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갈까?' MLB 1라운드 뽑힌 대학풋볼 최고 쿼터백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1.30 14:48 / 조회 : 1453
  • 글자크기조절
image
카일러 머리의 풋볼(왼쪽)과 야구 선수 모습. /AFPBBNews=뉴스1
오클라호마대(University of Oklahoma)는 미국 대학풋볼(미식축구)에서 손꼽히는 전통 명문교 가운데 하나다.(*흔히 오클라호마 주립대라고 번역하지만 오클라호마주에는 또 다른 주요 주립대인 오클라호마 스테이트 'Oklahoma State University'가 있기에 혼동의 여지가 있어 기사에선 편의상 오클라호마대로 부른다)


거의 매 시즌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오클라호마대는 이번에도 정규시즌을 11승1패로 마치고 소속 리그인 빅-12 콘퍼런스 결승에 진출, 오는 12월2일(한국시간) 텍사스대(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와 리그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할 예정이다.

현재 미 대학풋볼 플레이오프 랭킹 5위에 올라있는 오클라호마대는 이 경기에서 승리해 빅-12 챔피언으로 등극한다면 대학풋볼 내셔널 챔피언을 가리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텍사스대는 오클라호마대의 최대 라이벌로 특히 올해 정규시즌에 오클라호마대에 유일한 패배를 안겨준 팀이기도 해 오클라호마대 입장에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운명의 일전인 셈이다.

그런 오클라호마대 풋볼팀을 이끄는 쿼터백은 카일러 머리(21)다. 머리는 올 시즌 내내 눈부신 활약으로 오클라호마대의 우승 도전을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매년 대학풋볼 시즌 최고의 선수에 수여되는 하이즈만 트로피에서도 독보적인 수상 후보인 전국랭킹 1위 앨라배마대의 쿼터백 투아 타고발로아를 위협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메이저리그 칼럼에서 갑자기 대학풋볼 쿼터백 이야기를 꺼낸 것은 머리가 풋볼은 물론 야구에서도 특급 유망주이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대 야구팀에선 호타준족의 센터필더로 활약하는 머리는 지난 시즌 51경기에서 타율 0.296, 10홈런, 47타점, 10도루로 맹활약한 뒤 지난 6월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번째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지명됐다. 머리는 슈퍼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선임하고 오클랜드와 계약 협상을 했는데 계약금 466만 달러에 오클랜드에 입단하기로 동의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었다. 오클랜드 입단을 늦춰 이번 가을 시즌에 오클라호마 풋볼팀에서 뛰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야구는 물론 풋볼 쿼터백으로도 최고의 유망주였던 그는 야구선수로 완전히 전환하기에 앞서 쿼터백으로 마지막 도전을 하길 원했기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에 합의하고도 풀타임 야구선수 전업을 한 시즌 늦춘 것이다.

고교시절 풋볼에서 전국 최우수선수로 꼽혔던 머리는 고교 졸업과 함께 지난 2015년 아버지 케빈 머리의 모교인 텍사스 A&M 대학에 진학했으나 1학년을 마치고 오클라호마대로 전학했다. 규정에 따라 2016년 시즌을 건너뛴 뒤 2017년 시즌부터 오클라호마대 풋볼팀에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하지만 2017년 시즌 오클라호마대 풋볼팀에는 베이커 메이필드라는 걸출한 쿼터백이 버티고 있어 머리는 백업 쿼터백으로 벤치에서 거의 전 시즌을 보내야 했다. 메이필드는 그 시즌 전국 최고 선수로 뽑혀 하이즈만 트로피를 수상한 뒤 올해 4월 NFL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에 지명돼 지금은 NFL에서 뛰고 있다.

결국 머리는 고교시절 전국 최고 쿼터백으로 평가받고도 정작 대학에선 거의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오클라호마대에서 마지막 풋볼시즌을 뛸 수 있게 해달라고 오클랜드에 요구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져 이번 시즌 메이필드가 NFL로 떠나간 풋볼팀에서 마침내 주전 쿼터백으로 활약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기회를 그야말로 완벽하게 살려냈다. 올해 12경기에서 그는 패싱으로 3674야드를 던지며 37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기록했고 러싱으로도 853야드를 달리며 11개의 터치다운을 뽑아내 오클라호마대를 11승1패로 이끌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눈부신 활약으로 쿼터백으로서 그의 재능에 대한 평가가 급상승했고 마침내 그가 NFL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에 지명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과연 그가 메이저리그를 위해 NFL 커리어를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머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NFL에서 뛸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위해) 풋볼을 포기한다는 계획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원래 야구보다는 풋볼을 더 좋아하는 데다(메이저리그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지명되고도 입단을 늦춰 부상 위험성이 큰 풋볼시즌을 뛰겠다고 고집한 것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 그가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오클랜드에 지명됐을 때만 해도 NFL 유망주로는 꼽히지 않았으나 지금은 완전히 사정이 달라졌기에 혹시라도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image
카일러 머리. /AFPBBNews=뉴스1
올해 오타니 쇼혜이(LA 에인절스)가 베이브 루스 이후 100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투타겸업에 도전해 화제가 됐지만 전혀 다른 스포츠인 메이저리그와 NFL 커리어를 겸업하는 것은 그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실제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보 잭슨과 디온 샌더스, 그리고 브라이언 조던 등 과거 두 무대를 모두 누빈 선수들이 다수 있긴 하지만 요즘처럼 모든 것이 특성화, 전문화된 시대에 두 스포츠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머리의 경우 쿼터백으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전에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9번으로 지명됐기에 사실 지금까지는 NFL과 MLB 커리어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을 통해 갑자기 핫한 NFL 유망주로 떠오르면서 할 필요가 없었던 새로운 고민이 추가된 셈이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와 NFL에서 모두 뛸 재능이 있는 선수라면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할까. 미국 내에서 인기나 지명도를 생각한다면 NFL팀의 쿼터백이 메이저리그 센터필더보다는 월등하다. 하지만 NFL은 워낙 위험하기 짝이 없는 스포츠로 언제라도 한순간에 커리어가 끝날 수 있다는 위험이 상존한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부상 위협은 피할 수 없지만 NFL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안전한 스포츠로 분류된다. 또 NFL 계약은 높은 부상 가능성으로 인해 메이저리그처럼 완전 보장된 것이 아니라 계약 전체의 일부만 개런티되는 형식으로 체결된다. 부상의 위협과 커리어의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그 누구라도 NFL보다는 메이저리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택의 기준에 꼭 부상 가능성만 있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선수 자신이 어느 쪽 스포츠를 더 좋아하고 뛰길 원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또 자신의 진짜 재능이 어느 스포츠에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물론 본인조차 쉽게 단정하기 힘든 문제다.

지난 1990년 크리스 윙키는 고교 졸업 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단해 6년 동안 마이너리그를 돌다가 플로리다 스테이트로 돌아가 대학풋볼 선수로 나섰고 2000년 대학풋볼 최고선수로 하이즈만 트로피를 수상한 뒤 NFL에서 6년간 뛰기도 했다. 그의 진짜 재능이 어느 스포츠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최소 6년 이상의 긴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 머리는 원래 계획대로 메이저리그 쪽으로 계속 나아갈 것 같다. 아직 마이너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오클랜드 전체에서 유망주 랭킹 4위에 올라 있다. 풋볼선수로 이번 주말 빅-12 결승 경기와 내년 1월 1일 전후에 벌어지는 보울경기에 출전한 뒤에는 내년 2월 오클랜드의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한다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다. 과연 그의 커리어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