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방망이' 두산 팬들도 울고 두산 벤치도 울었다 [KS 현장에서]

인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11.10 06:04 / 조회 : 4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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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역전 투런포를 친 뒤 포효하는 정수빈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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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의 결승포 순간 두산 벤치의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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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의 홈런 순간, 3루 관중석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7회까지 SK에 0-1로 끌려갈 때만 해도 두산은 패색이 짙어 보였다. 두산 타자들은 좀처럼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이어진 8회초. 1사 1루 기회. 타석에 정수빈이 들어섰다. 초구와 2구째 모두 볼. 3구째는 파울. 2-1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정수빈이 제대로 한 방을 노리고 들어갔다.

이 시각, 두산 팬들이 자리 잡은 3루 관중석 쪽에서는 간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들은 정수빈 타석 때 산체스가 견제구를 뿌리자 야유 섞인 응원 구호를 외쳤다. 또 남성 팬들은 '정수빈'을, 여성 팬들은 '안타'를 번갈아 가면서 소리쳤다.

바로 이때. SK 산체스의 153km 강속구를 정수빈이 힘 있게 받아쳤다. 극단적으로 짧게 쥔 그의 '반 토막 방망이'에 공이 정타로 맞았다. 1루 쪽, 3루 쪽 그리고 외야를 비롯한 경기장 전체가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얼마 후 정수빈은 홈런임을 직감한 듯 양 손을 번쩍 들며 포효했다.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 그제야 두산 팬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기 시작했다. 일부 두산 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극적인 역전 투런포였다.

관중석뿐만 아니라 두산 벤치도 열광의 도가니였다. 정수빈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두산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수빈을 때리며 격하게 반겼다. 선발 투수였던 린드블럼도, 오재일 대신 5회 교체 투입된 류지혁도 정수빈을 꽉 끌어안은 채 교감했다. 시리즈 3차전까지 안타가 없다가 4차전 14타석 만에 첫 안타를 친 박건우는 정수빈과 포옹을 나눈 뒤 눈가를 훔쳤다.

경기 후 두산 김태형 감독은 "정수빈이 홈런을 칠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다"면서 "맞는 순간엔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한동민이 타구를 따라가는 걸 보고 잡히는 줄 알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저쪽(SK)도 그렇고, 우리 쪽도 그렇고, 큰 것 한 방이 어느 팀에서든 나오면 끝날 거라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4차전 영웅' 정수빈은 경기 후 "찬스가 초반에 무산돼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타이밍에 제가 한 번 분위기를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큰 것 한 방이면 흐름이 넘어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배트에 맞을 때에는 장외 홈런이라 생각했는데"라고 농담을 섞은 뒤 "생각보다 안 뻗어 나가 불안한 면도 있었다. 배트를 짧게 잡아도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곳에 맞으면 멀리 나갈 거라 봤다. 좋은 타이밍에 맞아 홈런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분위기가 점점 가라앉는 상황서 나온 극적인 역전 투런포. 한국시리즈 4차전은 두산 팬들 그리고 두산 선수단 모두의 염원이 통했던 경기로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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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정수빈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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