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 결장 장기화' 월튼 감독이 볼·잉그럼 호통친 이유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1.08 17:11 / 조회 : 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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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제임스. /AFPBBNews=뉴스1
르브론 제임스(35·LA 레이커스)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크리스마스 경기 도중 사타구니 근육이 늘어나는 부상을 당한 제임스는 부상 직후 MRI 촬영 결과 큰 부상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사타구니 근육 부상이 흔히 그렇듯 좀처럼 쉽게 부상을 털어내고 못하고 있다.

8일(한국시간) 벌어진 댈러스 매버릭스와 경기까지 7경기 연속 결장했고 10일 디트로이트전도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레이커스 팬들은 일단 오는 12일 유타 재즈 원정경기에서 그를 볼 수 있길 희망하고 있으나 최소한 14일 벌어지는 친정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홈경기까지 복귀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14일 복귀도 사실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가 떠나 있는 동안 레이커스는 수직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임스 없는 첫 6경기에서 5패를 당하며 21승19패를 기록, 서부콘퍼런스에서 플레이오프 막차를 타는 8위까지 밀려났다. 피닉스 선스를 제외하면 그 어느 팀도 만만치 않은 서부에서 14위인 뉴올리언스 펠리컨스(18승22패)와도 불과 3게임 차다. 제임스가 돌아올 때쯤엔 레이커스가 플레이오프 진출권 밖으로 밀려나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게다가 경기 내용도 나빠지고 있다. 첫 4경기까지는 지더라도 비교적 팽팽한 승부를 펼쳤으나 최근 두 경기에선 시즌 승률이 2할대인 동부지구 하위팀 뉴욕 닉스에 안방에서 무너진 데 이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는 시종 무기력한 경기 끝에 22점 차 완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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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조 볼. /AFPBBNews=뉴스1
미네소타전이 끝난 뒤 루크 월튼 레이커스 감독은 론조 볼(22)과 브랜든 잉그럼(22)을 불러들여 “이 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열정과 투지를 갖고 뛰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2016년과 2017년 드래프트에서 연속으로 전체 2번으로 지명했던 이 두 젊은 선수들이 제임스가 빠진 이 시간에 부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었다.

사실 어떤 팀이라도 제임스 같은 절대적 존재가 라인업에서 이탈하면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레이커스처럼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라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레이커스 입장에서 설상가상인 것은 또 다른 베테랑인 포인트가드 라잔 론도마저 제임스와 같은 경기에서 입은 손가락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팀의 핵심인 제임스에 이어 베테랑 리더까지 잃은 레이커스는 구심점 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레이커스의 슬럼프는 제임스의 결장이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에 당장 패닉 버튼을 누를 필요는 없다. 예상보다 길어지긴 했지만 그가 조만간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가 없는 동안에 잉그럼과 볼의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레이커스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이번 시즌의 성공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리그 최강팀으로 발돋움하는 것인데 잉그럼과 볼이 빠른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과정은 훨씬 멀고 험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잉그럼과 볼은 당장 올해 팀의 플레이오프 도전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뿐 아니라 그만한 성장을 보여준다면 다음 오프시즌 때 또 다른 슈퍼스타를 영입하는 데 귀중한 트레이드 미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이들이 제임스가 없는 시간 동안에 독립적으로도 NBA 특급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포텐셜을 보여준다면 그만큼 레이커스의 미래 설계가 수월해지게 된다. 하지만 최소한 이번 제임스 공백 기간 동안엔 그런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월튼 감독이 이들이 불러들여 따끔하게 질책을 가한 것이다.

다음 오프시즌에 레이커스는 제임스와 힘을 합칠 최소한 한 명 또는 두 명의 슈퍼스타를 영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런 슈퍼스타가 오겠다는 결심을 하기 쉽게 하려면 레이커스가 우승 도전에 필요한 기초 중 하나인 탄탄한 조연진도 갖추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험난하기 짝이 없는 서부지구에서 정상에 도전하려면 슈퍼스타 2~3명 외에도 든든한 조연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제임스의 공백기간 동안 잉그럼과 볼의 모습은 레이커스 팬들에게 상당한 실망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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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잉그럼(왼쪽)-루크 월튼 감독. /AFPBBNews=뉴스1
잉그럼과 볼은 월튼 감독으로부터 호통을 듣고 난 뒤에 벌어진 첫 경기인 8일 댈러스 원정경기에서 최근 들어 가장 의욕이 넘치는 플레이를 보였다. 레이커스는 전반 내내 10점 차 이상으로 끌려가다 3쿼터에서 댈러스를 32-13으로 압도하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고 4쿼터에선 댈러스의 추격을 끝까지 뿌리치고 107-97로 승리, 제임스가 결장한 뒤 7경기 만에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잉그럼은 21개의 야투 중 12개를 성공시키며 29득점과 6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볼은 3점슛 4개를 포함, 21득점과 7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활약으로 레이커스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감독의 호통이 약이 된 것은 분명하다.

레이커스는 현재 5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전 65년 동안 레이커스가 플레이오프에 못 나간 것은 5번뿐이었으니 지난 5년과 그 전 65년의 무게가 같은 셈이다. 과연 이번 시즌에 그 행진에 마침표를 찍을지 여부는 잉그럼과 볼의 성장과 활약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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