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파괴? LAD-CIN 빅딜에 숨은 'MLB판 돈 세탁'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2.25 15:04 / 조회 : 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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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우드(왼쪽부터)-맷 켐프-야시엘 푸이그-카일 파머. /AFPBBNews=뉴스1
지난 주말 선수 7명이 팀을 바꾼 LA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대형 트레이드는 일반적인 트레이드와는 성격이 상당히 다른 거래였다.

상식적으로 트레이드란 거래 양쪽 당사자가 서로 비슷한 가치를 맞바꿔야 하는데 이번 트레이드는 언뜻 보기에 그런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뜯어봐도 도무지 균형이 맞지 않는, 한 쪽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트레이드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불리한 거래를 한 팀이 큰 짐을 덜어내 팀의 유연성을 향상시켰다고 오히려 미소를 띠고 있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트레이드 내역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다저스는 선발투수 알렉스 우드와 외야수 맷 켐프, 야시엘 푸이그, 유틸리티맨 카일 파머 등 선수 4명과 연봉 보조용 현금 700만 달러를 신시내티에 보내고 베테랑 선발투수 호머 베일리와 유망주 지터 다운스, 조사이아 그레이를 받았다.

하지만 베일리는 트레이드 직후 곧바로 방출됐기에 결국 다저스가 이 거래로 얻은 것은 유망주 2명뿐이었다. 그나마 이들도 조만간 빅리그 스타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특급 유망주로 분류되는 선수들은 아니었다.

반면 다저스에서 신시내티로 보낸 선수들은 모두 당장 내년에 메이저리그 팀에서 활약할 것이 확실한 스타급 선수들이었다. 좌완 우드는 신시내티에서 내년 팀내 1선발로 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고 켐프와 푸이그도 주전으로 뛸 만한 선수들이다.

이들 중 가장 이름이 덜 알려진 파머 역시 신시내티 라인업에선 레귤러 멤버로 자리를 잡을 능력이 충분한 선수다. 결국 다저스는 빅리거 4명을 평범한 유망주 2명과 맞바꾼 셈이다. 오간 선수들만 비교하면 전혀 균형이 맞지 않는 거래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이 트레이드가 단순히 선수를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관련 선수들의 연봉을 주고 받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즉 오간 선수들의 기량을 비교하면 전혀 균형이 맞지 않을지 몰라도 이들의 이동으로 인한 돈의 흐름을 비교하면 균형이 조금씩 맞아가는 것이다. 떠나보낸 선수들의 연봉과 받아온 선수들의 연봉을 비교해보면 이 트레이드에 대한 배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우선 신시내티가 내보낸 베일리는 내년 연봉 2300만달러와 2020년 연봉 2500만달러 또는 바이아웃 5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이 남아 있다. 하지만 올해 1승14패, 평균자책점 6.09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더 이상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없는, 신시내티 입장에선 ‘처치 곤란’ 선수였다. 바이아웃을 합쳐 내년 2800만 달러를 받지만 연봉 보조를 해준다고 해도 그를 원하는 팀은 어디에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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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켐프. /AFPBBNews=뉴스1
그런데 다저스는 메이저리거 4명을 내주고 그를 기꺼이 데려왔다. 왜 그랬을까. 당연히 이유가 있다. 다저스로선 이들 4명을 내보냄으로써 베일리의 2800만 달러짜리 죽은 계약을 떠안고 현금 700만달러까지 얹어준 것을 합쳐도 700만달러 이상의 실질적인 연봉 절감 효과가 있다는 계산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 실제 연봉 감축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사치세 부과 기준선을 정하는 팀 연봉 계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팀 페이롤 감축효과는 무려 1600만 달러에 달한다.

물론 돈 계산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여기에 이들 선수들이 처한 팀내 상황을 또 고려해야 한다. 신시내티로 간 4명의 선수들은 확실한 메이저리거들이었지만 다저스에서 모두 잉여 전력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이었다.

다저스는 선발투수진이 두터운 것을 넘어 아예 차고 넘치는 지경까지 이른 팀이다. 여기에 이미 코리 클루버라는 또 한 명의 에이스 영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팀 최다인 27번의 선발등판으로 9승7패를 기록한 우드는 훌륭한 선발투수이긴 하지만 다저스에선 설 자리가 없는 선수였다.

푸이그와 켐프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비록 주전급으로 활약하긴 했어도 다저스는 외야수 자원이 차고 넘쳐 이들이 떠나가도 전력에 전혀 타격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교통정리를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할 가능성이 컸는데 이번 트레이드로 그럴 가능성이 한결 낮아진 것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절묘하게도 저울추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즉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 4명에 현금 700만달러까지 얹어주고 받자마자 버릴 선수와 장차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유망주 2명을 데려오는, ‘말도 안 되는’ 트레이드가 돈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거래로 돌변하는 것이다. 요즘 메이저리그에선 이런 거래를 놓고 ‘야구판 돈 세탁’(baseball money-laundering)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사실 이런 ‘돈 세탁용’ 트레이드는 요즘엔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어서 웬만한 팬들은 조금만 설명을 들으면 금방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트레이드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이 트레이드 결과를 놓고 누가 더 득을 본 거래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스몰마켓팀인 신시내티가 이번 트레이드로 얻은 득실에 대해선 논란이 상당하다. 어차피 이런 거래로 포스트시즌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팀내 유망주들의 성장과정에 장애물을 들여놨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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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엘 푸이그. /AFPBBNews=뉴스1
한편 이번 트레이드가 단행된 뒤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는 다저스가 슈퍼스타 프리에이전트(FA) 브라이스 하퍼를 영입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전체적인 팀 페이롤을 줄인 데다 외야수 2명을 내보내 하퍼를 위한 빈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저스가 하퍼를 영입하러 나설지는 의문이다. 하퍼의 예상 계약 규모와 비교하면 연봉 감축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은 데다 다저스 수뇌부가 최근 초대형 FA 계약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는데 10년간 4억 달러급 계약을 꿈꾸는 하퍼를 데려오는 것은 그동안의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보여준 스타일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고려사항은 타선의 극심한 투타 불균형이다. 그나마 오른손 거포가 적은 다저스에서 오른손 거포들인 켐프와 푸이그를 빼내고 또 다른 왼손타자 하퍼를 데려오는 것은 타선 불균형이 너무 극단적으로 가는 것이다. 매니 마차도가 떠나간 유격수 자리에 코리 시거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다저스 타선에 눈에 띄는 오른손 거포는 저스틴 터너 한 명밖에 없다. 하퍼를 영입한 뒤 또 다른 오른손 거포를 계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생각보다 다저스가 하퍼 영입에 목을 매지는 않을 전망이다.

결국 다저스의 이번 트레이드 목적은 하퍼 영입을 위한 포석 깔기보다는 팀내 잉여전력 정리와 연봉 감축용 ‘돈 세탁’쪽으로 기울고 있다. 물론 하퍼가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느끼고 보다 적극적으로 다저스에 접근한다면 일이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를 여지는 있다. 하지만 다저스의 이번 트레이드를 하퍼의 영입과 연관 짓는 것은 다소 무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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