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 "'미션' 나도 이완익이 이완용인 줄 알았다" ⓛ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0.0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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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영화 '돌멩이'로 찾은 김의성과 스타뉴스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사진=김휘선 기자


태풍이 지나간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앞바다는 여전히 거친 파도가 몰아쳤지만 하늘은 구름 사이로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가 한창인 해운대 그랜드 호텔 로비로 김의성이 뚜벅뚜벅 걸어들어왔다. 그와 우연히 만나 제법 긴 이야기를 나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다시 한 번 '명존세'(명치를 X나 세게 때려 주고 싶을 만큼 악당 연기를 잘한다며 붙여진 별명) 돌풍을 일으킨 김의성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송윤아와 호흡을 맞춘 영화 '돌멩이'로 찾았다.

사실 김의성과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은 제법 길다. 연기 활동을 중단하기 전, 1회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했다. 2회에는 개막식 사회도 봤다. 스스로는 "지금처럼 화려할 때가 아니라 나 같은 사람도 사회를 볼 수 있었다"고 하지만.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여파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개막식 레드카펫에 지지 피켓을 들고 서기도 했다.


태풍이 지나가고 여전히 파도는 거칠지만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김의성을 만난 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어떤 모습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돌멩이'(감독 김정식)는 불미스런 일에 휘말린 지적 장애인 석구를 둘러싸고 그를 옹호하는 마을 성당의 신부(김의성)와 석구의 범죄를 확신하는 쉼터 선생님(송윤아)의 이야기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그 시점이 영화 '창궐' 촬영 막바지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 시작에 맞물려 있었는데.

▶'골든슬럼버' 제작사인 영화사집에 있던 송대찬 프로듀서가 마침 제작사를 새로 차렸다. 영화를 찍을 때 너무 좋은 사람이기도 하고, 특별히 빚진 건 없는 데 빚을 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도 좋긴 했지만 송 대표와의 인연으로 같이 하게 됐다. 일정들이 맞물려 힘이 들긴 했다. 빚을 너무 세게 갚은 것 같다.(웃음)


-최근 작품들 중에서 드물게 악역이 아닌 것 같은데.

▶나 스스로는 그렇다고 착한 역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세계를 확고하게 갖고 있다가 나중에 크게 깨닫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좋아서 참여한 것이기도 하다.

-백만번쯤 들은 이야기겠지만 왜 악역을 계속 하나. 악역이 계속 주어져서 그런가, 아니면 악역이 좋아서 하는 것인가.

▶백만번쯤 답한 이야기지만 전자가 90% 정도라면 후자가 10% 정도 된다. 우선 50대 남자배우에게 착한 역이 별로 없다. 주인공이 아닌 이상. 실제로 이 사회에서 그 또래가 맡고 있는 역할이기도 하고. 게다가 이야기 속에서 악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기에 잘 쓰이지 않는다.

한편으론 아버지 역할을 간간이 하고는 있지만 가급적이면 누구의 아버지가 아닌 남자 사람 역을 하고 싶단 바람이 있다. 외모도 눈이 작은 게 내가 봐도 무섭게 생기기 않았나.(웃음)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서 악역을 맡다 보니 즐기게 된 것도 있다. 점점 그러다가 '부산행' 이후 더 즐기게 됐다. 악역은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맡은 이완익 역으로 다시 한번 악역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는데. TV드라마는 영화보다 악역을 연기하는 데 더 제한적이지 않나. 더 단순화해야 한다고 할까.

▶음. 단순하다기 보다 오히려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착한 역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좁은 길을 가야 한다고 할까. 악역은 자유롭게 여러 길을 넓게 갈 수 있다. 배우 입장에선 욕망이 강렬한 게 좋은 캐릭터인데, 악역은 욕망이 강렬하니깐.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이완익이 실존인물인 이완용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했다. 배우도 그랬을테고.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할 땐 사람들이 그 인물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표현하기가 어렵진 않았나.

▶나도 이완익이 이완용인 줄 알았다.(웃음) 드라마에서 죽고 나서 그 뒤 대본 보니 이완용이 등장하더라. 실존인물을 재현하는 게 아니니깐 참고 정도만 한다. 그 뿐 아니라 이완익은 처음부터 누가 해도 못하기가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들의 앞길을 막는 악당인데, 설정부터 지팡이를 짚으며 다리를 절고 함경도 사투리에 일본어, 영어까지 할 줄 안다. 이런 장치들은 배우 입장에선 굉장히 많은 무기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불공평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내가 대단하게 하지 않았는데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장치들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정재가 "너무 잘봤다"며 문자가 왔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정재가 "원래 연기는 남의 총알로 하는 거에요"라고 하더라.(웃음)

-대단한 연기를 안 했다고 하지만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한 배우들 중 가장 일본어를 일본 사람처럼 한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그건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일본 여행을 자주 가긴 했지만 "아리가또 고자이마쓰" 정도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어 대사도 엄청 많고, 옛날말이라 어렵다고 하더라. 엄청 고생했다. 일본어 선생님이 읽어 준 대사를 녹음해서 계속 듣고 따라하고 외웠다. 아예 전혀 몰라서 고생을 하긴 했는데 아예 편견이 없으니깐 잘 따라하게 되더라. 편견이 없어야 잘 따라할 수 있는 법이기도 하고. '미스터 션샤인' 촬영이 길어지면서 6개월을 찍었다. 운이 좋은 게 6개월을 계속 반복하고 따라하다 보니깐 지금도 외울 수 있을 만큼 달달 외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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