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중간결산] #태풍 #쿠니무라 준 사과 #정상화..결국 맑음 ①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0.08 07:00 / 조회 :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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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개막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낸 스타들/사진=김창현, 김휘선 기자


지난 4일 개막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반환점을 돌았다.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로 첫 출범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태풍으로 진통을 톡톡히 겪었다. 개막 이틀 뒤 부산을 강타한 태풍으로 6일 야외 무대를 긴급히 취소해야 했다. 사람들이 가장 몰리는 영화제 첫 주말에 태풍이 들이닥치자 분위기가 적잖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태풍이 지나가고 맑은 햇살이 다시 비친 것처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조금씩 정상을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예정됐던 행사는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정상 진행됐다. 취소됐던 여러 행사들은 유아인, 호소다 마모루 등 국내외 게스트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사로 재개돼 태풍에도 모인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징은 정상화다. 개막식에서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공동으로 개막선언을 했다. 이번 개막선언은 영화제 시작을 알리는 예년과 달리 특별히 정상화 원년을 선언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 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구조과정을 다른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빚어진 그동안의 불신을 씻고 영화제의 정상화 원년을 선언함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다짐한다는 계획으로 시작했다.

확실히 지난 2년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활기가 늘었다. '다이빙벨' 사퇴 이후 보이콧을 선언했던 9개 영화단체가 모두 참여하면서 영화제를 찾은 감독, 배우, 제작자들이 크게 늘었다. 2년 동안 사라졌던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 파티가 재개된 것도 영향을 줬다. 부산영화제에서 미팅을 잡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파티를 만끽했다. '신과 함께'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 새롭게 영화시장으로 뛰어든 스튜디오엔, 영화수입배급사협회 등 여러 단체와 회사들이 파티를 열어 영화제 분위기를 달구는데 일조했다.

관객들은 영화제를 즐기고 있다. 열혈 영화팬들은 태풍을 뚫고 극장을 찾았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면서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을 기쁘게 했다.

영화제 초반 화제작은 단연 오손 웰스 감독의 미완성 유작으로 40년만에 완성된 '바람의 저편'. 넷플릭스에서 복원한 '바람의 저편'은 지난 8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바람의 저편'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아시아 최초 공개됐다. 영화팬들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였던 터.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수확이 될 조짐을 보인다. 최희서의 '아워바디'와 김향기의 '영주'는 배우들의 연기로 찬사를 얻은 작품들. 개막작인 '뷰티풀 데이즈' 반응도 호평이다.

대만 스타 류이호가 출연한 로맨스 영화 '모어 댄 블루'는 오픈 시네마 중 가장 예매율이 높아 그의 인기를 실감시켰다. 태국 감독 푸티퐁 아룬펭의 '만타 레이'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대상을 받은 작품. 부산영화제 '컬러 오브 아시아' 프로젝트 지원을 받은 단편을 확장해 장편으로 만들었다. 첫 상영 이후 관객들의 호응이 크다. 제작자 제이슨 블룸이 이번 영화제를 찾은 '할로윈'은 공포영화팬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11/9'는 감독의 유명세로 2회 상영 모두 많은 관객이 몰렸다.

티켓 예매율은 전반부까지 지난해 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태풍 여파에도 불구하고 5일과 6일 야외상영관에서 진행된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안녕, 티라노'와 '원 네이션 원 킹'에 빈 좌석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관객이 찾았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태풍으로 행사가 취소됐는데도 비바람을 뚫고 현장을 찾아 기다려 준 관객들을 만났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퍼스트맨',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래의 미라이', 아쉬가르 파라디의 '누구나 아는 비밀' 등 세계적인 화제작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6일 개막한 아시아필름마켓은 지난해보다 참여자가 56% 가량 늘었다. 바이어는 32개국 425명, 세일즈부스는 23개국 168개 업체를 기록했다. 필리핀영화개발위원회는 다수의 필리핀 영화사와 함께 공동부스를 개설해 참가한다. 'E-IP'(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 마켓 행사는 올해 처음으로 영화 영상화에 적합한 일본 도서와 중국권 도서 12편을 합류시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아졌긴 하지만 아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부산영화제를 찾은 영화배우들과 감독, 영화인들이 늘긴 했지만 전성기에 비하면 여전히 적다. 해외 게스트와 영화들은 영화제 인력 변경 때문인지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화제 초반 화제작들 상당수가 한국 개봉을 앞둔 수입영화들인 점도 지적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앞서 열린 칸, 베니스 등 해외 영화제 화제작들을 매년 선보여왔다. 이런 화제작들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선보인 뒤 곧장 한국에서 개봉한다. '바람의 저편'과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등 베니스영화제에서 선보인 넷플릭스 영화들도 이번 부산영화제가 끝나면 곧 한국에서 스트리밍서비스된다.

이는 영화제와 수입사들로선 윈윈 전략이긴 하지만 이 영화들 외에 화제작이 적다는 건, 특히 아시아 영화 화제작이 적다는 건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빈자리가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매끄럽지 않은 진행도 눈에 띄었다.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일본배우 쿠니무라 준에게 욱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돌출 질문에 대해 영화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중국영화 '초연' 기자회견에서 튀어나온 판빙빙 사건에 대한 질문 역시 마찬가지. 이 같은 미숙한 진행은 영화제 곳곳에서 목격됐다.

결국 부산영화제는 전양준 집행위원장 명의로 쿠니무라 준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이번 영화제 전반부를 상징하는 듯한 발표였다.

올해 개막 선언을 같이 한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입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이는 이번 영화제의 많은 것을 상징한다.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체제로 바뀌었지만 과거 집행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 시절보다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김동호 전 이사장과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 시절 만들어진 현재의 옥상옥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노출시켰다.

정상화 원년을 선언한 건,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외형적인 정상화도 필요하지만 내실을 다지는 건 더욱 중요하다. 그간 받은 상처들이 회복되기까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큰 위기를 지나 보낸 부산국제영화제가 태풍이 지나고 맑은 날씨가 온 것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지, 이번 영화제는 12일 폐막작 '엽문 외전' 상영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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