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29일 류현진 vs 범가너,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이유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9.28 17:14 / 조회 : 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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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와 콜로라도./AFPBBNews=뉴스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이제 마지막 주말만 남겨놓고 파이널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양대 리그를 합쳐 총 10개의 플레이오프 진출팀 가운데 지금까지 8개 팀이 결정됐지만, 아직도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와 서부지구, 그리고 와일드카드 레이스가 미정 상태로 남아 있다. 게다가 이들 남은 레이스는 모두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치열한 난전으로 전개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역대 처음으로 2개 이상의 타이브레이커 게임이 열리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8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됐는데 남은 레이스가 3개인 것은 중부지구 선두를 다투고 있는 시카고 컵스와 밀워키 브루어스가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됐기 때문이다. 컵스(92승66패)와 밀워키(92승67패)는 최소한 와일드카드는 확보한 상태로 반 게임 차로 지구 선두를 다투고 있는데 단판승부로 시즌의 운명이 결정되는 와일드카드를 피하고 지구 우승을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 경기까지 총력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부지구에선 콜로라도 로키스(89승70패)가 LA 다저스(88승71패)에 1게임 차 앞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콜로라도는 29일(한국시간)부터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마지막 3게임 시리즈에 들어가며 다저스는 ‘앙숙’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 3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지난 주 초 다저스에 원정 3연전 시리즈를 싹쓸이 당해 다저스에 2게임 반 차로 서부지구 2위로 처졌던 콜로라도는 이후 애리조나에 3연승, 필라델피아에 4연승 등 파죽의 7연승을 거두고 단숨에 다저스를 1게임 차로 추월, 구단 역사상 첫 지구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저스는 이제 자력 우승 희망은 사라졌고 주말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싹쓸이 승리를 거둔 뒤 워싱턴이 콜로라도를 최소한 한 번은 꺾어주기를 기도해야 하는 처지다. 물론 다저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2승1패를 거두고 콜로라도가 워싱턴에 1승2패, 또는 3패를 한다면 역시 지구 우승 희망이 있지만 현재 콜로라도의 맹렬한 기세를 보면 그쪽은 아예 기대를 접는 편이 속 편하다.

물론 다저스는 콜로라도 추격에 실패하더라도 와일드카드는 따낼 가능성이 높다.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이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2위 경쟁에서 다저스는 세인트루이스(87승72패)에 한 게임 차로 앞서 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가 컵스와 원정으로 마지막 3경기를 치른다는 것이 다저스에는 유리한 상황이다. 컵스는 밀워키와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지구 우승 레이스를 펼쳐야 하기에 세인트루이스와 3연전에서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밀워키가 예상대로 홈에서 약체 디트로이트를 싹쓸이한다면 컵스도 세인트루이스전을 모두 이겨야 지구 우승을 지켜낼 수 있다. 만약 1패를 당하면 타이브레이커 게임에 나서야 하고 2패를 당하면 와일드카드로 밀리기에 컵스 입장에서도 주말 세인트루이스와 3경기는 모두 피 말리는 ‘머스트-윈’ 게임이다.

만약 컵스가 세인트루이스를 싹쓸이해 준다면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3전 전패를 당해도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나가게 된다. 지구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 입장에선 전혀 원치 않는 시나리오이긴 해도 최소한의 비빌 언덕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다저스 팬들에게 조금 안도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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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AFPBBNews=뉴스1



이번 NL 플레이오프 레이스가 다저스-샌프란시스코와 컵스-세인트루이스 등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치열하고 유서 깊은 라이벌들의 마지막 결투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것은 야구팬들에겐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팀들간의 대결에서 마지막에 어떤 반전 드라마가 터져 나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당초 지난 27일 샌디에이고와 경기에 선발 등판 예정이던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를 쉬게 하고 그를 대신 29일 다저스전 선발로 이동시켰다. 바로 류현진이 나서는 운명의 1차전 경기다. 범가너가 정상대로 샌디에이고전에 등판했더라면 마지막 다저스와 시리즈에는 등판할 수 없기에 아예 이틀을 더 쉬게 하고 선발 등판을 옮긴 것이다. 이 사실만 봐도 샌프란시스코가 다저스를 탈락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자신들은 이미 오래 전에 탈락한 샌프란시스코가 이 정도이니 컵스-세인트루이스전의 긴장감이 어느 정도일지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류현진과 범가너의 대결이 이번 주말의 모든 경기를 통틀어 최고의 ‘하이라이트’ 매치업이 될 전망이다. 다저스는 리치 힐의 등판 순서를 건너뛰게 하고 류현진-클레이튼 커쇼-워커 뷸러의 톱3 선발투수들을 이번 시리즈에 배치해 전승을 노리는 포석을 마쳤다. 선발 매치업을 보면 커쇼(9승5패, 평균자책점 2.53)와 데렉 로드리게스(6승4패, 2.50)가 맞붙는 2차전이나 뷸러(7승5패, 2.76)와 앤드루 수아레스(7승12패, 4.22)가 만나는 3차전은 다저스의 우세가 분명하다. 문제는 1차전이다. 3연전 시리즈에서 첫 판을 패해 기선을 제압 당하면 그대로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기에 단연 가장 중요한 일전인데 여기서 류현진과 범가너가 충돌하는 것이다.

범가너가 어떤 투수인지는 웬만한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너무도 잘 안다. 메이저리그 역사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빅게임 투수’를 꼽으라면 범가너의 이름이 빠질 수 없다. 올해 신통치 못한 성적(6승6패, 3.20)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팀이 무조건 이겨야 하는 빅게임에서 범가너는 거의 ‘넘사벽’이라고 봐야 한다. 류현진으로선 팀의 사활이 걸린 매치업에서 어쩌면 가장 힘겨운 상대를 만난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 역시 ‘빅게임’에서는 저력을 발휘해 온 선수다. 최근 두 번의 등판에서 류현진은 콜로라도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 환상투로 팀을 반 게임 차 선두로 올렸고 샌디에이고전에서 또 6이닝 무실점 역투로 팀의 선두 자리를 지켜내기도 했다. 최근 인터뷰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에 대해 “그는 빅게임 투수”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과연 류현진은 역대 넘버 1 ‘빅게임 투수’를 상대로 ‘코리안 몬스터’의 힘을 보여주며 또 하나의 ‘빅게임 투수’ 명성을 지킬 수 있을까. 정말 기대되는 한판승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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