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클리퍼스가 레너드∙듀란트 경기를 찾아가는 이유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2.14 13:27 / 조회 :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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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이 레너드(왼쪽)와 케빈 듀란트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는 현재 17승10패로 서부지구 1위 덴버 너기츠(18승9패)에 불과 1경기 차 뒤진 4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시즌 최고의 서프라이즈 팀 중 하나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먼 데다 특히 1위부터 8위(새크라멘토 킹스, 15승12패)까지 승차가 단 3경기에 불과하고 15위(휴스턴 로키츠, 12승14패)까지도 5.5게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초박빙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NBA 서부지구에선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자신할 수 없다.

그래도 시즌 초반 클리퍼스의 기대 이상 선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고 있다. 슈퍼스타들이 모여 만든 슈퍼팀들이 리그를 좌지우지하는 시대에 1년 만에 3명의 슈퍼스타를 잃고 단 한 명의 스타도 없이 팀을 꾸려가면서도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로 특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클리퍼스의 목표는 단순히 진흙 속의 진주들을 발굴하며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1970년 신생팀으로 출발한 지 50년이 돼 가지만 아직 단 한 번도 NBA 챔피언 결정전에 나가본 적이 없는 클리퍼스는 지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로 다음 여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맥시멈 계약으로 두 명의 슈퍼스타를 영입해 새로운 슈퍼팀으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큰 야심찬 계획이다. 만약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클리퍼스는 내년 여름 카와이 레너드(27·토론토 랩터스)와 케빈 듀란트(30·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영입, 새로운 슈퍼팀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들 없이도 서부지구 선두를 넘보는 팀이기에 그렇게만 된다면 리그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으킬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클리퍼스의 변신은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우선 클리퍼스는 내년도 맥시멈 계약 FA 2명을 영입할 수 있도록 이미 구단 연봉 구조에 빈 자리를 마련했다. 결정적인 상황이 오면 돈 문제는 걸림돌이 될 수 없도록 확실하게 모든 조치를 마쳤다.

그와 함께 일찌감치 레너드와 듀란트 영입을 위해 그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트기 위해 터를 닦기 시작했다. 다른 팀 소속 선수들임에도 마치 대학교 팀들이 유망주 고교생 선수들을 리크루트하기 위해 정성을 다 하듯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경기에 찾아다니며 이들을 지켜보고 눈도장까지 찍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론토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토론토 경기 중 75% 정도의 클리퍼스 고위직 임원이 찾아왔다고 한다. 클리퍼스 측은 그 비율이 50% 이하라고 밝혔지만 심지어는 레너드가 뛰지 않은 경기에도 찾아간 사실을 인정했다.

듀란트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구단 사장인 로렌스 프랭크가 이들이 뛰는 경기장을 찾은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NBA에서 구단 사장이나 단장급 임원이 자기 팀이 아닌 경기를 찾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지만 클리퍼스는 그런 수고조차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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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NBA 신인 드래프트장을 찾는 LA 클리퍼스 스티브 발머 구단주 /AFPBBNews=뉴스1
이런 클리퍼스의 조용한 움직임 뒤에는 구단주 스티브 발머의 마스터플랜이 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으로 지난 2014년 20억 달러에 클리퍼스를 매입한 발머는 지난해 8월 구단 사장과 감독을 겸임하고 있던 닥 리버스 감독에게 사장 자리를 내려놓고 감독직에만 전념할 것을 설득해 이를 관철시켰다.

물론 구단주가 직원을 다른 직책으로 배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리버스 감독이 사장 자리를 잃는 것에 불만을 갖지 않도록 배려했다는 사실이다. 억지로 사장직을 내려놓아야 했다면 감독직 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고 그 덕에 행복하게 코칭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면서 지난 1년간 리버스 감독의 코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클리퍼스 팀은 리버스 감독 아래 똘똘 뭉쳐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고 최고로 행복한 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성적은 그런 분위기가 원동력이 돼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 폴과 블레이크 그리핀, 디안드레 조던 등 ‘빅3’ 스타를 모두 떠나보낸 뒤 겨우 1년 만에 이처럼 완벽하게 팀을 재건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리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토비아스 해리스가 올스타급 활약을 보이며 팀을 리드하고 있고 루 윌리엄스와 몬드렐 해럴 등 팀에 부담되지 않는 계약으로 영입한 선수들도 모두 눈에 띄는 활약으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소위 ‘탱킹’을 하지 않고도 연봉 감축과 전력 상승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클리퍼스는 내년 여름 FA시장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슈퍼팀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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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클리퍼스 닥 리버스 감독 /AFPBBNews=뉴스1
그렇다면 과연 듀란트와 레너드는 이런 클리퍼스의 구애를 받아들일까.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듀란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계약 마지막 시즌을 옵트아웃하고 FA로 나설 것으로 보이며 레이커스 또는 클리퍼스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있어 왔다.

하지만 레이커스에는 이미 르브론 제임스라는 부동의 리더가 있기에 듀란트가 이번엔 자신의 팀으로 우승에 도전하려고 한다면 클리퍼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클리퍼스가 이미 선두권을 위협하는 팀으로 재건에 성공한 사실은 새 팀 후보로 그만큼 매력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

레너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지난 여름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트레이드를 요구했을 때부터 LA행 소문이 난무했었다. 원래는 그가 레이커스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임스가 오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려졌다고 한다. 최근 ESPN은 리그 중역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레너드가 레이커스로 갈 가능성보다 클리퍼스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레너드나 듀란트가 클리퍼스를 함께 가면 바로 우승에 도전할 만한 팀이라고 평가한다면 이들의 합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레너드와 듀란트는 모두 LA에서 뛰는 것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둘 모두 LA의 넘버 1 팀인 레이커스에 간다면 제임스와 스포트라이트를 나눠 가질 수밖에 없는 사실로 인해 레이커스행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반면 클리퍼스는 그런 부담이 없으면서도 LA 마켓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가능성을 노리는 클리퍼스의 큰 그림은 지금 물밑에서 조용하게, 하지만 치밀하게,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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