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로리타 논란에 동의하십니까?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8.04.27 14:24 / 조회 : 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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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의 아저씨' 포스터


'로리타'와 '로리타 콤플렉스'란 말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1955년에 출간 된 소설 '롤리타'는 당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며 대중들의 공분을 샀다. 30대 주인공 남자가 열두 살 소녀에게 느끼는 광적이고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괜찮은가? 아니다. 소설이 출간 된지 60년이 훌쩍 지나 개방적인 사회가 되어도 '어린소녀를 대상으로 한 사랑'이라는 것은 여전히 불쾌한 것이요, 금기시 되는 사항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 역시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tvN의 '나의 아저씨'는 방송 전부터 로리타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 제목부터가 묘하다.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기도 전에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만으로도 색안경을 끼게 되지 않는가. 주인공이 이선균, 아이유인데, 제목이 '나의 아저씨'라니, 그렇다면 40대 아저씨와 20대 여자의 사랑 이야기?,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아이유(이지안 역)가 십대 소녀는 아니지만, 그래도 스무 살이 훌쩍 뛰어넘는 나이 차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상식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전파를 탄 폭력 장면, 도청, 불륜까지 자극적이고 불순한 내용 때문에, ‘나의 아저씨’는 건강하지 못한 드라마라는 인식까지 생겼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는 매회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흔히들 일컫는 '막장' 소재를 가지고 있어서? 자극적으로 느껴져서 호기심 때문에? 그래, 제목과 소재와 여러 논란들만 보면 충분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지만, 모두 틀렸다. 정답은 인간미가 넘치는 최고의 힐링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아이유(이지안 역)는 사회적으로 소외 된 인물이다. 아픈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기초수급자에, 부모가 남긴 사채 빚에 시달리고 폭력을 견디다 못해 살인을 한 전과자이다. 이런 자신에게 세상은 당연히 냉담하다. 세상의 냉혹한 이면만 겪다보니 그녀는 점점 더 비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그녀 앞에 평범한 아저씨, 이선균(박동훈 역)이 나타났다. 그는 사회생활의 기본(?)이라는 아부도 못하고, 그저 성실하기만 한 셀러리맨 아저씨로, 승진에 대한 욕심도 없고, 물욕도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할 뿐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범죄가 아닌 약간의 반칙은 요령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겐 그는 한없이 답답한 인물이다. 오직 성실이란 무기 하나를 믿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 온 그에게 아내와 자기 후배와의 불륜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지옥같은 현실을 겪고 있는 아이유와 이선균, 그래서 이 둘은 닮았다.

드라마가 주고자하는 내용은 여기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인간이란 지극히 이기적인 존재여서 '나'가 가장 중요하다. 이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할수록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아저씨 이선균은 이 와중에서도 아이유의 아픔을 진심어린 마음으로 보듬어 안는다. 그녀가 살인자요, 한 때 자신을 위험에 처한 인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걸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일부로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담아서 말이다. 이런 따뜻함이 아이유에게 전해지면서 얼었던 마음이 녹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음으로 '아저씨'를 존경하게 된다.


그래서 '나의 아저씨'는 40대 아저씨와 20대 초반의 어린 소녀와의 로리타 사랑이 아니다. 이 둘을 '아저씨 대 어린 여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이 두 사람을 매개로 하여, 나의 성공, 나의 가정, 나의 재산, 나의 자녀, 나의 배우자, 모든 일에 '나'가 중심인 각박하고 치열한 세상에서 우리는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었던 적이 있었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의 아저씨'는 회가 거듭될수록 더 강렬하게 우리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그토록 따뜻한 '아저씨'입니까?, 하고 말이다.

▫ '나의 아저씨', 로리타가 아닌 휴머니티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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