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 기성복 같은 마블 흑인 슈퍼히어로영화

[리뷰] 블랙팬서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2.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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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팬서'는 마블 코믹스에서 남다른 슈퍼히어로다. 흑인 슈퍼히어로다. 세상을 구하는 백인 슈퍼히어로들 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영웅이다. 블랙팬서란 이름 자체가 흑인 인권운동을 과격하게 이끈 말콤엑스의 흑표당(블랙팬서 파티)과 관계가 깊다. 흑인을 위한, 흑인에 의한, 흑인의 슈퍼히어로가 블랙팬서다.

영화 '블랙팬서'(감독 라이언 쿠글러)는 그런 블랙팬서를 마블 시네마틱유니버스에 안전하고 건전하게 합류시켰다.


블랙팬서가 마블 영화세계에 합류한 건,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부터. 아프리카 신비의 왕국 와칸다. '시빌워'에서 아버지를 잃은 티찰라(채드윅 보스만)는 와칸다의 왕이 된다. 와칸다를 수호하는 슈퍼히어로 블랙팬서를 계승한다.

와칸다는 이곳에만 존재하는 희귀금속 비브라늄과 과학기술로 엄청난 번영을 이루는 왕국이다. 하지만 외부에 이 같은 사실을 꼭꼭 숨긴 채 지내왔다. 역대 와칸다의 왕들은 그렇게 왕국을 지켜왔다.

티찰라는 국왕이 되자마자 딜레마에 빠진다. 풍부한 자원과 기술을 주변과 나눌 것인지, 아니면 계속 전통을 고수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런 티찰라의 앞에 사촌인 에릭 킬몽거(마이클 B.조던)가 나타난다. 티찰라의 아버지는 와칸다의 안녕을 위해 에릭의 아버지를 제거한 터.


홀로 버려진 채 힘을 기른 에릭은 티찰라의 왕위에 도전한다. 에릭은 와칸다의 힘을 이용해 바깥 세상에서 힘겹고 싸우고 있는 흑인 동포들을 위해 전쟁을 하려 한다. 가둬둔 힘을 외부로 쓰지 못해 안달인 와칸다의 많은 동료들도 에릭을 지지한다.

과연 티찰라는 무사히 왕위를 지키고, 와칸다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을까.

'블랙팬서'는 흑인 슈퍼히어로영화다. 정체성이다. 감독도, 주연도, 가족도, 친구도, 악당도, 다 흑인이다. 주요 인물 중 마틴 프리먼이 맡은 CIA요원 에버렛 로스만 백인이다. 블랙이야말로, 이 영화의 색이다.

와칸다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가득하다. 등장인물 모두 지성적이고 건강하고 매력적이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킨다. '블랙팬서'는 그야말로 '블랙 이즈 뷰티풀'(black is beautiful)을 구현하려한 듯 하다. 흑인의 동지애, 아프리카의 찬란한 대지, 토템 신앙, 형형색색의 옷과 음악, 그리고 춤. 흑인 편견에 대한 저항과 아프리카에 대한 판타지를 동시에 담았다. 마블스럽게 담았다.

그리하여 이도 저도 아니다. 가진 것을 나눠서 고통을 덜자는 이상과 억압받는 흑인들을 위해 싸우자는 이상의 충돌을 그리려 한 것 같지만 이도 저도 아니다. 흑인 슈퍼히어로라는 정체성보다는 아프리카에 대한 판타지를 바탕으로 한 마블 슈퍼히어로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안전한 선택이다.

여성 전사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호위 전사인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티찰라의 옛 연인인 나키아(루피타 뇽), 천재 과학자 공주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등 블랙팬서를 둘러싼 여전사들은 이 영화의 백미다. 특히 여전사들의 액션은 '원더우먼' 아마존 전사들의 액션과는 또 다른 보는 즐거움을 준다.

'블랙팬서'는 초반 비브라늄 강탈자인 율리시스 클로(앤디 서키스)를 잡는 장면을 부산에서 찍었다. "안뇽 하세~요"라는 한국어를 듣는 재미, 부산 거리를 질주하며 찍는 액션을 보는 재미는, 한국관객이 가장 즐길 것 같다.

마블은 일찌감치 블랙팬서가 '어벤져스: 인티피니 워'에 등장한다고 예고했다. 그리하여 '블랙팬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징검다리 역할 같은 인상이 짙다. 마블 시리즈는 오래 쌓이다 보니 균질적인 재미를 준다. 기성복 같이 안정적이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블랙팬서'는 기성복 같은 마블 슈퍼히어로영화다. 레디 메이드이지, 웰메이드는 아니다.

2월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쿠키는 두 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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