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단맛쓴맛]'개콘', 뻔함보다 뻔뻔함이 필요할 때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8.08.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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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2018 최고시청률 8.6%, 최저시청률 4.9%. 한국 최고, 간판 개그프로그램이라고 불리던 KBS 2TV '개그콘서트'의 지난 12일까지 시청률 성적표다. 이만하면 시청자 외면이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는 상황. 쓴맛을 제대로 보고 있다.

지난 12일 '개그콘서트'는 4.9%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을 기록했다. 지난 7월 15일 방송분이 기록한 2018 최저시청률 5.0%마저 무너트렸다. 프로그램 관련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개콘=노잼'이라고 표현하는 일부 네티즌들이 생길 정도. 심지어 노골적으로 "안 본지 오래됐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무너졌을까.


'개그콘서트'는 1994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개그맨들이 펼치는 개그를 보며 웃고 즐기는 형식으로 KBS 뿐만 아니라 지상파 간판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청률에 타격을 받기 시작, 지난해 6월 4일(8.5%) 방송분부터 줄곧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개그콘서트'의 이 같은 시청률 하락은 출연자(개그맨), 제작진이 코너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개그를 내놓고 있지만 시청률 반등은 좀처럼 이뤄지고 있지 않다. 매일 같이 이어지는 아이디어 회의에도 불구, 쓰디 쓴 참패를 맛보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가장 큰 약점은 뻔함이다. 이는 수년 간 콩트 형태의 개그를 추구하는 제작진의 수를 이젠 똑똑해진 시청자들이 2, 3주 방송 후엔 패턴을 읽어버리기 때문이다. 단순 콩트 장르만이 문제는 아니다. 보는 재미가 없다는 것도 최근 '개그콘서트'의 현실이다. 최근 코너의 주기를 짧게 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개그를 선보이려는 노력도 있지만, 한정된 틀에 박힌 개그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선정적이나 과격함 등 자극적인 개그가 필요한 게 아니다. 색이 없다는 뜻이다. 이것도 본 듯, 저것도 본 듯한 형태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사실 개그맨들의 연기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홍대 인근에 개그 관련 공연이 소극장에서 눈에 띄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 개그는 과거 '개그콘서트'에서 별도로 나온 것이 아닌, 뜻 있는 개그맨들끼리 새로운 장르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리오쇼, 쇼그맨, 투깝쇼, 코미디몬스터즈 등 팀은 개그콘서트의 무대를 떠나 확장된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개그팀 공연은 어렵지 않다. 끊임없이 떠들어대지 않는다. 몸개그 칠 때 제대로 치고, 떠들 때 제대로 떠든다. 덕분에 제법 마니아 관객들도 생겼다. 이 개그팀의 개그는 자리잡기 전만 해도 뻔뻔해 보였다. 그 뻔뻔함을 꾸준히 갈고 닦은 결과, 보고 싶은 공연까지 오게 됐다.

이 '뻔뻔함'은 과거 '개그콘서트'에서 잘 했던 부분. 풍자, 몸 개그, 콩트 등 다양한 소재로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를 반면교사 삼아 색다른 개그로 승부수를 띄었다. 덕분에 스타 개그맨도 탄생했고, 갖은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나 MC로 성장했다.

현재 '개그콘서트'는 보는 재미 뿐만 아니라 쓴맛 나는 개그로 외면 받고 있다.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의 인기라고 치부하기엔, 과거 숱한 드라마나 예능과 경쟁해 생존하며 사랑 받았기에 '탓'을 할 수 없다.

몰론 '개그콘서트'는 매주 개그맨들과 제작진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때로는 과감한 코너도 만들어 진다는 후문. 그러나 이리저리 재면서 정작 뻔뻔하게 도전하는 개그가 없어 아쉬움이 크다. 애써 논란이 될 필요는 없지만, 틀을 깨는 개그 만들기에 도전할 뻔뻔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간단명료한 몸 개그부터, 개그맨들의 개성 담긴 연기로 허를 찌르는 콩트의 탄생을 다시 기대해 본다. 더불어 인기 실종에 쓴맛 보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뻔뻔한 도전 정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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