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김성오 "이젠 악역전문이라 해도 괜찮다"

영화 '성난황소'의 김성오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1.23 15:20 / 조회 : 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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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 황소'의 김성오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성난황소'(감독 김민호)는 성난 황소 같은 사람의 이야기다. 거친 과거를 잊고 평범하게 살려던 한 남자가 아내를 납치해 간 악당에게 분노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배우 김성오(40)가 바로 그 황소를 분노케 하는 악당이다. 영화 속에선 이름도 없이 그저 '납치범'. 돈 앞에 안 무너질 진심은 없다고 믿는 이 괴이한 남자는 돈가방 앞에 무너지는 인간들을 보란 듯이 비웃지만, 코앞에 닥친 핵주먹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성난황소'의 분노유발자이자 폭발하는 분노의 해소 상대이기도 한 셈.

'아저씨'의 인생악역이 8년째 회자되지만 김성오는 차별화보다 영화 속 인물 자체에 집중했다. 작품 속에 살아 움직이는 인물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였다. "악역 전문 배우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전 어떤 역할을 하려고 배우가 된 게 아니라 그냥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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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 황소'의 김성오 / 사진제공=쇼박스


-'성난황소' 속 악당은 어떤 사람이라 생각했나.

▶철학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사이코패그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전사(前史)가 나오지는 않지만 돈에 연관된 사연이 있지 않을까 한다. 돈 때문에 나름의 아픔을 겪었고 그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아저씨'의 악역이 여전히 회자된다. 차별화 포인트가 있었나.

▶이번엔 어떻게 다르게 해야지, 이런 구체적인 건 없다. 제 역량 안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가 문제일 뿐이다. 시나리오라는 틀 안이기에 많은 것을 창조할 수는 없다. '성난황소'라는 틀 안에서 인물을 얼마나 생동감있고 윤택하게 만드느냐가 문제였다.

-어떻게 접근했나.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조금 단조롭게 느껴졌다. 국어책 보듯 시나리오를 봤을 때, 웃는 게 많았다. 시나리오에선 영화보다 더 웃었다. 뭐만 하면 나와서 웃더라. 영화로는 감정이 뒷받침되면 설득력이 있을 텐데 책으로 보니 그저 비열하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 얘가 왜 웃는가를 생각했다. 이 아이는 즐기는 아이구나, 곤란해 하는 상대방의 상황을 보면서 재밌어 하는구나 생각하며 웃었다.

-슈트와 올백머리 등 비주얼이 독특하다.

▶의상은 90% 이상 맞췄다. 실제로 보면 평상시 입기 힘든 색이다. 더 튄다. 그것도 합리화시켰다. 얘는 왜 이런 옷을 입을까. 슈퍼맨도 평상시엔 회사원 복장이지 않나. 자기 일을 할 땐 망토가 있다. 배트맨도 자기 의상이 있다. 그 색깔의 슈트가 이 인물의 작업복이다 생각했다.

-마동석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마동석 형은 '반창꼬'(2012) 때부터 인연이 있는 좋은 사람, 좋은 배우, 좋은 형이다. 저에게는 정말 그냥 좋은 형이다. 그때는 이렇게 다시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악당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좋은 사람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람은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동석과의 액션은 어땠나.

▶액션이 힘들지는 않았다. 워낙 액션을 잘 하는 분이라. 더위가 오히려 힘이 들었다. 마동석 형님은 액션의 전문가다. 구타 장면이라고 실제로 때리며 연기하는 것, 이른바 '실타'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한 장면에서 제가 고집을 부렸다. 운전하던 친구를 때리는 장면인데, 거기선 합을 맞춰서 가짜 타격을 하면 감정이 제대로 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번 휘둘렀는데 그 친구가 설정상 끼고 있던 금니 때문에 입술이 찢어진 거다. 다행히 병원에서 꿰매지 않아도 된다 했지만 미안했고 민망했다. 대역죄인이었다. 나중엔 '그거 안 때려도 될 것 같다'고 제가 나섰다.

반대로 실제로 맞기도 했냐고? 마동석 형님이 핵주먹 캐릭터인데? 만약에 '실타'로 가자고 했으면 했을 거다. 예전엔 영화를 찍으며 많이 맞았다. 그런데 연기를 하다 맞으면 연기를 안 해도 된다. 몸이 반응한다. 붉게 달아오르고 생체가 반응하는 건 내가 연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감정을 받는 것도 가짜로 맞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아직 연기가 모자라 그럴 수도 있지만, 연기하는 데 수월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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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 황소'의 김성오 / 사진제공=쇼박스


-막바지엔 다소 힘이 빠지는 느낌도 든다.

▶시작할 때 감독님에게 물었다. 얘는 싸움을 잘 합니까? 동철이랑 붙으면 그냥 맞는 사람인지, 싸울만한지, 혹은 이길 수도 있는 사람인지 말이다. 그렇게 느끼실 수 있는 게, 시나리오 상에서부터 동철을 한 대도 못 때린다. 주인공보다 더 세게 보이는 악역은 아니다. 지질해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합리화시켰냐면, 학창시절 뒤에서 아이들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면 자기보다 강한 상대에게 굉장히 지질해진다. 연기하며 그렇게 기본 베이스를 두고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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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 황소'의 김성오 / 사진제공=쇼박스


-'악역의 끝' 이런 평도 있는데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아저씨' 때도 그렇고 악역을 하니 정말 비슷한 악역만 들어오더라. 당시엔 그게 싫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데 왜 이러나 싶고. 그게 지나다 보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악역들도 악역이란 게 공통점일 뿐 파고들면 다르다. 같은 달걀도 계란 프라이와 계란찜은 맛이 다르지 않나. 나쁜 사람은 종류도 많고 성격도 다양하다. 누구나 나쁜 면이 있기도 하고. 사람들이 악역 전문 배우라고 불러도 괜찮다. 악역이라고 해도 평생 연기하고 배우로 돈 벌며 살 수 있으면 괜찮다.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나.

▶복합적이다. 근본적으로는 초심으로 돌아가 봤다. 내가 어떤 역할을 하려고 배우가 된 게 아니다. 그저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거다. 언젠가 내가 초심을 잃었나 생각했다. 악역도 내가 필요해서 불러주시는 건데 내가 왜 스트레스를 받나. 내 꿈은 영화배우다.

-배우 김성오가 최근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있다면.

▶아이가 31개월이다. 너무 예쁘다. 몰랐던 감정을 느끼고 있다. 말을 하면서도 설명을 못 하겠다. 닥쳐야 아는 감정인데 '행복'이라는 단어와 딱 맞는 것 같다. 촬영이 고단해도 행복이 있으니까 즐겁다. 아기가 제 사진이나 TV에 나온 걸 보면 아빠란 걸 안다. '성난황소' 캐릭터 사진을 보고 '이건 누구예요' 하더니 잠깐 생각하더라. '아빠 아니야, 할부지 할부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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