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송강호 "좋은 작품 끊임없이 갈구한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2.23 10:35 / 조회 :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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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약왕'의 송강호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마약왕이라 불린 사내 이두삼의 영화다. 동시에 송강호의 영화다.


'마약왕'엔 마약도 수출을 하면 애국자였던 '잘 살아보세'의 시대를 타고 그렇고 그런 밀수업자에서 전설의 마약왕으로 거듭난 한 남자의 이야기가 강렬한 터치로 담겼다. 송강호는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던 수완 좋은 밀수업자부터 조폭과 야쿠자를 끼고 움직이는 마약계의 거물, 욕망과 집착을 견디지 못하고 파멸해가는 인간을 신들린 듯 연기해내며 139분의 러닝타임을 온전히 책임졌다.

우리가 알던 송강호부터 이전엔 몰랐던 송강호까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휘저어 놓은 그가 이야기하는 '마약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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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약왕'의 송강호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는 어땠나.


▶처음 보니 너무 긴장했다. 한 절반까지는 솔직히 너무 재밌는 거다. 찍은 지도 오래 되고. 옆에 우민호 감독이 앉아있었는데 처음으로 감독에게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뒤에 분위기가 살짝 바뀌긴 했다. 몰입감이 계속돼서 진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기분이 좋은 진빠짐이었다.

-어떻게 출연을 결정했나.

▶금기를 넘어 사회악을 소재로 삼아 대중과 소통하려 했을 때는 그만큼 벅차기도 하고 액션과 폭력을 뛰어넘게 된다. 그렇다고 여기가 멕시코도 미국도 아니고. 그런데 오히려 그런 지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두삼은 가공의 인물이지만 배경이 된 건 실제 사건이기에 호기심도 강하게 들었고. 도전적인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마약을 소재로 해서 제목도 '마약왕'이고 포스터도 강렬하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본질은 아니라고 봤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삐뚤어진 욕망과 집착, 파멸로 가는 굴곡진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재일 뿐 마약 세계를 해부하는 건 아니지 않나. 이두삼이라는 인물을 내세워서 인간의 끝없는 욕망, 비뚤어진 집착, 파멸해가는 모습을 담는 영화라 생각했다.

-연기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아무래도 마약에 취하는 것들은 실제 경험하지 못한 모습들이니까 상상력이 많이 필요했다. 그런데 또 실감이 나야 한다. 그런 점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지점이지 않았나 한다. 참고할 것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흔한 소재고 작품도 많지만 우리 나라는 특히 마약을 전면적으로 다룬 것이 드물다. 또 자료가 있어도 활자화된 자료라 체화시켜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마약 장면은 100% 상상력인 건가?

▶사실 배우들은 외로운 문제가 있다. 감독님도 어떻게 해 달라고 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도 없고.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정말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평소와 똑같이 여러가지 버전들을 다르게 해 보려 했고 그 중에 그럴싸한 것들이 담겼다. 마약 장면은 시나리오 때부터 대사도 없이 지문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과정이 표현돼 있어서 구체화돼있지 않았다. 짧다 길다도 시나리오 자체로는 가늠할 수 없었다.

-팬티 바람으로 거꾸로 매달려 린치를 당하는 고문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그 때는 정말. 그렇게 적나라하게 거꾸로 매달아가지고 찍는 줄 몰랐다. 다른 안전 장치도 없고. 저도 현장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무릎이 탈골되는 경우도 있다는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우리 액션 배우들이 실감나게 때렸는데 정말 너무 아팠다. 가짜 몽둥이이긴 하지만 심이 있어서 세게 맞으면 충격이 크다. 와이어 없이 그냥 발을 묶어 매달렸는데 여러번 할 수는 없고 매달렸다 다시 내려왔다 하며 찍었다. 여러 번 매달릴 수는 없으니까.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냐 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적나라하지 않으면 뒤에 살인이 나오는데 임팩트가 약해지지 않나. 강력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 충분히 이해가 됐다.

-강렬한 경험을 몰아서 한 셈이다. 빠져나오기 어렵지는 않았나.

▶다행히 '기생충'을 해가지고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거기서는 캐릭터가 아주 흐물흐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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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약왕'의 송강호 / 사진제공=쇼박스


-전작 '택시운전사'에서도 그랬지만 송강호는 소시민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마약왕이라니 관객의 괴리을 우려하지는 않았나.

▶지난 10여년 필모그래피를 보면 정의로운 인물, 소시민이 많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이 작품을 하며 신난 지점이 있다면 옛날부터 제 속에 있는 모습들이 마음껏 담길 수 있겠구나 하는 거였다. 관객들도 반가워하실 것 같다. '살인의 추억' 이후 약 15년 사이 제가 보여주고 연기했던 모습들이 있어 반가워하시지 않을까 한다. 특히 앞부분이 그렇다. 그런데 뒷부분은 처음 보여드리는 모습이다. 즐거움도 있고 새로움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생겼다. 촬영 현장에서는 신이 났다. 우민호 감독 성격이 저와 맞는 것 같다. 다혈질인 구석도 있지만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부분이 있어서 즐겁게 촬영했다.

-'마약왕'의 마지막인 1980년은 전작 '택시운전사'와 겹친다. 하지만 정 반대의 모습을 연기했다.

▶택시운전사는 소시민의 모습이니까 이번에는 정 반대의 선을 그리자고 한 것은 아니었다. 부산에서 '택시운전사' 촬영을 할 때 (우민호 감독이) 찾아와서 만나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저도 '내부자들'을 좋아했고, 간결하면서도 파워 넘치는 연출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때마침 흔쾌히 같이 하게 된 것 같다.

-'마약왕'에서 우민호 감독의 장점을 느낀 부분이라면?

▶엔딩까지 가는 후반 지점을 나름 새롭게 봤다.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과하게 가는 것이 연출자로서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반적인 구조를 벗어나 엔딩을 규정짓지 않고, 파멸했지만 과연 그 씨앗이 없어질까 싶은 묘한 데서 끝나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다. '마약왕'은 '내부자들'처럼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며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관객이 새롭게 도전하고 도발하는 느낌을 좋가 받아들이시기를 바랐다. 그런 지점에서 감독이 용감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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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약왕'의 송강호 / 사진제공=쇼박스


-이두삼은 성공, 돈, 잘 사는 데 집착한다. 송강호도 집착하는 게 있나.

▶뻔한 대답일 수 있는데 좋은 작품에 대한 집착? 으하하하하. 끊임없이 갈구하게 된다. 모든 배우들이 다 그렇지만. 뻔한 대답이라서 그렇지만 진짜다!

-최고의 작품들로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작성해 왔다. 그 집착과 욕심이 점점 커지지는 않는지.

▶그럴 수가 없다. 원하는 작업, 원하는 사람들과의 작업이 원한다고 되지 않는다. 그런 작품이 저를 탁탁 기다려주고 그러지 않는다. '마약왕' 다음에 '기생충', '나랏말싸미'가 연달아 나온다. 어찌 보면 생각하고 선택한 것 같은데 안 그렇다. 그걸 조율할 수가 없다.

-최근 작품이 계속 흥행해 부담은 없나. 마침 여러 작품이 맞붙는데 '마약왕'의 매력이라면.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최선을 다할 뿐 결과를 제가 점칠 수도 없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다양한 영화들이 새롭게 나와서 관객들이 선택하실 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약왕'이 다루는 소재가 새롭지는 않다. 그렇다고 흔하지 않다. 이를 통해 그린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이 굉장히 영화적인 것 같다. 이 영화적 소재를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추천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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