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NFL산책] 전년 '전패''팀 클리블랜드의 이변인듯 이변 아닌 개막무승부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9.11 10:32 / 조회 : 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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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직후 기뻐하는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선수들 /AFPBBNews=뉴스1


클리블랜드 브라운스는 지난해 시즌을 16전 전패로 마쳤다. 지난 2008년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에 이어 NFL 역사상 단 두 번째로 나온 전패 시즌 기록이었다. 2016년에는 1승15패였다. 지난 2년간 전적은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1승31패, 지난 3년간 성적은 4승44패다. 평균 12번 싸우면 11번을 진 비율이다.


그뿐 아니라 클리블랜드는 지난해까지 15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플레이오프 가뭄 최장기록이기도 하다. 클리블랜드는 지난해 단 1승도 건지지 못한 것을 비롯, 지난 2008년부터 10년간 단 한 번도 승률 5할선을 넘어본 적이 없다. 지난 2014년 7승9패로 ‘반짝’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한 시즌 최다승이 5승에 불과했다. 현 NFL에서 최약체, 최악의 팀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구단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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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와 클리블랜드의 경기 장면 /AFPBBNews=뉴스1


그런 클리블랜드가 10일(한국시간) 막을 올린 2018 NFL 시즌 개막전에서 AFC의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강호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상대로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긴 것도 아니었다. 결과는 21-21. NFL에서는 정말 가끔 한 번씩 나오는 ‘무승부’였다. 클리블랜드는 이날 무승부로 치욕의 17연패 행진을 마감했다.

NFL에서는 4쿼터까지 경기가 동점으로 끝나면 서든데스 플레이오프에 들어간다. ‘서든데스’(Sudden-death)란 양팀 가운데 어느 팀이라도 오버타임에서 먼저 득점에 성공하는 순간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제도로 과거 축구에서 잠시 사용됐던 ‘골든골’ 제도를 생각하면 된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연장전에서 안정환의 결승골이 터진 순간 그대로 경기가 끝난 것이 바로 ‘골든골’의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다.


물론 축구의 골든골 제도에선 골든골이 터지지 않고 연장시간이 종료되면 승부차기를 하지만 NFL에선 정해진 오버타임 시간 내에 어느 팀도 득점을 하지 못하면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다. 물론 이는 정규시즌에만 해당되며 플레이오프 때는 승부가 날 때까지 제2, 제3의 오버타임이 계속 되풀이된다.

오버타임 시간은 지난 2016년까지는 15분이었으나 지난해부터 10분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무승부가 나올 확률도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무승부 경기는 2개가 나왔으나 지난해에는 하나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무승부라는 것이 아니라 클리블랜드가 디비전 라이벌이자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인 피츠버그를 상대로 거의 대등한 경기를 했다는 사실이다. 피츠버그는 지난해 정규시즌에 13승(3패)을 올린 디펜딩 디비전 챔피언이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클리블랜드의 분위기는 우승후보를 상대로 선전해 비겼다는 기분 좋은 쪽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더 커 보였다. 상대인 피츠버그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4쿼터 중반까지 21-7로 앞서간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약체를 상대로 승리에 실패한 것을 아쉽다고 해야 당연하겠지만 사실은 질 수도 있었던 경기를 패하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도 느껴졌다.

클리블랜드의 휴 잭슨 감독은 경기 후 “타이, 타이라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피츠버그의 마이크 탐린 감독은 “도대체 (타이를) 어떻게 느껴야 할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팀 선수들은 모두 “진 것 같은 기분”이라고 입을 모았으나 한편에선 서로 지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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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격려하는 휴 잭슨 클리블랜드 감독 /AFPBBNews=뉴스1


한 마디로 결론은 클리블랜드가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시즌 첫 주 결과를 가지고 시즌을 판단하기란 성급하지만 올해 클리블랜드가 지난해 전패 시즌의 수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사실상 누구나 예측했던 바였다. 당장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리는 없겠지만(사실 그것도 사실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웬만한 상대를 맞아서는 예전처럼 맥없이 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었다. 지난 수년간 바닥을 헤매면서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계속 확보했고 그를 통해 확보한 선수들이 기량이 점점 올라오고 있기에 아무리 클리블랜드라도 계속 ‘동네북’으로 남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날 클리블랜드는 4쿼터에 14점차 열세를 극복하고 동점을 만들어낸 뒤 연장전에서 종료 9초를 남기고 43야드짜리 필드골 찬스까지 만들어냈다. 이 필드골만 성공시켰더라면 극적인 개막전 승리를 따낼 수도 있었으나 필드골이 피츠버그에 블록당하면서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총 야드에서는 피츠버그가 472-327로 150야드 가까이 앞섰으나 클리블랜드가 무려 6개의 턴오버(피츠버그는 1개)를 뽑아내 턴오버 싸움에서 +5를 기록한 것으로 인해 무조건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는 말이 나왔다. 1999년 이후 턴오버 싸움에서 5개 차이로 앞선 팀의 전적이 132승 1무 4패. 공교롭게도 1무 4패 가운데 1무1패는 바로 클리블랜드가 기록했다. 이로 인해 “클리블랜드는 역시 클리블랜드”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날 클리블랜드가 보여준 경기력은 올해의 클리블랜드가 지난해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디펜스에선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뽑힌 2년 차 디펜시브 엔드 마일스 개럿은 이날 수비에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100% 플레이를 하며 2개의 쿼터백 색(sack)을 기록하고 2개의 펌블을 유도하는 눈부신 활약을 했고 올해 드래프트 전체 4번으로 지명된 코너백 덴젤 워드도 인터셉션 2개를 기록하며 수비에서 100% 플레이를 소화해냈다.

반면 오펜스에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드러냈다. 버펄로 빌스에서 이적해 온 쿼터백 타이로드 테일러는 첫 경기에서 40개 패스 중 15개만 성공시키며 197야드 패싱에 그쳤다. 8번의 러싱으로 77야드를 전진한 것으로 패스의 부진을 일부 만회했으나 그가 게임 매니저 타입의 선수로 패싱게임의 약점이 있어 폭발적 파괴력을 기대하긴 힘든 선수라는 점에서 이미 일각에선 올해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한 쿼터백 베이커 메이필드가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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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던지는 타이로드 테일러(오른쪽) /AFPBBNews=뉴스1


만약 메이필드가 오펜스 리더로서 빨리 라인업에 합류할 수 있다면 현재 클리블랜드 디펜스를 감안할 때 예상 밖으로 빠른 반전이 이뤄질 수도 있어 보인다.

클리블랜드의 이번 시즌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사실 완전히 미스터리다. 당장 다음 주에는 또 다른 난적 뉴올리언스 세인츠와의 원정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15년 이상 NFL의 ‘동네북’ 신세였던 팀으로 돌아올 리는 없다는 것이 이날 경기를 지켜본 대부분 팬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과연 클리블랜드가 만년 꼴찌 신세에서 탈출, 이번 시즌에 화끈한 ‘꼴찌 반란’ 스토리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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