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김의성이 밝힌 #악역전문 #설리 #돌멩이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0.07 09:00 / 조회 : 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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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멩이'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김의성이 스타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태풍이 지나간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앞바다는 여전히 거친 파도가 몰아쳤지만하늘은 구름 사이로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가 한창인 해운대 그랜드 호텔 로비로 김의성이 뚜벅뚜벅 걸어들어왔다. 그와 우연히 만나 제법 긴 이야기를 나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다시 한 번 '명존세'(명치를 X나 세게 때려 주고 싶을 만큼 악당 연기를 잘한다며 붙여진 별명) 돌풍을 일으킨 김의성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송윤아와 호흡을 맞춘 영화 '돌멩이'로 찾았다.

사실 김의성과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은 제법 길다. 연기 활동을 중단하기 전, 1회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했다. 2회에는 개막식 사회도 봤다. 스스로는 "지금처럼 화려할 때가 아니라 나 같은 사람도 사회를 볼 수 있었다"고 하지만.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여파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개막식 레드카펫에 지지 피켓을 들고 서기도 했다.

태풍이 지나가고 여전히 파도는 거칠지만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김의성을 만난 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어떤 모습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돌멩이'(감독 김정식)는 불미스런 일에 휘말린 지적 장애인 석구를 둘러싸고 그를 옹호하는 마을 성당의 신부(김의성)와 석구의 범죄를 확신하는 쉼터 선생님(송윤아)의 이야기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그 시점이 영화 '창궐' 촬영 막바지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 시작에 맞물려 있었는데.

▶'골든슬럼버' 제작사인 영화사집에 있던 송대찬 프로듀서가 마침 제작사를 새로 차렸다. 영화를 찍을 때 너무 좋은 사람이기도 하고, 특별히 빚진 건 없는 데 빚을 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도 좋긴 했지만 송 대표와의 인연으로 같이 하게 됐다. 일정들이 맞물려 힘이 들긴 했다. 빚을 너무 세게 갚은 것 같다.(웃음)

-최근 작품들 중에서 드물게 악역이 아닌 것 같은데.

▶나 스스로는 그렇다고 착한 역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세계를 확고하게 갖고 있다가 나중에 크게 깨닫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좋아서 참여한 것이기도 하다.

-백만번쯤 들은 이야기겠지만 왜 악역을 계속 하나. 악역이 계속 주어져서 그런가, 아니면 악역이 좋아서 하는 것인가.

▶백만번쯤 답한 이야기지만 전자가 90% 정도라면 후자가 10% 정도 된다. 우선 50대 남자배우에게 착한 역이 별로 없다. 주인공이 아닌 이상. 실제로 이 사회에서 그 또래가 맡고 있는 역할이기도 하고. 게다가 이야기 속에서 악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기에 잘 쓰이지 않는다.

한편으론 아버지 역할을 간간이 하고는 있지만 가급적이면 누구의 아버지가 아닌 남자 사람 역을 하고 싶단 바람이 있다. 외모도 눈이 작은 게 내가 봐도 무섭게 생기기 않았나.(웃음)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서 악역을 맡다 보니 즐기게 된 것도 있다. 점점 그러다가 '부산행' 이후 더 즐기게 됐다. 악역은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맡은 이완익 역으로 다시 한번 악역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는데. TV드라마는 영화보다 악역을 연기하는 데 더 제한적이지 않나. 더 단순화해야 한다고 할까.

▶음. 단순하다기 보다 오히려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착한 역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좁은 길을 가야 한다고 할까. 악역은 자유롭게 여러 길을 넓게 갈 수 있다. 배우 입장에선 욕망이 강렬한 게 좋은 캐릭터인데, 악역은 욕망이 강렬하니깐.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이완익이 실존인물인 이완용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했다. 배우도 그랬을테고.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할 땐 사람들이 그 인물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표현하기가 어렵진 않았나.

▶나도 이완익이 이완용인 줄 알았다.(웃음) 드라마에서 죽고 나서 그 뒤 대본 보니 이완용이 등장하더라. 실존인물을 재현하는 게 아니니깐 참고 정도만 한다. 그 뿐 아니라 이완익은 처음부터 누가 해도 못하기가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들의 앞길을 막는 악당인데, 설정부터 지팡이를 짚으며 다리를 절고 함경도 사투리에 일본어, 영어까지 할 줄 안다. 이런 장치들은 배우 입장에선 굉장히 많은 무기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불공평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내가 대단하게 하지 않았는데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장치들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정재가 "너무 잘봤다"며 문자가 왔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정재가 "원래 연기는 남의 총알로 하는 거에요"라고 하더라.(웃음)

-대단한 연기를 안 했다고 하지만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한 배우들 중 가장 일본어를 일본 사람처럼 한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그건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일본 여행을 자주 가긴 했지만 "아리가또 고자이마쓰" 정도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어 대사도 엄청 많고, 옛날말이라 어렵다고 하더라. 엄청 고생했다. 일본어 선생님이 읽어 준 대사를 녹음해서 계속 듣고 따라하고 외웠다. 아예 전혀 몰라서 고생을 하긴 했는데 아예 편견이 없으니깐 잘 따라하게 되더라. 편견이 없어야 잘 따라할 수 있는 법이기도 하고. '미스터 션샤인' 촬영이 길어지면서 6개월을 찍었다. 운이 좋은 게 6개월을 계속 반복하고 따라하다 보니깐 지금도 외울 수 있을 만큼 달달 외우게 됐다.

-'창궐' 제작보고회에서 이완익으로서 사과드린다고 해서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했는데.

▶예전에는 배우가 작품 안에서만 있는 것이지, 굳이 바깥에서도 작품 속 인물로 이야기하는 걸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배우는 연기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 작품 속 인물로 손가락질하거나 아프지 않은 돌멩이를 던진다면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고 생각한다. SNS에서도 예전에는 싸우고 주장하는 글을 많이 올렸다면 지금은 농담을 전하고 즐거움을 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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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멩이'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김의성이 스타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SNS로 한창 싸우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던 시절. 돌이켜보면 김의성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싸웠다. 더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배우로서 남의 일로 싸우게 되면 그 주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한국에선 불이익을 보기 쉽다. 실제로 지난 정권에는 문화 블랙리스트라는 것도 있었고.

▶그 때는 잃을 게 별로 없어서.(웃음) 나를 둘러싼 정치환경, 내 주위를 둘러싼 사회환경. 이런 것들에 대해서 어릴 적부터 고민이 많았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혐오에 기반 하지 않는다면.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연예인들에겐 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다. 연예인이 공인은 아니지만 좀 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전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내 생각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론도 듣고. 그래서 토론도 하고.

-그런데 요즘은 싸우는 대신 웃음을 택하게 된 건.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인가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인가.

▶난 내 의견을 말하고 그에 대한 반론을 듣고 그렇게 토론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건강한 반론이 아니라 일방적인 매도가 돼버리더라. 토론이 아예 안되더라. 게다가 국가기관에서 그런 매도를 쏟아내기도 했다는 게 나중에 밝혀지지 않았나.

뿐만 아니다. 내가 의견을 내면 환호하는 사람들은 원래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다. 내 의견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원래 내 의견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내가 떠드는 이유가 뭘까. 토론과 설득이 아니라 그냥 자기만족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더라.

-설리 SNS에 옹호하는 글을 올려서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설리랑 친해서 그런 글을 올린 것인가, 아니면 어린 여자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지나친 공격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가.

▶둘 다다. 설리 전 남자친구와 친해서 같이 자주 놀았다. 내 친구를 누가 괴롭히나 이런 생각도 없지 않았다. 또 누가 어떻게 살든, 어떤 사진을 올리든, 왜 그렇게 괴롭히나란 생각이 컸다. 좋다, 싫다가 아니라 해라, 마라를 하지 않나. 왜 그렇게 사람들이 남을 가르치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차기작이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인데. 현빈과 '창궐'에 이어 또 한번 호흡을 맞추는데. 개봉을 앞둔 '창궐' 홍보에 드라마 촬영까지 또 정신 없을 것 같은데.

▶현빈이 고생이지 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직 분량이 많지 않아서 괜찮다.(웃음) 송재정 작가가 드라마 'W' 때는 앉아서 만화만 그리면 된다고 했다가 고생시키더니 이번에는 편하게 해주려나 보다. '창궐'은 현빈도 그렇고 장동건도 그렇고 드라마에 주연들로 촬영에 들어가서 정말 바쁘다. 그래서 '창궐'은 나랑 정만식이 열심히 홍보할 생각이다. 정만식에게 "영화 홍보가 아니라 우리 홍보하자"고 했다.(웃음)

-주인공에 대한 욕심은 없나.

▶없다. 주인공은 작품 전체를 끌어가는 막중한 책임과 능력이 필요하다. 난 그런 능력이 없다. 내가 열 몇 신에서 좋은 연기를 하는 것이랑 작품 전체를 책임지면서 끌고 가는 건 전혀 다른 능력이다. 가끔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는 데 그건 작품을 책임지고 끌고 가는 주연배우들의 능력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정말 모든 주연배우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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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멩이'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김의성이 스타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현재 영화계에선 대표 악역이라면 이경영과 김의성이 있는데.

▶이경영 선배랑 비교는 과분한 일이다. 이경영 선배는 20여년을 주연배우로 군림했고, 지금은 배우인생 후반기를 정말 잘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분이다. 난 다시 연기를 시작한지 7년 밖에 안되는 신인배우라 이경영 선배랑 비교가 불가하다. 친하기도 해서 어떤 작품을 보고 "형의 시대는 끝난 것 같아"라고 문자 보내면 "그런다고 네 시대가 오는 건 아냐"라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지낸다.

한편으론 이경영 선배는 잘생겼지 않나. 그 얼굴로는 이제 악역은 그만 하고 멜로를 했으면 좋겠다. 악역쪽 지분은 나한테 넘겨주고.(웃음)

-부산국제영화제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데.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도 했었고. 올해는 정상화 원년을 선언했는데, 특별한 감흥은 어떤가.

▶부산국제영화제에 1회부터 참여했다. 2회 때는 개막식 사회도 맡았다. 그 때는 지금부터 화려하고 규모가 크지 않아서 나 같은 사람도 개막식 사회를 할 수 있었다. 그간 외압도 있었고, 영화제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영화인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상화 되는 데 힘을 보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정상화를 선언했는데, 외형적으로 정상화가 되는 것과 알맹이까지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 다른 문제다. 그것이야말로 숙제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지금은 과도기일텐데 알맹이까지 정상화될 때까지 떠들지 않고 열심히 응원하고 싶다.

-배우 인생 후반부에 영화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재미로 하라면 모르겠지만 의미로는 못할 것 같다. 능력도 안되고.

-그럼 배우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계획 중인가. 오늘도 재미있게가 모토인가.

▶그렇다. 한편으론 요새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잘 죽는 것. 괴롭지 않게 죽는 것. 아무래도 지금이 좋아서 그런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행운인 게 나는 배우로서 놓쳤던 시기가 있다보니 이 나이에도 조금씩이나마 성장할 여지가 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배우로서 더 성장하고 싶다. 그래서 업계에서 소중하고 의미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하게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다가 천천히 내려오고 싶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더라도 어느 현장에서도 선생님이 아닌 선배로 남고 싶다.

-더 오래 꾸준히 하려면, 더 많이 쓰이려면 악역 전문이란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한계가 될 수도 있을텐데.

▶다시 연기를 시작할 때 좋은 선배 한 분이 이미지가 고정되는 걸 절대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이미지가 고정되면 그걸 바꿔서 잘 쓰는 똑똑한 사람들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때는 내가 아무런 이미지도 없을 때인데. 요즘 그 말을 새긴다.

악역 배우. 악역 전문 배우. 아무런 브랜드도 없는 것보다 훨씬 좋다. 김의성을 소개할 때 악역 전문 배우라고 소개되는 게 어떤 브랜드도 없는 것보다 훨씬 좋다.

다만 걱정되는 건, 내가 착한 역을 하면 관객이 언제 저 놈이 뒤통수를 칠까 이런 생각을 하면 어쩌지란 것이다. 괜한 긴장감을 주는 것이니깐.

-그런 긴장감도 중요한 것 같다. 김의성만 줄 수 있는 다른 쓰임새니깐. 사실 최동훈 감독이 준비했던 영화 '도청'이 김의성에겐 그런 다른 쓰임새를 줄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김우빈이 아프면서 영화 제작이 무산됐는데.

▶최동훈 감독과 안수현 대표는 나이를 먹어서도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란 사람들이다. 그 작품은 정말 내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내 나이에 그런 걸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엎어졌을 때는 난 참 운이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빈이가 아픈 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참 미안하고 죄스럽더라.

-규모가 작아도 큰 쓰임이 있는 작품이 있다. '돌멩이'가 그런 경우인데.

▶큰 영화에는 내가 좀 뒤에 있어도 주연 배우들이 앞에서 잘 이끌어 주고, 홍보도 책임을 진다. '돌멩이'는 그 역할을 내가 할 수 밖에 없다. 조금만 내가 더 하면 좀 더 영화를 알릴 수 있으니깐. 아, 역시 주연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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