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감독에 욕설... LA 레이커스에 도대체 무슨 일이?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1.06 12:21 / 조회 : 3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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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존슨 LA 레이커스 사장. /AFPBBNews=뉴스1
지금 ‘레이커랜드(Lakerland)'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주말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는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현지시간으로 토요일인 지난 3일 레이커스는 포틀랜드 트레이블레이저스에 원정 가 114-100으로 인상적인 승리를 따냈다. 포틀랜드는 바로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레이커스에 맞대결 16연패의 치욕을 안겨준 팀이다.

하지만 이날 레이커스는 전반 내내 팽팽하던 경기에서 3쿼터 중반부터 앞서가기 시작, 4쿼터 초반 한때 20점 차까지 리드를 벌린 뒤 막판 상대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치고 2014년 3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포틀랜드(시즌 6승3패)를 꺾는 기쁨을 맛봤다. 레이커스가 이번 시즌 승률 5할 이상의 팀을 적지에서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기분 좋은 승리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팀 분위기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푹 꺼지는 데는 채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 안방인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벌어진 토론토 랩터스와 홈경기에서 레이커스는 1쿼터에만 토론토에 25점 차 리드(17-42)를 내주는 최악의 출발을 보인 끝에 107-121로 완패했다.

이날 경기 전 토론토가 팀 최고 스타인 카와이 레너드가 부상으로 뛰지 못한다는 발표를 했을 때만 해도 레이커스에 호재가 되는 듯했으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토론토는 1쿼터 중반 16-0 스퍼트로 리드를 31점 차(41-10)까지 벌린 뒤 결국 1쿼터를 25점 차로 마쳐 레이커스에 구단 역사상 최악의 1쿼터 치욕을 안겼다.


이후 레이커스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맥없이 끌려간 끝에 이번 시즌 처음으로 두 자리 수 점수 차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레이커스 팬들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달갑지 않은 ‘반전 드라마’였다.

문제는 현재 레이커랜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드라마’가 코트 안에서만이 아니라 코트 밖에서도 동시에, 어쩌면 더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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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월튼 LA 레이커스 감독. /AFPBBNews=뉴스1
지난 주 NBA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이슈 중 하나는 레이커스의 전설이자 현 구단 사장인 어빈 매직 존슨이 루크 월튼 감독을 사장실로 불러놓고 엄청나게 야단을 쳤다는 것이었다. ESPN이 익명의 소식통 제보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레이커스가 2승5패로 부진한 출발을 보인 것에 격분한 존슨은 월튼 감독을 사장실로 불러들여 작심한 듯 야단을 쳤는데 얼마나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는지 사장실 밖에서도 방안 상황을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존슨의 분노가 어느 정도였다면 월튼이 존슨의 말에 대답하려고 시도하면 오히려 중간에서 자기 말을 끊었다고 펄펄 뛰며 욕설을 내뱉을 정도였다는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NBA에서 구단 사장과 감독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점잖은’ 대화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던 모양이다.

이런 존슨의 격분은 자신이 프리시즌 인터뷰에서 했던 말과 정면으로 상충되는 것으로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르브론 제임스가 가세했지만 레이커스가 당장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인내심을 갖고 팀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도 인내심을 강조했던 그가 정작 시즌 시작 후 단 7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감독을 방에 불러들여 “도대체 팀을 가지고 뭘 하고 있느냐”면서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감정에 복받쳐 욕설부터 퍼부은 것은 제대로 된 사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더구나 2승5패가 된 그 시점에서 레이커스는 적지에서 샌안토니오와 미네소타에 연속으로 4점 차 패배를 당하기 했으나 매 경기 승리에 매우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존슨의 이런 행동은 더욱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사실이 새어나가면서 곧바로 월튼 감독이 조만간 해고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자 존슨은 4일 토론토와 홈 경기 직전 스테이플스센터 복도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던 LA타임스 기자들이 모여 서 있는 곳으로 찾아와 사건에 대한 해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 월튼 감독 사이의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별 일 아니었다. 레이커랜드엔 아무 문제도 없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신의 격노를 선수 시절부터 이기기 위해선 그 어떤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 측면에서 설명한 그는 “나와 루크(월튼 감독)는 좋은 관계다. 하지만 나는 내 역할을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월튼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까지 마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일어나지 않을 만한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그럴 것”이라며 “현재는 월튼을 해임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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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 /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그동안 인내심을 강조해온 레이커스 프런트 오피스에 그렇게 인내심이 많이 있지 않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코트 안에서 제임스도 종종 인내심을 시험당하는 듯한 장면이 등장하고 있다. 만약 레이커스의 고전이 시즌 중반까지 계속된다면 르브론과 존슨의 인내심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레이커스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옵션이 별로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현재 레이커스 선수 연봉 총액의 35%는 제임스에게 가 있으며 레이커스가 미래를 위해 키우고 있는 영건 유망주들을 제외하면 트레이드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또 현재 연봉 페이롤이 1억 달러가 넘어 더 이상 연봉을 받아들일 여유도 없다. 선수 교체를 통한 분위기 전환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당연한 타깃은 감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존슨이 제임스와 아무런 교감 없이 단독으로 월튼 감독을 야단칠 것 같지 않다면서 이 에피소드에 제임스의 역할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드라마가 따로 없다.

원래부터 레이커스는 이번 시즌이 아니라 내년 시즌을 목표로 구축된 팀이다. 레이커스는 이번 시즌 동안 팀 빌딩 과정을 진행한 뒤 다음 오프시즌 제임스와 호흡을 맞출 또 한 명의 슈퍼스타를 영입해 본격적으로 NBA 타이틀에 도전한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안에서부터 조급함으로 인해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면서 과연 이런 팀에 어떤 슈퍼스타가 선뜻 합류할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레이커스의 코트 밖 드라마 결말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스토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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