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제주도민 루시드폴의 #농사 #아내 #음악 #사람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7.10.30 00:00 / 조회 : 8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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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안테나뮤직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42, 조윤석)의 행보는 최근에도 여전히 비범했다. 서울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한 이후 스웨덴과 스위스로 넘어가 고분자화학 공부를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최우수 논문상 수상도 차지했다. 하지만 돌연 이 공부를 그만두고 2009년 발표한 앨범 '레 미제라블'을 시작으로 음악에만 몰두하더니 최근에는 농사를 짓겠다며 제주도로 내려갔다. 심지어 이번 컴백 앨범은 음악만 있지 않다. 수필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에세이도 직접 썼다.

루시드폴은 30일 0시 주요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정규 8집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노래와 책의 만남으로 듣기와 읽기가 동시에 가능한 앨범. 한 마디로 '에세이 뮤직'이다.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타이틀 곡 '안녕'을 필두로 총 9곡이 수록됐으며 루시드폴이 직접 전곡의 노래를 쓰고 노랫말을 붙였다. 루시드폴은 제주도에서 직접 지은 오두막에서 녹음과 믹싱을 진행했다.

"전 아직 옛날 사람이라서 노트나 A4용지에 가사를 쓰곤 해요. 요즘처럼 스마트폰에 쓰진 못해요. 그리고 가사는 어차피 녹음 직전까지도 바뀌어서 곡 완성 날짜와 가사를 원고지에 쓴 것도 책에 담았어요. 글 원고는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하면 목 디스크가 올 수 있어서 안 하는 것도 있죠. 마침 펜으로 쓸 일도 없어서 팬들이 선물한 만년필도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쥐어봤어요. 원고지도 400자, 800자, 1600자 원고지를 써봤고요."

작업 공간을 직접 손수 짓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건축 전공자도 아니고 집에 대한 로망도 별로 없던 루시드폴은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고 말을 이었다.

"제 밭이 생기면 창고가 있어서 창고를 짓긴 해야 했어요. 마침 제주도에 내려가서 알게 된 분들과 이야기하다가 집을 한 달이면 다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4평짜리 창고를 짓고 그 위에 8~9평 정도 공간을 올려서 지었어요. 물론 2층은 녹음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했고요. 그러고 나서 녹음은 서울에 가서도 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특별한 공간에서 녹음을 하고 곡을 쓰는 것도 완벽하진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루시드폴은 앨범 9번 트랙인 '밤의 오스티나토'를 언급하며 "7월 어느 날 풀벌레 소리가 24시간 동안 들려 오는데 너무 소리가 예뻐서 마이크로 녹음을 했고 여기에 피아노 소리를 얹어 노래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루시드폴의 제주도에서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는 쉬어갈 줄 몰랐다.

"집은 작년 이맘때쯤 지었던 것 같아요. (빨리 지으려고) 비가 안 오면 무조건 작업을 했고 5일 동안 일하면 다음 날 하루 정도는 쉬었죠. 그때가 수확 시즌이었던 데다 12월까지 공연도 있었고 해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그래도 너무 행복했어요. 친구들과 함께 뭔가를 했다는 게 좋았죠. 생각보다 곡 작업 타이밍을 잘 못 잡았어요. 줄담배나 술 없이 멀쩡한 정신으로 곡을 써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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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안테나뮤직


루시드폴의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작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모든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의 자연관, 생명관, 그리고 음악관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루시드폴은 제주도에서 유기농 감귤 과수원을 가꾸는 농부로 살아가며 마주친, 작지만 큰 삶의 기록들을 전했다.

루시드폴은 최근 음악 작업을 하며 "나를 많이 알게 됐다. 내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사실 저는 사람을 별로 안 좋아했다고 생각했어요. 나이를 먹는 게 참 좋은 게 저 스스로를 알게 해주는 면이 있더라고요. 안테나 공연 때 팬들과 두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벤트를 하는데 정말 사람이 많아서 눈앞이 캄캄했거든요. 그런데 하이파이브를 하면 할수록 팬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정말 좋더라고요. 아내도 제게 '폴은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상처를 잘 받는가봐'라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루시드폴은 "제주도에 처음 내려가서 농사일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보이지 않게) 내상도 입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후 시기가 지나면서 안정되고 관계도 새롭게 생기면서 '결국 내가 사람을 좋아하나 보다'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며 가사를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 수록곡 중 아내를 위해 쓴 곡도 있다고 말했다. 바로 5번 트랙 '바다처럼 그렇게'였다.

"예전에 제가 살던 집이 바다와 정말 가까웠어요. 그리고 집 옆에는 부촌이 있었는데 그땐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시간이 지나서 저는 바다 같은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아내로 인해) 이젠 외롭지 않아요. 이 곡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마음을 떠올리며 쓴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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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안테나뮤직


루시드폴은 제주도민이자 농부로서 계속 정착해나가고 있었다. 과일나무가 열매를 맺는 시기가 편차가 많은데 앨범을 내는 시점에 열매가 잘 안 맺어져서 아쉽다고 말하며 나름 과수원 전문가로서 면모도 보였다. 이미 루시드폴의 머릿속엔 정말 남다른 계획도 숨어있었다.

"음악은 정신적 창작이고, 귤(과수원)은 육체적 창작인데 정말 얻는 게 너무 많아요. 농사를 짓지 않고 시골에 살지 않았다면 이 앨범은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어떻게든 농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나를 바꿔나가고 제 모습을 찾아가게 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도 자연스럽게 만들고 있고요. 영화감독으로 치면 전 다큐멘터리 장르 영화 감독인 것 같아요. 정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여기는 떠나지 않을 것 같고요. 사실 다음 앨범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엔 악기를 직접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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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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