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처럼...' 닉 폴즈의 기적, 필라델피아 PO 이끌까 [댄 김의 NFL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2.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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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폴즈. /AFPBBNews=뉴스1
‘닉 폴즈 미러클 II’가 개봉될까.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슈퍼보울 챔피언으로 등극했지만 이번 시즌엔 전혀 챔피언답지 못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지난 시즌 슈퍼보울 MVP 쿼터백 폴즈의 라인업 복귀와 함께 시즌 최고의 이변을 터뜨리며 플레이오프 희망을 살려냈다.


사실상 타이틀 방어의 꿈을 포기하다시피 했던 필라델피아 팬들은 1년 전과 비슷한 시점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점화된 ‘폴즈 매직’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폴즈의 기적’ 재현에 대한 기대감이 마냥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필라델피아는 17일(한국시간) LA 램스와 원정경기로 펼쳐진 시즌 14라운드 경기에서 30-23으로 승리하는 대형 이변을 터뜨렸다. 이 경기 전까지 11승2패로 이미 NFC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 지은 램스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원래 필라델피아의 7.5점 차 열세를 점쳤다.

경기 며칠 전 필라델피아 주전 쿼터백 카슨 웬츠가 척추뼈에 스트레스 골절이 발견돼 이 경기에 뛰지 못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도박사들의 예상 점수 차는 13.5점 차까지 치솟았다. NFL에서 주전 쿼터백의 공백이 전력에 얼마나 큰 타격을 미치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에는 그 어떤 NFL 팀도 갖고 있지 않은 ‘비밀병기’가 있었다. 바로 현 슈퍼보울 MVP 폴즈가 ‘백업’ 쿼터백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현역 슈퍼보울 MVP를 ‘비밀병기’라고 부르기는 이상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필라델피아엔 부동의 주전 웬츠가 있고 그가 건강한 이상 폴즈는 벤치에 앉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폴즈는 웬츠가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시즌 1, 2차전 경기에서 주전으로 출전한 뒤 웬츠가 라인업에 복귀한 시즌 3주째부터 벤치로 돌아가 이 경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경기에 나선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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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슨 웬츠. /AFPBBNews=뉴스1
하지만 이날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약 석 달 만에 필라델피아의 리더로 돌아온 폴즈는 10개월 전 슈퍼보울 LII(52)에서 필라델피아를 구단 역사상 첫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거머쥐었던 바로 그 선수였다.

침착하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팀을 이끌며 적지에서 이번 시즌 최강팀을 상대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리를 견인해냈다. 폴즈는 이날 31개의 패스 중 24개를 성공시키며 270야드 패싱을 기록했고 필라델피아는 이번 시즌 단 두 번째로 경기에서 30득점 이상을 뽑아냈다.

폴즈가 돌아온 필라델피아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슈퍼보울 챔피언 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필라델피아가 이렇게 큰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한 것은 1995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 승리로 시즌 7승7패를 기록한 필라델피아는 꺼져가던 플레이오프 희망도 살려냈다. 현재 필라델피아는 NFC 동부지구에서 선두 댈러스 카우보이스(8승6패)에 한 게임 차 뒤진 2위로 올라섰고 두 팀만이 나가는 NFC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선 시애틀 시록스(8승6패)와 미네소타 바이킹스(7승6패1무)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남은 스케줄을 감안하면 아직도 PO 진출을 낙관하기 힘든 처지이지만 그래도 아직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선 것은 분명하다. ESPN은 이날 필라델피아의 승리로 PO 진출 확률이 29%로 뛰어올랐는데 만약 졌더라면 확률이 5%로 떨어질 상황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필라델피아를 구원해낸 폴즈의 활약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거의 정확히 1년 전 비슷한 시나리오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필라델피아가 시즌 14주차 램스와 원정경기에서 리그 MVP가 유력시되던 웬츠를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잃었을 때 필라델피아 팬들은 슈퍼보울 첫 우승 꿈이 사라졌다고 비통에 빠졌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 웬츠를 대신해 팀의 운전대를 잡은 폴즈는 이후 3연승으로 팀을 톱시드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필라델피아는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NFL 플레이오프 역사상 처음으로 톱시드 팀이 홈에서 언더독(열세)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슈퍼보울까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모두 언더독 평가를 받았으나 모두 승리를 거두고 팀 역사상 첫 슈퍼보울 챔피언까지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폴즈가 팀의 주전 쿼터백으로 나서면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꼭 1년 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폴즈의 매직이 되풀이된 것이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지난해는 필라델피아가 승승장구하다 웬츠의 부상으로 좌초될 위기에서 팀을 흔들리지 않도록 유지시켜 낸 것이었다면 올해는 팀이 거의 플레이오프 탈락 일보 직전에 몰린 위기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해 부진에 빠져 있던 팀을 깨워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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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이글스-LA 램스의 경기. /AFPBBNews=뉴스1
물론 아직 팀을 완전히 살려낸 것은 아니다. 필라델피아는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이기더라도 경쟁팀들이 실족하지 않는다면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하는 처지다.

하지만 그럼에도 팬들은 벌써부터 폴즈의 기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기대로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지난해 그가 이뤄낸 기적 퍼레이드 기억이 되살아난 데다 그동안 웬츠의 리드 아래서 좀처럼 지난해의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디펜스에서도 전혀 챔피언 레벨이 아니었던 필라델피아가 폴즈가 구원 등판한 경기에서 리그 최강팀 중 하나를 상대로 마침내 챔피언다운 인상적인 경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일각에선 재능은 웬츠가 더 뛰어날지 몰라도 팀 리더로는 폴즈가 낫다는 의견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폴즈는 올해로 8년째인 NFL 커리어에서 41경기에 선발 쿼터백으로 나서 23승18패를 올리고 있는 전형적인 ‘백업형’ 쿼터백이다. 잘 할 때는 리그 최정상급 쿼터백처럼 보여도 평소엔 리그 평균 또는 그 이하 쿼터백급 플레이를 해왔다. 그렇기에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 그가 구세주로 등장하며 팀에 첫 슈퍼보울 우승을 안긴 뒤에도 그를 다시 벤치에 앉히고 웬츠에게 다시 팀의 리더 역할을 맡긴 것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얄궂은 장난은 지난해와 같은 시점과 같은 장소에서 팀의 운전석에 폴즈를 다시 앉혔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팬들은 물론 동료선수들도 폴즈의 복귀에 하나같이 기대감이 폭발하고 있다. 팀의 스타 디펜시브 태클 플레처 콕스는 “닉(폴즈)는 이런 상황을 경험한 선수”라면서 “우리 팀은 모두 그의 리드를 따를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과연 ‘폴즈의 미러클 II’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까. 폴즈와 필라델피아는 남은 두 경기에 다 이기더라도 다른 팀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PO에 나갈 수 있다.

남은 스케줄도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슈퍼보울 챔피언과 MVP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운명의 힘까지 등에 업었다면 더할 것이다. 필라델피아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슈퍼보울 MVP가 이끄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무서운 다크호스로 등장할 수 있을지 시즌 막판 레이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올 시즌을 11승1패로 시작하며 슈퍼보울 티켓을 예약한 듯했던 램스는 마지막 두 경기에서 시카고 베어스와 필라델피아에 연패하며 슈퍼보울 진출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당장 뉴올리언스 세인츠(11승2패)와 NFC 톱시드 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로 떨어졌다. 올해 뉴올리언스와 맞대결에서 패한 기록을 갖고 있는 램스는 이제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기고 뉴올리언스가 마지막 3경기에서 최소한 2패를 당해야 톱시드와 플레이오프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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