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컬링 로봇 '컬리' 첫 선..인간과 맞대결서 '패배'(종합)

이천(경기)=심혜진 기자 / 입력 : 2018.03.08 16:07 / 조회 : 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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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로봇 / 이천(경기)=심혜진 기자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인공지능 컬링로봇 경기 시연회'를 열었다. 그리고 본 게임서 인간에 패했다.

과기정통부는 8일 오후 2시 30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에서 '인공지능 컬링로봇 경기 시연회'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컬링로봇 개발 주관기관으로 고려 대학교 컨소시엄을 선정했으며 1차년도에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최적의 컬링스톤 투구 전략을 만드는 인공지능 컬링 SW인 '컬브레인(CurlBrain)'과 인공지능 컬링로봇인 '컬리(Curly)'를 개발했다.

지난해 4월부터 고려대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엔티(NT)로봇등 8개 기관 연구원 60여 명이 진행한 연구 결과로 탄생했다.


이날 컬링 로봇이 모습을 공개했다. 2m 20㎝의 큰 키를 자랑하는 스킵로봇이 긴 목을 빼고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경기 상황을 확인했다. 경기장 반대편에 있던 투구 로봇이 이 정보를 받고 움직인다. 투구 로봇은 몸을 낮춘 뒤 빙판 위로 스톤을 밀어 보냈다. 마치 컬링 선수가 상체를 숙이고 투구하는 것처럼 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좀 더 정확하게 설명을 한다면 컬링로봇은 헤드부(Head)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경기 상황을 인식하고, 딥러닝 학습 기반으로 투구 전략을 스스로 수립, 빙판 위에 경기를 수행한다.

'스킵로봇'이 카메라를 통해 인식한 경기 연상을 전송하면 '컬브레인'은 이를 토대로 최적의 투구전략을 수립한다. 경기장 반대편에 위치한 '투구로봇'은 투구에 필요한 힘, 투구 방향, 스톤 컬 회전 등을 제어해 스톤을 목표지점으로 투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컬리'(Curly)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로봇이며 실시간으로 빙질이 변화하는 빙판 환경에서 경기를 수행해야 함에 따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우선 구글의 '알파고'는 AI가 원하는 지점에 사람이 바둑돌을 대신 두지만, 컬리는 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인 스킵·투구로봇이 상호 연결돼 경기를 수행하기 때문에 투구 힘, 방향 제어 등 하드웨어 기술력 뒷받침도 필요하다.

특히 경기장의 온도, 습도, 정빙 정도 등에 따라 빙판도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특징이 있어 딥러닝 기반으로 다양한 빙질 환경에 대한 학습을 통해 경기를 수행하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

컬리는 현재까지 1321회의 국제컬링경기와 16만 개의 투구샷 데이터를 모아 학습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 결과 원하는 위치에 스톤을 놓는 드로우(Draw)의 성공률은 65%를 넘고, 상대 팀의 스톤을 쳐내는 테이크아웃(Take-out) 8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이번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핵심기술을 인공지능과 기계협업, 이동 환경에서 컴퓨터 비전 등 다양한 응용분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컬링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감안하여 컬링 경기전략 수립 및 훈련 지원 등에 활용함으로써 스포츠 분야의 인공지능 도입·확산의 계기로 활용할 예정이다.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인공지능 컬링로봇 '컬리(Curly)'는 인공지능 및 로봇 공학 등의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최첨단 기술이다"며 "이번 시연회를 계기로 컬링의 대국민 인지도 향상 및 대중화에 기여하고, 인공지능 핵심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스톤을 투구할 때 빙판을 닦는 스위퍼 역할의 스위퍼 로봇은 개발 중에 있다. 올해 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컬링을 잘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였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통계 분석 등을 도움주기 위함이었다. 빠르면 베이징 동계올림픽부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플로어 컬링, 스크린 컬링 등 많은 비즈니스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들이 적용되면 시장이 넓어질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컬리 팀과 춘천기계공고 소속 강원도 고등부팀의 컬링대결을 사전 시연했다"며 "그 결과 컬리 팀이 1-0으로 승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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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기계공고 소속 강원도 고등부팀과 대결하는 컬리 / 이천(경기)=심혜진 기자





그리고 개회식을 마친 후 본 게임이 열렸다. 오전에 상대했던 춘천기계공고 소속 강원도 고등부팀과 재대결을 했다. 이번 경기는 2엔드로 진행됐다. 결과는 0-3 패배.

1엔드는 컬리의 선공. 마지막 투구가 미스가 나오면서 패했다. 하우스에 있는 상대팀 1번 스톤을 쳐내고자 했지만 가드 스톤을 맞고 나왔다. 점수는 0-1.

컬리는 2엔드에 반격을 노렸다. 컬리가 후공인데다 2엔드에서는 스위핑 없이 경기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드로잉 대결이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얼음이 녹으면서 컬리에게 불리한 상황이 연출됐다.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5번째, 7번째 투구가 미스가 됐다. 결국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추가 2실점 해 0-3으로 패했다.

경기 후 춘천기계공고 소속 강원도 고등부팀은 "사실 (컬리 로봇을) 기대 이하로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대 이상이었고, 실력도 비슷한 것 같았다. 재밌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컬링 로봇과 경기를 하면서 무섭기도, 자랑스럽기도 했다. 스킬이 좋아 당황스럽기도 했다"며 "얼음이 녹으면서 정교함이 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다. 인간이 로봇보다는 얼음의 감을 잘 알기 때문에 정확도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더했다.

마지막으로 "로봇을 이겼다는 것이 마냥 좋다.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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