓰러지는 장면까지 나와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 밀워키는 ‘미스터 인사이드’ 아데토쿤보의 27득점-21리바운드의 몬스터 활약을 앞세워 ‘미스터 아웃사이드’ 하든이 42득점을 폭발시킨 휴스턴을 116-109로 뿌리치고 시즌 29승11패를 기록, 승률 기준으로 동부 콘퍼런스 1위로 올라섰다. 승차에서는 아직 토론토 랩터스(31승12패)가 밀워키에 반 게임 앞서 있으나 승률에선 밀워키가 추월에 성공했다.

반면 지난 달 초까지 11승14패의 부진한 스타트를 끊었다가 이후 11승1패의 맹렬한 스퍼트로 상승을 시작한 휴스턴(23승17패)은 최근 3경기에서 2패째를 당하며 주춤했다. 하든은 이날 42득점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맹활약으로 분전했으나 아데토쿤보를 앞세운 밀워키의 높이를 넘지 못했다.


하든은 이날까지 최근 8경기 중 6경기에서 40득점을 넘어섰고 특히 14경기 연속으로 30득점을 넘어 지난 2003년 트레이시 맥그레디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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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스 아데토쿤보. /AFPBBNews=뉴스1
이 승리와 함께 아데토쿤보는 리그 MVP 레이스에서 확실한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이미 이 경기 전에도 아데토쿤보는 MVP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갔으나 적지에서 펼쳐진 최대 라이벌과의 정면 대결에서 승리한 것은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당장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에겐 “MVP 유력 후보가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아데토쿤보는 “내가 관심 있는 건 이기는 것뿐”이라면서 “팀을 위해 코트에서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승리하면 다른 모든 것들(MVP 수상 포함)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모범 답안’을 내놨다.

시종 팽팽했던 이날 경기에서 승부의 흐름은 3쿼터 중반부터 4쿼터 초반까지 갑자기 하든을 비롯한 휴스턴의 외곽슈터들이 슬럼프에 빠지면서 밀워키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3쿼터 4분30초를 남기고 81-73으로 앞서가던 휴스턴은 이후 연속 9개의 슈팅을 미스하고 수차례 턴오버와 오펜시브 파울로 공격권을 넘겨주면서 4쿼터 10분여를 남긴 시점에선 83-98로 스코어가 뒤집힌 것을 발견했다. 약 7분에 걸친 밀워키의 25-2 스퍼트였다.

이후 밀워키는 종료 5분여를 남길 때까지 약 13점 차 리드를 지켰으나 이번엔 휴스턴의 스퍼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든의 연속 3점포를 포함해 8-0 스퍼트로 추격을 시작했고 결국 2분37초를 남기고 하든의 레이업으로 106-109, 3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후 하든의 외곽포 4개가 잇달아 불발됐고 아데토쿤보의 팁샷이 들어가면서 승부가 결정됐다.

이날 경기에서 밀워키는 골밑 득점에서 휴스턴을 70-24라는 일방적인 격차로 압도했다. 아데토쿤보와 브룩 로페스 ‘트윈타워’가 버틴 밀워키를 상대로 휴스턴 센터 클린트 카펠로는 18득점과 13리바운드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16개의 야투 중 12개를 미스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체 리바운드 수는 49-46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높이의 차이는 누구의 눈에도 분명했다. 휴스턴의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그들은 림 근처에서 위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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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하든. /AFPBBNews=뉴스1
경기 후 베스켓볼 레퍼런스 사이트의 MVP 트랙커는 아데토쿤보의 MVP 수상 확률을 40.7%로 평가했는데 이는 경기 전 38%대에서 2% 이상 올라간 것이었다. 반면 경기 전까지 15%대로 2위를 지켰던 하든의 수상 확률은 12.5%로 뚝 떨어져 앤서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12.7%)에게 추월당하며 3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1위 아데토쿤보와 2위 데이비스의 확률은 3배가 넘는 격차로 벌어졌다. 이 정도면 ‘그리스 괴물’이 MVP를 향해 단독 질주를 시작했다고 봐도 될 수준이다. 더구나 밀워키가 현재의 페이스를 앞세워 끝까지 리그 선두권을 지킨다면 아데토쿤보의 독주에 경쟁자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시즌이 절반 이상 남은 시점에서 MVP를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 하지만 해가 다르게 쭉쭉 뻗어 나가고 있는 아데토쿤보의 모습은 이미 과연 어디가 한계일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아직까지 그를 독보적인 넘버 1으로 꼽기는 힘들지만 조만간 그렇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 비록 이날은 패자가 됐지만 하든도 아데토쿤보와의 불꽃 대결에서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당 33.9득점으로 리그 득점 순위에서 2위 데이비스(28.9득점)에게 평균 5점이라는 큰 차이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하든은 현재 부상 중인 크리스 폴과 에릭 고든이 돌아와 휴스턴이 본격적으로 스퍼트를 시작하면 시즌 막판 MVP 레이스를 흔들어 놓을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날도 현란한 드리블로 소위 ‘앵클 브레이커’의 모습을 두 차례 선보이고 유로스탭을 앞세운 기막힌 드라이브 돌파로 탄성도 자아냈다. 일단 아데토쿤보가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보이는 MVP 레이스이지만 하든이 결코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베스켓볼 레퍼런스 시즌 MVP 수상 확률

1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40.7%

2 앤서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12.7%

3 제임스 하든(휴스턴) 12.5%

4 카와이 레너드(토론토) 7.8%

5 케빈 듀랜트(골든스테이트) 6.1%

6 니콜라 요키치(덴버) 5.6%

7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4.5%

8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3.7%

9 폴 조지(오클라호마 시티) 3.2%

10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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