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류현진을 믿지 못했나" 美에서도 나온 질타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0.26 10:41 / 조회 : 6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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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 가는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왼쪽에서 2번째) /AFPBBNews=뉴스1
25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2차전이 끝난 직후 미국 내 월드시리즈 전담방송사인 폭스 TV를 통해 방송된 '월드시리즈 포스트게임쇼'에서는 이날 경기에서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보여준 투수 용병술에 대한 질타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데이비드 오티스, 프랭크 토머스 등 폭스 TV의 MLB 슈퍼스타 출신 해설위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다저스가 2-1로 앞서가던 5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선발투수 류현진을 라이언 매드슨으로 교체한 로버츠 감독의 결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이 이번 포스트시즌에 보여주고 있는 전술에 문제가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의 전설급 선수 출신인 3명이 일제히 이처럼 한 감독의 전술에 이구동성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오티스는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멤버로 밤비노의 저주를 깨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 로버츠와 팀 메이트였다. 하지만 옛 동료라고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눈감아 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이들의 비판은 경기가 끝난 뒤 좋지 않은 결과에 기초해 나온 것이 아니었다. 5회말 로버츠 감독이 나와 류현진을 매드슨으로 교체하는 순간 당장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특히 이들 3명은 모두 로버츠 감독이 팀이 앞서 있는 상황에서 그때까지 투구 수가 69개에 불과했던 류현진을 교체한 것은 성급했다는 데 의견을 일치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대화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진행자) 어제 1차전에서 매드슨이 중대한 고비에서 나와 (J.D.) 마르티네스를 빠른 볼로 삼진 처리했다. 그런데도 오늘은 매드슨이 나온 것을 보자마자 매우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

▶토머스 : 같은 우물을 너무 자주 찾아간 것이 문제다. 밀워키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그랬고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 또 (매드슨에게) 갔다. (매드슨은 전날 클레이튼 커쇼에게 물려받은 주자 2명의 득점을 허용했고 이날도 류현진의 주자 3명이 모두 득점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팀은 가능하면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같은 선수를 비슷한 상황에서 계속 내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다저스는 불펜에 뛰어난 투수들이 많다. 왜 그들을 활용하지 않나.

▶로드리게스 : 류현진을 꼭 거기서 빼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앤드루) 베닌텐디를 상대로 그(류현진)는 볼카운트 3-2에서 그의 스윙을 끌어내기 위해 2~3개의 아주 좋은 변화구를 던졌다. 결국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나는 그가 (다음 타자인 스티브) 피어스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이날 피어스를 잘 다뤘다(1회 1루수 뜬공, 3회 3루수 뜬공). 그를 믿고 피어스를 잡을 기회를 줬어야 했다.

-(진행자) 그 상황에서 류현진을 계속 던지게 했어야 한다는 말인가.

▶로드리게스 : 왜 안 되나? 나는 류현진이 베닌텐디를 상대로 '피치 어라운드'(pitched around-유인하는 투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날 피어스를 (두 번이나) 힘들이지 않고 잡아냈다. 왜 한 번 더는 안 되는가.

-(진행자, 오티스에게) 당신도 류현진을 계속 던지게 해야 했다고 믿는가.

▶오티스 : 그렇다. 류현진은 이날 아주 잘 던지고 있었다. 홈 플레이트 양쪽을 모두 잘 활용하고 있었고 변화구도 잘 던지고 있었다. 그를 계속 던지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토머스 : 그 때까지 류현진의 투구 수는 69개에 불과했다. 69개다. 그는 오늘 밤 정말 잘 던지고 있었다.

▶로드리게스 : 그리고 만약 류현진이 피어스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미 밀워키와 시리즈 때도 말한 바 있지만 결론은 선발투수가 5~6이닝을 버텨주지 못하면 어차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선발투수가 켄리 잰슨 쪽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갈 수 있도록 허락해야 했다.

-(진행자) 일리 있는 포인트다. 다저스는 올해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이 메이저리그 1위이다. 선발투수가 강점인 팀인데 시리즈 첫 두 경기 선발 등판은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투구 수가 69개인데 더 던질 기회조차 없었다. 이런 식으론 이길 수 없다.

▶로드리게스 : 5회말 2-1로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는 잊지 마라. 과거 페르난도 매니아(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돌풍)와 (오럴) 허셔이저 때를 생각해 보라. 선발투수들에게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하고 탈출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기회를 줘야 한다. 그들은 '빅 보이'들이고 여기는 월드시리즈 무대다. 지금 다저스는 마치 지팡이에 의존하는 것처럼 불펜에 의지하려 하고 있다. 불펜으로 너무 빨리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미리 짜놓은 계획의 틀에 맞춰서 하는 야구는 10월에는 통하지 않는다(Scripted baseball does not work in 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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