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토미 존 수술 발표날 홈런 2방 오타니. 내년엔 타자본색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9.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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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에서 100년만의 투타겸업에 도전한 오타니 쇼혜이(24, LA 에인절스)가 결국 피하고 싶었던 현실에 직면했다. 바로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재건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에인절스는 6일(한국시간) 의료진들이 오타니의 팔꿈치에서 추가 부상을 발견했고 그동안 미뤘던 토미 존 수술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수술대에 오르면 빨라야 2020년에야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에인절스의 이 발표는 사실 별로 쇼킹한 뉴스는 아니었다. 몇 달 전 그의 팔꿈치 이상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사실 누구나 생각했던 바였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구나” “오타니의 커리어는 이제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뉴스는 발표 후 몇 시간 뒤에 필드에서 나왔다. 오타니는 3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경기에서 시즌 17, 18호인 홈런 2방을 포함, 4타수 4안타로 3타점과 4득점을 올리고 볼넷 1개를 골라 메이저리그 진출 후 두 번째 4안타 경기와 첫 번째 5출루 경기를 만들어냈다. 팔꿈치 인대가 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지만 타자로 나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오타니는 필드에서 입증해 냈다. 그와 함께 이제 그가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내년 시즌 바로 복귀해 내년 1년간은 아예 풀타임 타자로 활약하는 또 다른 시나리오가 확실하게 부상했다.

사실 오타니의 팔꿈치에서 찢어진 UCL(Ulnar Collateral Ligament)라 불리는 인대부위가 투수에게는 생명선과 같은 부분이지만 타격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투타 겸업을 하던 오타니가 팔꿈치 인대 부상이 발견된 이후 잠시 부상자명단(DL)에 올랐다가 지명타자로만 먼저 복귀한 것도 팔꿈치 인대 부상이 타격을 하는 것에는 아무런 추가 위험이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오타니는 투타겸업이라는 메이저리그에서 100년간 보지 못했던 특수성으로 인해 보통 선수라면 1년 반에 걸쳐 필드를 떠나야 할 메이저 수술을 받고도 최하 3개월에서 최고 6개월 정도면 필드에 다시 설 수 있는 특별한 능력도 보유했음을 보여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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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존 수술을 받게되면 투수 오타니의 모습은 당분간 보기 힘들다. /AFPBBNews=뉴스1


야후스포츠의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4명의 토미 존 수술 전문의들의 조언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산이 문의한 전문의 4명은 한결같이 오티나가 시즌 종료 직후 수술을 받는다면 수술에 따른 특별한 복합증상이 없는 한 내년 시즌 전체를 지명타자로 뛰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단지 오타니는 지금의 ‘50% 투수+50% 타자’에서 내년엔 ‘100% 타자’로 전환하는 것뿐이다.

오프시즌을 끼고 있기는 하지만 야구선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바로 복귀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오타니에겐 가능한 것이다. 수술은 투수로 받지만 복귀는 타자로 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오타니가 수비를 해야 하는 일반 야수라면 수비 문제가 있어 당장 복귀가 힘들겠지만 타격만 하는 지명타자이기에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게다가 이날 4타수 4안타 2홈런의 맹위가 보여줬던 오타니가 100% 타자로 나선다면 그의 팀 기여도는 50% 투수+50% 타자 구도에 비해 거의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완전한 파트타임 타자로 나선 그이기에 규정타석 미달로 순위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275타석 이상을 기준으로 할 경우 오타니의 장타율 0.579는 J.D. 마르티네스(보스턴), 무키 베츠(보스턴),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 호세 라미레스(클리블랜드), 맥스 먼시(LA 다저스) 등 5명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먼시를 제외하면 모두 리그 MVP급 후보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또 그의 OPS 0.946은 메이저리그 전체 9위에 해당된다. 파트타임으로 뛰었던 타자 오타니가 풀타임으로 전환한다면 과연 어떤 성적을 올릴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파산이 문의한 전문의들은 토미 존 수술 이후 3개월 후면 스윙 훈련이 가능하며 최하 4개월 반에서 최고 6개월이 지나면 풀타임 타자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경우라면 오타니가 지금 시즌을 중단하고 바로 수술을 받을 경우 크리스마스 전에 스윙 훈련에 나설 수 있고 내년 스프링 트레이닝 시작 2주 전이며 풀타임 스윙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이미 별 의미가 없어진 남은 시즌을 포기하고 일찍 수술을 받는다면 내년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기 전에 완벽하게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남은 시즌을 다 마치고 수술을 받는다면 그 스케줄이 2주 정도 미뤄지게 되지만 역시 내년 시즌 타자로 뛸 준비를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그리고 내년 시즌 전체를 타자로 뛴 뒤 2020년 시즌부터 다시 투수로 돌아온다면 수술 후 18개월 이상이나 지났기에 성공적인 컴백 가능성도 아주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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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존 수술로 오히려 타격재능을 보여줄 기회를 얻게된 오타니 /AFPBBNews=뉴스1


이런 사실을 점검하다보니 어쩌면 이번 토미 존 수술은 오타니에게 '보이지 않는 축복'(Blessing in disguise)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지난 스프링 트레이닝 때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 중 어느 쪽으로 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물었다고 주저 없이 투수 쪽을 선택했을 것 같다. 오타니가 시범경기에서 타자로는 형편없는 성적을 올렸던 탓도 있지만 낯선 나라, 낯선 리그에서는 아무래도 플레이를 주도하는 투수 쪽이 상대의 투구에 반응해야 하는 타자보다 적응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번 시즌동안 투수로는 물론 타자로는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며 과연 백년 만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임을 입증했다. 물론 그렇다고 투타를 겸업하면서 극복해야할 모든 관문을 뛰어넘은 것은 아니었다. 투타 겸업의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었고 사실 한쪽으로만 전념하는 것에 비해 투타 모두 적응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부상도 사실 그런 모든 것이 종합돼 나온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타니는 투타에서 모두 파트타임 선수임에도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며 엄청난 포텐셜을 확인시켰다. 이제 내년 풀타임 타자로 뛰며 완전히 빅리그에 적응한다면 그의 가능성은 하늘을 찌를 수도 있어 보인다. 2019년 한해동안 빅리그 타자로 조련을 마친 뒤 그가 투수로 돌아오는 2020년 그의 나이는 만 25세에 불과하다. 올해가 테스트 단계였다면 2020년은 본격적인 이도류의 출발을 알리는 해가 될 것 같다. '한계는 하늘'(The sky's the limit)이라는 말은 오타니를 두고 한 말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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