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 산책] '별들의 전쟁'서 류현진은 어떤 활약 보일까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0.02 11:16 / 조회 : 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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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올해 메이저리그, 특히 내셔널리그(NL)의 플레이오프 레이스는 역대 최고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라톤 정규시즌의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고도 레이스가 끝나지 않아 연장전을 치러야 했을 정도로 짜릿짜릿하고 숨 막혔던 뜨거운 열전의 연속이었다.


팀당 162경기 시즌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5개 플레이오프 팀의 시드가 결정되지 않아 플레이오프에서 누가 누구를 상대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대혼란이 펼쳐졌다. 결국 정규시즌을 다 마치고도 2개 지구 우승팀이 가려지지 않아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2개의 타이브레이커 게임을 치르고 나서야 플레이오프 구도가 확정됐다. 5개 플레이오프 팀의 시드 순서가 그야말로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결정된 것이다.

중부지구의 시카고 컵스와 서부지구의 콜로라도 로키스가 모두 1경기 차 리드를 안고 마지막 시리즈에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각각 밀워키 브루어스와 LA 다저스에 추월당해 와일드카드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플레이오프 판도에도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시즌 후반기 내내 NL 최고의 승률을 유지하며 톱시드를 예약한 듯 보였던 컵스가 마지막 순간에 8연승 스퍼트를 한 밀워키에 추월당해 지구 타이틀을 뺏기고 와일드카드로 밀려난 것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컵스는 콜로라도와 벼랑 끝에서 와일드카드 경기로 만나는데 단판 승부라는 것이 워낙 예측불허여서 자칫하면 리그 최고의 팀이 한 경기 만에 플레이오프에서 퇴장할 위험성이 생겼다. 컵스는 콜로라도를 꺾고 살아 남더라도 올해 NL 최고승률을 나눠 가진 밀워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충돌하게 돼 두 팀 모두에 불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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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지구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 선수들 /AFPBBNews=뉴스1
반면 막판 극적으로 콜로라도를 추월하는 데 성공한 다저스는 상당히 운이 따라주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극적으로 살 떨리는 단판 승부인 와일드카드 경기를 피했을 뿐 아니라 이틀을 푹 쉬고 안방에서 이번 포스트시즌 진출팀 가운데 가장 만만해 보이는(?) 상대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만나게 된 것은 대진 운이 따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애틀랜타는 떠오르는 슈퍼스타인 만 20세의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 등 초특급 유망주들이 즐비해 결코 얕볼 수 없는 팀이긴 하지만 사실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에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직까지는 미래의 팀이다. 다저스로선 막강한 컵스나 밀워키를 만나는 것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하다. 어쩌면 콜로라도도 애틀랜타보다 다저스에 더 힘든 상대일지도 모른다.

결국 다저스로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애틀랜타를 꺾고 가장 부담스런 상대들인 컵스와 밀워키, 콜로라도 중 한 팀만 잡으면 월드시리즈에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다저스는 올해 애틀랜타와 총 7차례 맞대결해 5승 2패로 우위를 보였다. 지난 6월 다저스타디움에서 2승 1패를 거뒀고 7월엔 애틀랜타에 가서 4연전을 3승 1패로 마쳤다. 승부는 알 수 없고 절대 방심은 금물이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론 다저스 쪽에 승산이 높은 매치업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저스의 최근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시즌 내내 찬스만 잡으면 지독한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던 타선도 마지막 9경기에서 66점을 뽑아낼 만큼 집중력을 보여주며 시원하게 터지고 있다. 투타의 균형과 함께 불펜과 수비도 안정되면서 누구를 만나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마운드에선 부동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마지막 등판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5이닝 동안 5점을 내주는 등 막판 14번의 등판에서 모두 실점해 예전의 '언터처블' 에이스의 모습은 잃었지만, 오히려 류현진, 워커 뷸러, 리치 힐 등 뒤를 받치는 선발투수들이 모두 뜨거운 상승세에 있어 팀 차원에선 커쇼 한 명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사실 커쇼는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로 인한 부담 때문인지 그동안 플레이오프에서 약한 징크스를 보여 왔고 그것이 되풀이되면서 이를 심적으로 의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과 워커 등 다른 선발투수들이 준에이스급으로 올라서 커쇼에 대한 기대가 다소 수그러드는 현재 분위기에선 오히려 부담 없이 본래의 실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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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확정 이후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류현진과 커쇼는 애틀랜타와 디비전 시리즈 1, 2차전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의 마지막 등판은 지난 9월 29일(한국시간)로 5일 벌어지는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선다면 5일을 쉬고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물론 다저스가 류현진 대신 에이스 커쇼를 1차전 선발로 올릴 수도 있다. 지난달 30일에 등판한 커쇼가 1차전 선발로 나선다면 정상대로 나흘을 쉬고 등판하는 일정이 된다. 나머지 포스트시즌 선발 후보인 리치 힐(10월 1일 등판)과 워커 뷸러(2일 등판)의 경우는 5일 1차전 등판은 힘들기에 1, 2차전은 커쇼와 류현진, 또는 류현진과 커쇼의 순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류현진이 원정 경기보다는 홈에서 훨씬 강했던 것도 고려할 사안이다. 류현진은 올해 다저스타디움에서 9경기에 나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1.15의 눈부신 성적을 남겼다. 원정경기 성적(6경기 2승 1패, 3.58)과 편차가 작지 않다. 다저스 입장에서도 류현진이 원정경기인 3~4차전보다는 홈에서 벌어지는 1, 2차전 중 하나에 선발로 나서는 것이 훨씬 유리하고 현재 일정도 그렇게 하기가 편하게 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어깨 수술에서 2년 만에 돌아와 재기의 포석을 깔기는 했으나 끝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은 류현진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1년 전의 한을 시원하게 씻어낼 기회를 잡았다. 더구나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류현진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은 FA 대박 계약을 향한 쇼케이스 무대나 마찬가지다.

'빅게임 투수'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류현진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진정한 메이저리그의 톱클래스 투수의 단계로 올라서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태 FA 시장에서도 블루칩으로 떠오를 것인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에서 역대 최고의 플레이오프 레이스가 펼쳐졌다면 아메리칸리그에선 보스턴 레드삭스(108승 54패), 휴스턴 애스트로스(103승 59패), 뉴욕 양키스(100승 62패) 등 3개의 100승 팀이 대거 등장해 어마어마한 별들의 전쟁이 예상되고 있다.

역대 최고의 플레이오프 레이스가 역대 최고의 포스트시즌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스타 워즈' 무대에서 류현진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되고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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