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만남] 장정석 "아플만큼 아팠다..넥센은 강해졌다"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8.03.22 10:29 / 조회 : 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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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장정석 감독.


“현장 지원하면서 그렇게 붙어 다녔었는데 막상 유니폼을 입고 보니 정말 다른 세상이더라구요.”


21일 LG와의 마지막 시범경기를 앞둔 넥센 장정석 감독의 얼굴은 밝았다. 애리조나와 투산에서의 전지훈련 여파로 얼굴은 모자 차양이 가려준 이마 쪽의 흰빛과 코부터 아래로 구릿빛의 투톤을 띄고 있지만 호된 신고식을 치른 감독 첫 시즌 소회를 묻는 질문에도 그늘 없이 밝게 답한다.

장정석 감독에게 ‘정말 다른 세상’에서의 1년은 어땠을까? “머릿속이 재부팅되는 느낌이랄까요. 야구, 야구, 또 야구.. 다른 생각은 떠오르지도 않고 엄두도 안나고,. 자는 시간 빼고는 오로지 야구 생각밖에 없었어요.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월요일날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구요. 옆에서 지켜보던 것과는 전혀 딴 세계더라구요. 아무리 고민해봤자 결과로 얘기해야하는 자리구나하는 것도 깨달았구요. 이런 세월을 그렇게 오래 해오신 선배 감독님들이 참 존경스럽더군요.”

그 1년, 장정석 감독은 대한민국에 10자리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이란 직함의 무게를 제대로 느껴본 모양이다. 시즌을 마치고 몸무게가 4~5kg 빠졌다니 그만큼 마음고생도 심했겠고.. “하지만 분명히 그 부담만큼 매력 있는 직업이고 어쨌든 이 자리에서 뭔가 결과를 꼭 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그럼에도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오히려 야망을 키워내는 근성도 드러낸다.

그런 2년차 장정석 감독의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모든 팀이 다 똑같지 않나요? 목표를 낮게 잡을 순 없잖아요. 캠프 중 선수들과 소통해서 끌어낸 목표입니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우리 팀 전력을 봐도 마냥 요원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이 바라보는 넥센의 올 시즌 전력은 어떨까. 장정석 감독은 20일 한현희를 5선발로 낙점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완료했다. 로저스-브리검-최원태-신재영-한현희가 선발 마운드를 맡는다.

로저스에 대해 장 감독은 “연패 끊는, 그리고 연승 이어가는 역할을 벤 헤켄 이상으로 해주리라 기대한다”며 팔꿈치 수술 후유증에 대한 우려와 관련, “멕시코리그 등에서 7~80이닝을 통증 없이 마감했다. 투구수와 구속을 올려가는 중이다. 전훈 중엔 145~6km 나오던 구속이 이제 149km까지 올랐다. 시즌 들어가면 예전 구위를 회복하리라 본다”고 평했다. 장 감독이 말하는 예전 구위란 2015시즌 한화 시절 10경기 등판, 완투 4차례, 완봉 3차례 등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던 시절을 의미하는 듯 싶다. 장 감독은 “로저스의 경우 투구수를 100개 내외, 맥시멈 110개로 끊으려 한다. 본인의 욕심을 자제시키려고 나이트 코치 등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본인도 한번 아파봐서인지 충분히 납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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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헤켄을 능가하는 활약이 기대되는 1선발 에스밀 로저스.


브리검에 대해선 “건강도 이상없고 컨디션도 매우 좋다. 작년에 좋은 경험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던져주리라 기대한다”고 밝히며 지난 시즌 교체 외인으로 10승(6패)을 올려준 브리검의 제구력에 신뢰를 보냈다.

지난 시즌 11승(7패)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급부상한 최원태에 대해선 “9월에 팔꿈치 이상을 발견해 시즌을 조기 마감하게 했는데 적절한 조치였다. 겨울 동안 몸을 제대로 만들어와 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밝혔다.

‘전훈 MVP’에 뽑힌 신재영에 대해선 “굉장히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오프시즌을 보냈다. 선수들과 스태프가 모두 인정해 MVP를 받았다. 개인적으론 토종선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지난 시즌 ‘전훈 MVP’ 최원태가 아주 잘해줬기 때문에 이번엔 신재영도 잘해주지 않을까 하는 사심도 좀 반영됐다”고 전한다.

2015년 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던 한현희 역시 현재 컨디션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전한다. “미국 전훈 중 한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현재는 아주 좋다. 2015년 정도의 성적(11승 4패 10홀드)을 내심 기대한다”고 말하면서도 “한현희 같은 경우 휴식을 위한 텀을 한 번씩 주며 컨디션을 관리할 것이고 그럴 때면 김성민, 어쩌면 문성현까지 대체요원으로 선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무리 조상우에 대해서도 “전훈장에서 보니 12월, 1월 몸을 아주 공들여 만들어 와서 기분이 좋았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매 1이닝만 짜줄 생각이고 연투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으므로 중간에 한 번씩 쉬는 텀을 줄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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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캠프서 장정석 감독(좌)과 심재학 수석코치의 모습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불펜은 마무리 조상우를 필두로 이보근, 김상수, 오주원이 핵심으로 던지며 김성기, 김성민, 하영민, 김동준, 조덕길 등이 ‘+α’로 투입될 예정이다.

장 감독은 타선에 대해 훨씬 편안한 기색으로 말한다. “한결같은 타자 서건창이 있고 지난해 신인임에도 꾸준함을 보여준 이정후가 있다. 대니 돈 대체선수로 들어와 46경기서 17홈런을 때려낸 ‘강한 용병’ 초이스가 한껏 자신감에 부풀어있고 이름값 해줄 박병호가 있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김하성까지 타구단에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장담한다.

손가락 골절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하고 전날(20일)까지 시범경기서 18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2년차 징크스’를 우려케한 이정후에 대해 장 감독은 “몸 컨디션은 정상이다. 시범경기 타율이 안 나오는 건 본인이 캠프를 같이 못해 좀 더 보여주려고 부담을 갖기 때문이다. 부담만 덜어내면 문제 될 게 없다”며 “오히려 오프시즌 중에 웨이트 훈련을 잘해왔고 몸무게도 3~4kg 늘렸다. 이제 스무살, 아직 어른 몸이 아니고 성장 중이므로 배트 스피드를 올리다 보면 타고난 교타에 펀치력도 늘어 한층 무서운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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휸련을 지시하는 장정석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장기레이스에서 마운드만큼 중요한 포수 포지션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힌다. “메인 포수는 물론 박동원이지만 주효상의 성장세가 무섭다. 요번 전훈서 보니 수비와 타격이 일취월장했다. 지난 시즌에도 브리검과 최원태 전담포수로 등판했는데 두 투수와의 호흡이 워낙 좋아 올 시즌에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박동원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여기에 수비력 탄탄한 김재현까지도 엔트리에 올리는 구상도 하고 있다. 워낙 라인업의 변동성이 적은 팀이기 때문에 어쩌면 개막전부터 포수 3명이 올라간 엔트리를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고 밝힌다.

감독으로서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는 초이스와 조상우를 꼽았다. “관리만 잘해준다면 상우가 우리 팀 뒷문을 든든히 지켜줄 것이다. 초이스는 지난 시즌 다양한 투수들을 상대하며 자신감이 고양된 상태다. 개인적으로 강한 2번을 선호한다. 센 선수가 많이 타석에 설수록 좋은 것 아닌가. 초이스가 박병호와 함께 거포 경쟁을 벌이며 타선을 이끌어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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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석 감독이 박병호와 함께 거포경쟁을 벌이며 타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는 초이스.


빠른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도 지난 시즌 기동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아닌가는 질문에 장 감독은 “작년엔 선수들에게 많이 맡겼던 부분이다. 이번 전훈서 방점을 둔 것이 수비와 주루 훈련였다. 올 시즌엔 보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기대해도 좋다”고 장담한다.

다른 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작년 시즌 초랑 똑같다. 쉬운 팀이 하나도 없다. 밖에서 볼 땐 어느 어느 팀이 약하다 평할 수 있겠지만 다들 부족한 부분들을 채웠기 때문에 전력이 평준화되지 않았을까 본다”며 “그럼에도 특히 강해진 팀을 꼽으라면 SK다. 정평난 방망이에 켈리-김광현-산체스의 선발진을 놓고 보면 무시무시하다. KIA-두산이야 말할 것도 없고 레일리-듀브론트의 롯데나 니퍼트-피어밴드의 kt뿐 아니라 한화도 휠러란 카드가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KIA-두산-SK 3강에 평준화된 나머지 전력들이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하면서 “그렇지만 관건은 용병인데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고 덧붙였다.

호된 야구앓이로 1년을 보낸 장정석 감독이다. 그리고 2년 차 감독으로 시즌을 맞는다. 이번엔 나름 면역력을 갖춘 모양새다. 올 시즌엔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운 꽃 – 장정석’을 볼 수 있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LG와 마지막 시범경기에 나선 장정석 감독의 넥센은 10-1 대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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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장정석 감독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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