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취 후'... 빗속 두산 팬들 사인 요청에 '훈훈했던 곰들의 마음씨' [KS 현장에서]

인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11.09 06:04 / 조회 : 2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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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팬과 사진을 찍고 있는 두산 린드블럼 /사진=김우종 기자

8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새벽부터 내린 비로 그라운드가 흠뻑 젖었다. 결국 오후 4시께 우천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앞서 홈 팀 SK 선수들은 경기장에 일찍 나와 훈련을 마무리했다. 비슷한 시각, 두산 선수단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비가 내렸고, 경기가 취소됐지만 원정 숙소에서 마냥 쉬는 건 아니었다. 아니 쉴 수가 없었다. 두산은 지난 7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2-7로 패배,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몰렸다. 이제 한 경기를 더 내줄 경우, 사실상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

더욱이 한국시리즈에 일찌감치 선착한 두산은 체력 회복보다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리는 게 중요했다. 두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이날 실내에서 훈련을 소화하며 굵은 땀을 흘렸다.

시계 바늘은 오후 6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경기장을 떠났고, 코치진과 선수들도 하나둘씩 경기장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경기장 바깥에는 두산 선수단 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선수들이 버스로 향하는 길목에는 원정 응원을 온 두산 팬들도 10여 명 있었다. 가을비로 일찌감치 우천 취소 결정이 내려졌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또 그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오매불망 기다린 팬들이었다.

이날 두산 선수단의 훈련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무거웠다. 두산은 박건우를 비롯해 김재호, 오재일 등이 타격감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팀 내 4번 타자 김재환이 3차전 훈련을 앞두고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정밀 검진 결과 그는 우측 옆구리 외복사근 손상 진단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4차전 출장이 불투명하다.

패배와 부상 그리고 부진. 이렇게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산 선수단은 빗속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훈련을 마친 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나온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는 팬들의 사인 및 사진 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이어 이용찬, 박건우, 정수빈, 오재원, 오재일, 류지혁, 장승현 등이 차례로 나와 팬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에 친절히 응대했다. 유희관은 파이팅을 외쳐주는 팬에게 다정함을 표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

꽤나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사인도 받고 사진도 함께 찍은 아이들, 그리고 팬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어쩌면 선수들에게는 사인 요청이 일상일 수 있겠지만 팬에게는 평생의 한 번 추억이 될 수도 있는 그 순간. 두산 선수단의 따뜻한 마음씨가 가을비 내리는 인천을 물들인 한국시리즈 경기가 없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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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부터 아래로) 후랭코프, 이용찬, 박건우, 정수빈, 오재원, 오재일이 팬들의 사인 및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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