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의 레이커스, '승률 5할 돌파'도 뉴스가 된다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1.1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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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제임스.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가 3연승을 거두며 시즌 7승6패를 기록, 승률 5할을 넘어섰다.

12일(한국시간) 벌어진 애틀랜타 호크스(3승10패)와 홈경기에서 레이커스는 경기 종료 직전 타이슨 챈들러의 핑거 팁 블록샷으로 107-106 신승을 거두고 이번 시즌 첫 3연승을 달리며 승률 5할 위쪽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사실 통산 16회 NBA 우승 배너를 갖고 있는 레이커스가 시즌 승률 5할 위로 올라섰다는 것은 뉴스거리도 아니어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사정이 다르다. 레이커스가 마지막으로 정규시즌에서 승률 5할 위에 있었던 것이 무려 2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레이커스는 지난 2016년 11월23일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111-109로 꺾고 시즌 8승7패를 기록한 후 단 한 번도 승률이 5할 위쪽에 있었던 적이 없다. 그 시즌에 레이커스는 단 26승(56패)에 그쳤고 2017-2018시즌엔 35승(47패)으로 다소 좋아졌지만 역시 승률 5할과는 거리가 멀었다.

2년 전 마지막으로 레이커스가 시즌 승률 5할을 넘었을 때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 가운데 지금도 팀에 있는 선수는 당시 루키였던 브랜던 잉그럼과 이비카 주바치, 단 2명뿐이다. 지금은 그 때와 완전히 다른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현 멤버들 중에는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승리하는 느낌을 누려본 선수가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최소한 마지막 3경기에서 연승행진을 달리기 전까지는.


물론 레이커스가 아무리 오랜 기간 침체기를 보냈다고 해도 승률 5할선 위로 올라선 것을 놓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기뻐할 구단은 아니다. 시즌 목표를 세울 때도 승률 5할 복귀 같은 말은 거론되지 않는다. 물론 험난한 서부지구에서 승률 5할 위로 올라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레이커스 자신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승률 5할 복귀를 팀의 목표로 삼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레이커스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많은 사람들은 르브론 제임스가 합류하고 롤 플레이어 역할을 맡은 베테랑들이 조연 역할을 맡아 레이커스의 유망주들을 이끈다면 충분히 플레이오프 도전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아직도 레이커스가 강호들이 즐비한 서부지구에서 플레이오프에 도전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첫 13경기를 치르면서 레이커스 시즌에 대한 느낌은 아직도 이런 혼란한 모습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되면서도 상당수 경기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레이커스가 플레이오프에 갈 만한 팀인지 아닌지를 놓고도 아직 선뜻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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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레이커스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당장 이번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애틀랜타와의 경기 내용도 경기를 뜯어보면 결코 레이커스가 만족하기 힘들다. 경기 전까지 3승9패로 리그 최하위권에 있던 팀을 상대로 15점 차 리드를 잡았다가 승기를 굳히지 못하고 막판 충격적인 역전패 일보 직전까지 끌려갔고 종료 버저와 거의 동시에 챈들러의 핑거 팁 블록샷으로 간신히 승리를 지켜냈다.

새로 가세한 챈들러가 골밑 디펜스 측면에서 확실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과 연승행진을 3경기째로 이어간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그에 앞서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피 말리는 피니시로 만든 것은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답답해 하는 것은 레이커스 팬들만이 아니었다. 레이커스 구단 내에서도 이제 겨우 시즌이 시작 단계임에도 불협화음이 터져 나온 것은 그 때문이었다. 구단 사장인 매직 존슨이 루크 월튼 감독을 사장실로 불러들여 온 건물에 다 들리게 고성을 지르고 욕설이 섞인 말로 팀의 부진한 출발을 책망한 것은 한동안 리그의 화제가 된 바 있다. 레이커스의 드라마가 헐리우드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처럼 폭발 직전에 간 것은 존슨 사장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팀의 기둥인 르브론 제임스 역시 팀의 이런 시원치 못한 출발에 속된 말로 ‘뚜껑이 열리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임스는 당시 한 기자에게 “내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 내 옆에 있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고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선 “거의 인내의 한계에 달해 깨지기 직전까지 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제임스는 야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겉으로 보기엔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지난 주에 난 거의 멘탈이 붕괴될 지경에 처해 있었다”면서 “내게 ‘네가 스스로 이 곳에 올 때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었느냐’고 말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호흡을 가다듬고 이 팀이 젊은 팀이다. 성장하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되뇌었다. 앞으로도 계속 인내심을 가져야 하기에 그런 과정을 거친 것은 내게도 좋은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그는 “우리는 지금 좋은 경기를 하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그런 좋은 습관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이커스는 시즌을 3연패로 출발한 뒤 이후 10경기에서 7승3패를 기록하며 조금씩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이지만 챈들러가 가세한 이후 골밑 디펜스에서는 전보다 확실히 향상된 면모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8년 연속으로 NBA 파이널스까지 진출하며 이렇게 고생하는 것에 전혀 익숙하지 않았던 제임스도 이제 인내심의 중요성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현재 NBA 서부지구 순위를 보면 유타 재즈(6승6패)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6승6패), 휴스턴 로케츠(5승7패)가 모두 레이커스 밑에 있다. 유타와 뉴올리언스, 휴스턴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서부지구 4강팀들이다. 부상 등 다른 이유도 있지만 이들 강호들마저 초반에 이렇게 고전하는 것은 서부지구가 얼마나 험난한 지를 말해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어쨌든 레이커스가 이런 팀들보다 잠깐이나마 위에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와 존슨뿐 아니라 레이커스의 팬들에게도 인내심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시즌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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