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바람바람바람'은 '스물' 중년판? 찌질함에 늘 관심"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병헌 감독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3.31 09:00 / 조회 : 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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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병헌 감독 / 사진=홍봉진 기자


바람 많은 섬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바람난 남녀들의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의 연출자는 2014년 영화 '스물'로 300만 관객을 모은 이병헌 감독이다. 스무살 청춘들의 생활언어를 그대로 옮긴 듯한 '말맛'으로 바람을 일으켰던 그가 새로 펼쳐놓은 주제는 '바람'. 20년을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운 바람의 전설, 새롭게 바람에 눈을 뜬 신생아, 바람 막으러 나선 아내와 바람을 몰고 다니는 매력녀까지. 능청스럽고 귀엽기도 한 봄바람 코미디는 그의 전작 '스물'의 중년 버전을 연상시킨다. 이병헌 감독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불편하고 부끄러워서 쉽게 내놓지 않는 부끄러운 욕망들에 관심이 많다"며 "이번까지만 하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바람 바람 바람'을 어떻게 연출하게 됐나.

▶원작은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이다. 연출 제안을 받고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재미있지만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절했다가 '이 영화를 풀어낼 사람은 대한민국에 너밖에 없다'는 말에 설득이 돼서.(웃음) 다시 영화를 봤다. 상황 코미디, 막장 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결말도 마음에 안 들고. 그 사람들이 굉장히 외로워 보였다. 엄한 짓을 한 뒤에 오는 허무함이랄까. 감정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공감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라고 하나 피할 필요 없는, 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왜 저런 짓을 할까 했을 때 그 끝은 외로움이다. 그렇다고 부정한 행동의 당위를 외로움에서 찾을 수는 없으니까.

-각색해보니 어땠나. 불륜을 미화한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그러고 나서 굉장히 후회를 했던 게, 너무 어렵더라. 지금 현재의 결과물도 우리나라 정서에 딱 맞춰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소재를 코미디로 풀면 장르의 특성상 희화시키고 옹호하고 미화한다고 볼 여지가 더 크지 않나. 그래서 감정에 더 신경을 썼다. 저도 놀라운 경험이었는데 말투 하나, 높낮이 등 미세한 차이로도 감정의 차이가 크게 났다. 현장에서 놀라기도 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스물처럼 '웃겨야 돼 웃겨야 돼' 하는 게 더 쉽더라. 그 감정에서 조금만 어긋나면 욕먹겠다 싶었다. 맞는지 틀렸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배우들 모두 '말맛'을 살리느라 애썼다고 했는데, 디테일하게 디렉션했나 아니면 배우에게 맡긴 편인가.

▶양쪽 다다. '말맛'이라고 하는 건 제가 '스물'이라는 전작도 있고 마케팅 포인트라서 그런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건 '재밌는 대사를 살려야지'가 아니라 감정을 살리는 것이라고 저도 배우들도 생각했다. 준비하고 대화도 나누지만 연기하고 편집을 붙이면 제가 틀리는 경우도 많았다. 저를 따라 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가 전체를 봐야 하는 게 맞는데 제가 사실 많이 틀렸다. 신과 붙여 보고 현장에서 들어봐야 알겠더라. 저도 감이었던 것 같다. '틀렸구나' 하면 바로 가서 바꾸고. 나중에는 배우들 모두 저에게 다 맡겨주셨다. 뒤로 갈수록 할 말이 줄어갔다. 배우분들이 '병헌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느낌으로 해 주셨다.(웃음)

-극의 배경은 왜 제주도로 잡았나.

▶몇 안되는 인물들을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에 몰아넣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우리나라 정서와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이국적인 공간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특히 제가 원래 원했던 건 제주도의 겨울 이미지였다. 멋진 풍광이 있을 법한 공간의 이면이 있지 않나. 따뜻해 보이는 것의 차가운 이면을 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촬영이 밀렸다. 바람도 많은 삼다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이엘이 연기한, 바람을 일으키는 여인 제니의 캐릭터가 독특하다. 원작에는 전사(前史)가 없었다는데.

▶가장 힘들었다. 제니 때문에 각색 하며 2주 정도는 키보드에서 손을 놨던 것 같다. 영화에서 다 설명될 필요는 없지만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알아야 하니까. 1차적으로 배우를, 또 저를 설득해야 했다. 2주를 아무것도 못하다가 어느 날 한 사진작가의 멍이 든 셀프 포트레이트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저는 제니라는 캐릭터가 자신은 그것을 다 이겨내고 성장했다고 착각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치유된 게 아니라 내가 이런 상태라는 걸 알아냈다는 정도.

가장 어려웠던 캐릭터였다. 캐릭터가 어려워서다. 영화가 나온 지금도 '해냈다'는 느낌이다. 끝까지도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이엘 씨하고도 '우리가 이 캐릭터를 답을 찾는 게 이상한 것 같아. 우리가 모르는 게 맞는 것 같아. 모르는 게 정답인 캐릭터인 것 같아' 이야기했을 정도다. 답이 안 보인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느낌이었다. 다른 분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호흡이 맞아가는데도 이엘씨는 거의 끝까지 치열하게 가서 테이크마다 다르게 연기를 했다. 배우로서도 힘들었을 텐데 감사하게 생각한다.

-송지효가 맡은 미영 캐릭터는 반면 어떤 설명도 전사도 없다.

▶미영은 편안하고 공감되는 이미지로 두고 싶었다. 반전이 있지만 복선은 배제하고 싶었다. 그것도 상업영화로서의 장치가 아니겠나. 원작에서도 그렇게 활용되기는 한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바람, 욕구, 욕망이 옆집 아줌마나 누나 같은 편한 캐릭터에게도 올 수 있다는 점이 설명되는 캐릭터다. 암시처럼 느껴지지 않게끔 편안하게 뒀던 것 같다. 송지효씨의 편안한 이미지가 캐릭터의 반전과 만났을 때 효과가 없지 않아 있었다.

-20년차 바람둥이 석근 역에 이성민을 캐스팅한 건 의외기도 했다.

▶(갸우뚱하며) 저는 이미지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잘생기기도 하셨고. 목소리도 신뢰와 장난기가 공존하기도 하며. 캐릭터에 맞춰서 생각했다기보다 어떤 캐릭터든 이성민이라는 사람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무조건 한다. 당연히 리스트에 있을 수밖에 없는 배우가 아닌가. 저는 딱 떠오른다. 본인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촬영 땐 매 순간 감탄했다. 팬티 들고 빨래를 너는 장면이 첫 회차였는데 테이크를 많이 갔다. 한참 선배님과 처음 작업을 하니 저도 알아야 하고, 어느 지점에서 짜증을 내실까 싶기도 하고, 선배님도 맞춰가려고 궁금해 하셨다. 그걸 한 번 하시고는 알겠다고 하시더라.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웃음) 그 1회차 이후엔 이성민 선배님이 가장 수월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을 금방 잡으시더라.

-신하균은 어땠나?

▶이성민과 비슷하다. 처음 만나보고 놀랐다. 어떻게 보면 말도 없고 무서웠다. 눈빛도 무섭고. 말도 못 걸 정도로 강렬하다. 그런데 손으로 살짝만 건드리면 하찮은 형이 된다. 봉수란 캐릭터가 환경적으로 변화의 폭이 크다. 신하균이란 배우 자체만 생각하면 어디에나 둬도 되는 배우가 아닌가. 만나뵀을 때 그런 부분이 확 오니까 그런 지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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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병헌 감독 / 사진=홍봉진 기자


-기획 단계에서는 노출도 상당한 성인용 코미디였다고 들었다. 수위 높은 노출을 없앤 이유는.

▶기획 단계에서는 원작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노출이나 성인코드를 갖고 갔다. 각색을 하다보니까 필요가 없겠더라. 상황이 아니라 감정을 중요하게 해야 하다보니까. 감정을 만들어놨는데 시각적인 데 내가 만든 걸 뺏기는 느낌이랄까. 필요하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잘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제니가 처음 등장할 때 속옷으로 머리 묶는 건 원작에도 있는 장면인가.

▶원작은 머리가 흘러내려서 그냥 묶는다. 그게 다다. 굉장히 파인 옷을 입고 있다. 원작을 봤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임팩트는 있어야 하겠는데, 제 입장에서는 모험이었다. 다른 걸로 갈지 스태프와 상의를 많이 했다. 당구장이라는 이미지는 좋더라. 제니가 해석의 여지가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강렬하게 가자는 생각을 하고 툭 던진 것 같다. 원작과는 다르게 뻔히 유혹하는 캐릭터와는 달리 가자는 협의가 된 상태였다. 투자배급사 입장에선 좀 더 과감한 이미지를 원했는데 최대한 타협한 수준이다. 의상도 현장에서 갈아입었다.

-전작 '스물'의 중년판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힘내세요 병헌씨'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이번 작품 선택한 이유인 것 같다. 연령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평소에 관심 있던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불편하고 부끄러워서 쉽게 내놓지 않는 부끄러운 욕망들 그래서 사실은 찌질하고. 그런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사람으로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스무살 시절을 겪은 성인이라면 다 공감했을 '스물'에 비해서 '바람바람바람'의 눈높이는 연령대가 높다.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관객층이 적을 수 있는데.

▶처음 기획하신 분들은 빵빵 웃기는 코미디로 가고 싶었던 것 같다. 저도 지금 부담스럽다. 10대 보지 못하고 20대 분들은 큰 재미를 못 느끼시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잘한 것 같다. '타깃'이란 단어를 쓰긴 그렇지만, 기혼 30~40대 그 분들이 재미를 느꼈다면 저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을 처음부터 했다. 그것이 결과로 나와서 무섭기도 하다. 청불에 비수기에, 그래서 우리끼리는 더 재미있게 하는 것 같다. 더 단합해 더 열심히 홍보도 하고. 이런 상황일수록 똘똘 뭉치게 되지 않나.

-찌질함을 자꾸 보여주는 이유는 뭔가.

▶연민인 것 같다.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들 보면 거기서 긍정적인 걸 찾기 힘들지 않나. 깊게 보지 않고 살짝 살짝 보면 더더욱. 불륜이란 것도 보면 길거리 가면서 침 뱉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욕을 하거나 다 부정적인데 그게 다 찌질해 보인다. 하찮은 일탈을 통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 나약해서인 것도 같다. 그걸 예쁘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든 다. 그래서 '바람 바람 바람'까지만 하려고 한다.(웃음)

-차기작까지 코미디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다른 건 안 하나.

▶작업을 해보니까 코미디가 좋기는 좋다. 스릴러나 호러도 써 봤지만 하루종일 너무 무섭더라. 사람도 피폐해진다. 머리 감으면서도 눈을 못 뜬다. 너무 무서워서 시놉 쓰다가 포기했다. 그런데 코미디를 쓰면 저도 말로 해보고, 쓰다가 웃는다. 극장에서도 관객들의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쾌감이 있다. 물론 실패했을 때, 불발됐을 때의 그것도 공포다. 그래서 아직은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예능은 안 하려고 한다. 저는 배우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앞에 몇 번 서 보니까 알겠더라. 저는 카메라 앞에 있는 것이 너무 무섭고 부담스럽고 내가 바보가 되는 것 같다. 배우들이 정말 위대한 것이다.

-불륜 미화 오해하는 관객에게 한마디 한다면?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면 감수해야 할 것이며, 제가 아니라고 말해도 그렇게 느끼셨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이렇게 부정적인 것을 미화하려고 그 큰 돈을 들여 영화를 만들겠나. 그런 여지로 느껴진다면 제 잘못인데 저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제게는 결말도 새드엔딩이다. 제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형벌 같았다.

-차기작 '극한직업'이 곧 촬영이다.

▶개인적으로는 '바람바람바람'이 좋다. 내가 이걸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안 그러려고 '극한직업'을 한다.(웃음) 웃길 수 있을 때 시원하게, 상황을 끌어와서 웃기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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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병헌 감독 /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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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roky@mtstarnews.com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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