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3일 오전 5시' 커쇼의 결단을 좌우할 3가지 요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1.02 11:22 / 조회 : 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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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 /AFPBBNews=뉴스1
클레이튼 커쇼(30)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LA 다저스와 남은 2년 6500만 달러 계약에서 ‘옵트아웃(남은 계약을 무효화하고 프리에이전트로 나서는 것)'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커쇼는 한국시간으로 3일 오전 5시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원래 데드라인은 한국시간 1일 오후 1시였으나 양측 합의로 40시간 늦춰졌다.

사실 커쇼 같은 톱클래스 선수에게 옵트아웃 결정은 손쉽고 당연한 것이어야 한다. 과거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잭 그레인키 등이 장기 계약의 중간에 옵트아웃하고 FA 시장에 나가 기존보다 더 큰 계약을 거머쥔 경우가 그 이유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커쇼의 구위가 더 이상 최고의 슈퍼 에이스로 꼽기 힘들 정도로 올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 데다 남아 있는 계약 규모도 워낙 상당한 수준이라 이를 포기하고 FA 시장에 나서는 것이 분명히 모험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 내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당연히 커쇼가 옵트아웃을 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옵트아웃을 하고 다년 계약을 할 경우 평균연봉은 떨어져도 총액에선 현재 남은 계약의 2배까지 새 계약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커쇼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커쇼가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찾아 살펴본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영어 표현에 “Father Time is undefeated(시간은 패한 적이 없다)"란 말이 있다. 우리 말의 “세월 앞에 장사 없다”와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시간의 흐름에 끝까지 저항할 수는 없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담고 있다.

커쇼는 내년 3월이면 만 31세가 된다. 사실 투수로서 만 31세는 그리 많은 나이라고 할 수 없지만 커쇼의 경우는 그동안 워낙 많이 던져서인지 올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는 것이 문제다. 그는 지금까지 빅리그에서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쳐 총 2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지난 2000년 이후 만 31세 시즌 이전에 커쇼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CC 사바티아, 펠릭스 에르난데스, 마크 벌리 등 3명뿐이라고 한다. 구위 저하와 부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커쇼의 올해 시즌은 바로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의 빠른 볼 평균구속은 2016년 시속 93.1마일에서 올해 90.9마일로 뚝 떨어졌다. 빠른 볼 구사 비율도 커리어 최저인 41%까지 내려갔고 헛스윙 스트라이크 비중도 11%에 그쳤다. 이는 2016년 15%, 2017년 14%에 비해 훌쩍 떨어진 것이다.

반면 타구 중 정타 비율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6%에서 올해는 35%로 뛰어올랐다. 모든 면에서 올해의 커쇼는 전성기 때는 물론 부상으로 고생했던 지난 2년에 비해서도 뚜렷한 하락세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커쇼는 아직도 리그 정상급 투수라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그의 구위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원래 떨어지기 시작한 출발점이 역대 최고의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커쇼는 과거 위력적인 강속구를 앞세운 투수에서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를 앞세우는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여준 투구는 그가 전과는 다르지만 아직도 위력적인 에이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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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 /AFPBBNews=뉴스1
■옵트아웃 이해득실 계산

커쇼에게 남은 2년 계약의 연봉 액수는 2019년 3200만 달러, 2020년 3300만 달러 등 6500만 달러다. 하지만 여기에 계약금의 분할지급액을 합치면 개런티된 액수는 7000만 달러를 넘어간다. 옵트아웃을 한다는 것은 이미 보장돼 있는 7000만 달러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7000만 달러보다 더 큰 계약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옵트아웃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계약은 가능할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예스’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커쇼의 새 계약 목표가 평균연봉 3250만 달러 이상이 아니라 총액 7000만 달러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연봉 시세로 볼 때 다음 2년간 커쇼의 평균연봉(3250만달러)을 넘는 규모의 장기 계약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커쇼가 FA로 나설 경우 새 계약은 평균연봉에서 지금보다 상당히 떨어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하지만 5년 이상의 계약을 얻는다면 총액이 지금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상 그의 커리어에서 마지막 계약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옵트아웃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아직 고려할 사안이 하나 더 남았다. 만약 옵트아웃을 하지 않고 2년 계약을 마친 뒤 다시 FA로 나서는 것과 비교해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2020시즌을 끝내고 만 33세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FA로 재계약을 한다면 그 때 그의 몸값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사실 예측이 함들다. 2년 후 커쇼의 커리어가 어느 정도일지도 고려해야 하지만 그 때 마켓 상황이 어떻게 변해있을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쇼의 커리어가 갑자기 곤두박질하지 않는다는 것과 마켓 상황이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면 2년 뒤 2년 계약 정도로도 상당한 수준의 계약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즉 현재 보장된 7000만달러에 2년 뒤 얻을 계약 액수와 지금 FA 시장에 나가 얻을 계약을 비교해야 하는 셈이다. 이 경우 선뜻 어느 쪽이 더 유리하다고 말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커쇼 입장에서 커리어 전체를 몸담은 다저스를 떠나는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데뷔 후 11년을 뛰며 역대 최고의 커리어를 쌓은 팀을 떠나기가 쉬울 리 없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조건을 비교해 큰 차이가 없거나,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장기간 몸 담아온 팀을 떠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정도라면 다저스에 잔류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커쇼 입장에서 보면 일단 옵트아웃을 하고 FA가 된 후 다저스와 다시 재계약을 할 수도 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실제로 옵트아웃 후 FA가 되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당사자라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팀들이 가세하게 되면 의도했던 것들도 달라질 수 있어 FA 선언을 하는 것은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마음 자세가 따라야 한다.

그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이번 옵트아웃 데드라인이 양측의 합의로 늦춰졌다는 사실이다. 양측 간에 기존 계약의 기간을 늘리면서 평균연봉은 낮추는 쪽으로 수정하는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즉 사실상 FA로 나서 받게 될 계약을 다저스와 사전 합의를 통해 얻는 방안이다. 커쇼는 물론 다저스 입장에서도 충분히 생각할 만한 방안이다.

아직 30세로 나이가 많다고 할 수만은 없는 그가 다음 2년간 전성기는 아니더라도 지난해 수준의 구위만 회복한다고 해도 다저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커쇼의 지난해 성적은 18승4패, 평균자책점 2.31이었다.

그렇다면 올해 성적은 어떨까. 9승5패, 평균자책점 2.73이었다. 시즌 후반기에 6승1패를 거뒀고 그의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을 채웠다면 내셔널리그(NL) 4위에 해당된다. 다저스가 절대로 커쇼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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