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전참시' 한 번 더! 응원해주면 어떨까?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8.05.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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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방송을 제작하다 보면 희노애락을 모두 겪게 된다. 시청률에 따라 즐겁고 힘든 감정을 겪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그 밖에도 수없이 많은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그에 따라 여러 감정들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제작진이 회의하고 그 계획 그대로 촬영이 이루어진 후 방송까지 되면 깔끔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딱 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대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예상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해도, 갑작스레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래서 방송 제작을 할 때는 한시도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시청률이 잘 나온다고, 반응이 좋다고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MBC의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이 안타깝다. ‘전참시’는 이영자, 송은이, 전현무, 양세형, 유병재 등이 타인에게 어떤 참견을 하는지 지켜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싱글남, 부부, 가족, 육아 등을 비슷한 집단을 관찰했던 기존의 리얼리티 관찰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를 둔 전력은 성공적이었다. 파일럿 방송에서부터 화제가 되었고 정규 방송이 되어서도 높은 시청률을 거두며 MBC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생민의 미투 사건이 터지며, 그의 하차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 프로그램이 잘 되고 있을 당시에 생각지도 못한 불미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뤠잇과 스튜핏을 외치는 김생민의 참견은 ‘전참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였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살짝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영자의 먹거리 참견을 필두로 다른 출연자들의 참견이 그 이상의 재미를 주면서 그의 빈자리는 금세 채워졌다. 이렇게 첫 번째 위기가 잘 넘어가는 듯싶었다.


그리고 긴장이 풀어져서일까? 아니면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일까? 세월호 장면에 덧입혀진 이영자의 어묵 사건이 터진다. 첫 번째 위기가 개인적인 문제였던 반면 두 번째 사건은 그렇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베로 불리는 일부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을 어묵으로 희화화했던 논란들이 있었기에 문제는 예능 방송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번져나갔다. 제작진 중에 일베가 있느냐의 시비로 시작해 ‘진상위원회’가 꾸려졌다. ‘전참시’를 즐겨보는 애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 방송을 제작하는 같은 방송제작자의 입장으로서 착잡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세월호를 희화화하려고 의도적으로 편집한 건 아니었다는 결론이 밝혀졌다. 이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 그럴 수 있겠다. 제작진 중 누군가 나쁜 의도로 편집한 건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MBC 최승호 사장의 말처럼 ‘누군가의 슬픈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재미를 추구하는 장면에 썼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작진의 징계와 교체가 이어졌다.

‘전참시’는 방송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이렇게 큰 진통을 겪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어묵 장면의 주인공이었던 이영자의 상처와 충격이 가장 크며, 그녀의 출연 여부 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그 밖의 출연자들 역시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또한 정해져 있지 않다. ‘전참시’의 주인공인 이들의 결정에 제작진은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비단 ‘전참시’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지금의 진통은 모든 방송사, 모든 제작진에게 경각심을 주는 사건이다. 다채널, 다매체가 되면서 시청률만을 급급해 자극적인 방송을 지향하는 제작진들이 이런 상황 앞에서 진지해져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모든 방송사, 모든 제작진들 역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신중하기를 바란다. 그러니 ‘전참시’가 이대로 끝나지 않기를 조심스레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방송이 재개된다면, 이런 사태에 화가 났던 시청자들에게도 조심스레 당부하고 싶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한 번 지켜보면 어떨까.


◆ ‘전지적 참견 시점’, 모든 방송 제작자들에게 경각심을 울리는 사건! 그래서, 제 별점은요~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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