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남북공동영화제? "구체적 협의 아직"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0.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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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과 현빈,장동건,김희애,유연석,이하늬, 수애 등 톱스타들이 4일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올랐다/사진=김창현,김휘선 기자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를 꼭 이뤄내겠습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인삿말을 통해 관객과 영화인들에게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를 다짐했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당초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영화인 대표 한 명과 함께 이날 개막선언을 할 계획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원년을 선언하는 퍼포먼스였다. 이 같은 내용을 지난달 30일 부산시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하지만 이틀 뒤인 지난 2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4일부터 6일까지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10·4 11주년 민족통일대회'에 남측 방북단 공동대표단장 자격으로 참가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오거돈 부산시장으로선 부산국제영화제 대신 평양행을 선택한 셈이다. 부산시에서 영화제를 앞두고 야심 차게 알린 시장의 정상화 원년 선언 소식은 이틀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오거돈 시장은 영상으로 이날 개막식에서 인삿말을 전했다. 오 시장은 "2018년은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원년의 해이자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라는 대장정의 출발점"이라며 "반드시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를 추진해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앞서 오 시장은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 내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를 주요 의제로 삼겠다고 공개했다. 자신의 계획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통해 한국을 넘어 전세계에 알린 셈이다.

그렇지만 개막식 현장에선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공감보다는 의아스럽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부산시장이 태풍이 부산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안인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보다 평양 방문을 선택한 것도 의아스러운 데다 정상화 원년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일부 영화인들은 오거돈 시장의 평양 방문 소식을 접하고 부산영화제측에 항의하기도 한 터라 남북공동영화제 개최 추진 약속은 뜬금없다는 분위기까지 이어졌다.

더욱이 오 시장의 남북공동영화제 추진은 부산국제영화제측과 긴밀한 협의 끝에 나온 제안도 아니었다. 부산영화제 측은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는 영화제 내부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라 외부에서 전해진 계획인데 구체적인 협의는 아직 없었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지원금 축소와 집행부 고소 등 숱한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그기간 동안 영화제의 소중한 자산인 많은 인력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나기도 했다. 정상화 원년을 선언한 건, 아직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아야 할 첫 주말을 앞두고 태풍까지 찾아와 해운대에서 열릴 행사들을 전부 취소하고 영화의 전당으로 장소를 바꿔야 했다.

현 정부 들어 남북 영화 교류는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활발히 추진되는 사업 중 하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북한영화 9편을 상영했으며, 영화진흥위원회는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를 설립해 남북 영화 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평창에선 남북평화영화제도 개최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다.

남북영화 교류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 정상화까지 갈 길이 먼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분위기에 일조해야 할 일인지, 영화제의 독립은 정권이 바뀌어도 갈 길이 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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