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에이전트 출신' 50일 만에 메츠를 바꾼 웨거넌 단장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2.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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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디 밴 웨거넌 메츠 단장. /사진=뉴욕 메츠 인스타그램
뉴욕 메츠의 새내기 단장 브로디 밴 웨거넌(44·Brodie Van Wagenen)이 올 겨울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종료 후 메츠의 신임 단장으로 선임된 웨거넌은 취임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대담하고 거침없는 움직임을 이어가며 빠른 속도로 팀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웨거넌은 20일(한국시간) 베테랑 프리에이전트(FA) 포수 윌슨 라모스(31)를 2년간 1900만 달러 계약으로 영입했다. 단장 취임 후 영입한 4번째 올스타다.

지난 10월31일 메츠 단장으로 부임한 그는 이 달 초 시애틀 매리너스와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를 단행해 베테랑 우익수 제이 브루스와 4명의 특급 유망주를 내주고 2루수 로빈슨 카노와 클로저 에드윈 디아스(24)를 데려온 데 이어 지난 주말엔 시즌 중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트레이드했던 전 올스타 클로저 유리스 파밀리아를 3년간 3000만 달러 계약으로 복귀시켰다. 그리고 이날 라모스까지 붙잡으면서 단장 취임 후 약 50일 만에 올스타 4명을 로스터에 추가시켰다.

미래 연봉 부담이 커졌고 정말 내주기 아까웠던 유망주들도 희생시켰지만 덕분에 메츠의 내년 전망은 확실히 달라지게 됐다. 시속 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며 올해 57세이브를 올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세이브 2위 기록을 세운 특급 클로저 디아스의 합류와 메츠에서 통산 123세이브를 올린 파밀리아의 복귀로 팀의 최고 약점 중 하나로 꼽혔던 불펜은 단숨에 메이저리그 최강의 유닛 중 하나로 변신했다.


또 올해 탬파베이와 필라델피아에서 타율 0.305와 15홈런, OPS 0.845를 기록한 라모스의 가세로 올해 타율 0.208에 그친 또 다른 ‘아킬레스건’ 포수 포지션도 단숨에 리그 상위권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여기에 카노가 합류한 내야진도 훨씬 탄탄해진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단장으로 취임한 뒤 한 달 반 만에 팀내 최대 취약 포지션들인 불펜과 포수, 내야를 모두 올스타 선수들로 보강한 것이다.

그로 인해 메츠에 대한 평가도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팬그래프는 새로 업데이트된 내년 시즌 프로젝션에서 메츠의 성적을 85승77패로 잡으며 워싱턴 내셔널스(예상 91승71패)에 이어 NL 동부지구 2위로 평가했다. 웨거넌 자신도 뉴욕지역 SNY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내부적으로 우리가 (소속지구에서) 우승후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하는 등 은근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기도 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아직도 선수 페이롤을 추가할 여유가 있다”고 덧붙여 전력보강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웨거넌은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공개하는 데 부끄러워 하거나 주저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이런 움직임들은 팬들에게 우리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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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카노. /AFPBBNews=뉴스1
웨거넌은 사실 보통 일반적인 메이저리그 단장들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배경을 지닌 인물이다. 명문 스탠포드 대학 출신의 수재로 스탠포드 야구팀에서 우익수로 뛰었던 웨거넌은 졸업 후 스포츠 에이전트 비즈니스에 뛰어들었고 유명 스포츠 에이전시인 CAA(Creative Artists Agency)에서 메이저리그 담당 책임자로 일한 톱 에이전트였다.

특히 그의 고객 리스트에는 현재 메츠에서 뛰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쿠바 출신의 외야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에게 3년간 7500만달러 계약을 안겨준 그는 특히 계약 1년 만에 옵트아웃 조항을 활용해 다시 FA로 나선 세스페데스에게 4년간 1억1000만 달러 재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5년간 총 1억3760만달러 계약을 안겼다.

이에 앞서 당시 시애틀에서 뛰던 카노에게 10년간 2억4000만 달러짜리 초대형 계약을 안겨준 사람도 바로 그였다. 그리고 그는 메츠 단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올스타 클로저 디아스를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긴 했지만 자신의 옛 고객이었던 카노를 자기 팀으로 데려와 인연을 이어갔다.

웨거넌은 또 메츠의 에이스이자 올해 NL 사이영상 수상자인 제이콥 디그롬의 에이전트이기도 했고 미국 대학풋볼 최고 스타에서 NFL을 거쳐 메츠의 마이너리거로 변신한 팀 티보도 그의 선수였다.

이처럼 선수들은 대표하던 에이전트였다는 배경 탓인지 단장으로서 웨거넌의 움직임은 거침없고 호쾌한 느낌마저 준다. 디아스와 카노 트레이드 과정에서 시애틀에 넘겨준 유망주들 가운데는 장차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로 클 가능성이 큰 재목들이 있었지만 그는 과감하게 트레이드의 방아쇠를 당겼다.

최근 빅리그의 대세로 자리 잡은 아이비리그 출신 수재 출신 단장들이 전력보강 과정에서도 팀 페이롤에 대한 우려로 소위 ‘가성비’를 꼼꼼하게 따지고 특히 팀의 유망주를 트레이드하는 데는 그야말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물론 웨거넌 역시 명문대 수재 출신의 단장이지만 다른 단장들보다 접근 방식이 다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에이전트 출신 인물이 구단 단장으로 임명된 것은 웨거넌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단장으로 임명됐다 2년 만에 해임된 데이브 스튜어트는 과거 메이저리그 스타 투수에서 에이전트를 거쳐 단장을 역임했다.

NBA에선 코비 브라이언트의 에이전트인 롭 펠린카가 지난 2017년 LA 레이커스의 단장으로 임명됐고 레이커스가 올해 르브론 제임스와 계약하는 데는 그가 에이전트로서 쌓은 인맥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또 현 NBA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도 지난 2011년 에이전트였던 밥 마이어스를 부단장으로 영입했고 지금 그는 구단 사장으로 지난 4년간 팀이 3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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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디아스. /AFPBBNews=뉴스1
그렇다면 과연 메츠의 웨거넌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그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지만 아직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메츠의 전력이 상당히 향상됐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새내기 단장답지 않게 거침없이 팀을 바꾸어나가는 그에겐 최소한 ‘뜨뜻미지근한’ 결과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워싱턴과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등 NL 동부에서는 메츠의 약진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편 그의 또 다른 과제는 과거 자신의 선수들과의 계약 협상에서 이해 상충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올 여름 메츠에 디그롬의 장기계약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트레이드하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메츠는 그 요구에 응하지 않았는데 이제 그는 과거 자기 자신이 했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앞으로 디그롬과 계약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완전히 바뀐 처지로 인해 다소 난처한 입장이 생길 여지도 충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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