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범죄도시' 승리..그래서 고구마보다는 사이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10.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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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범죄도시','남한산성' 포스터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1편의 인기를 등에 업은 '킹스맨:골든서클', 톱스타들이 한데 뭉친 대작 '남한산성'을 차례로 꺾고 기어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희생부활자' 등 신작들의 개봉을 맞이해서도 큰 차이로 우위를 지키며 1위를 유지 중입니다. 이대로라면 주말 중 300만 관객 돌파가 확실하고, 10월 내내 관객을 모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추석연휴의 최종승자는 '범죄도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범죄도시' 주연 마동석과 윤계상의 활약이 돋보이지만 개봉 전엔 경쟁작의 쟁쟁한 스타들과 비교해 비교적 약하다는 평을 받은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원톱, 투톱 주연을 맡아 영화를 흥행시킨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요. 제작비 약 50억 원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범죄액션 영화에다, 10년 만에 장편을 만들어 처음 상업영화에 도전한 감독의 신작이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으며 추석시즌 개봉작 중에선 약체로 분류됐었죠. 하지만 관객들은 개봉 첫 날부터 높은 좌석점유율로 통쾌한 액션 오락영화 '범죄도시'에 반응했습니다.


특히 같은 날 개봉했던 '남한산성'과 '범죄도시'의 엇갈린 성적표는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한산성'의 완성도에 대해선 별 이론이 없을 겁니다. 소설의 비장한 느낌, 시대의 아픔을 정교하고도 강렬하게 그려낸 말의 전쟁이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열연도 마찬가지고요. 처연한 패배의 역사를 묵직한 터치로 그려낸 '남한산성'은 그러나 어찌할 도리 없는 '고구마' 영화입니다. 목이 꽉 메어오는 답답함, 비통함이야말로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관객은 고구마 몇 개를 목구멍에 밀어 넣은 듯한 웰메이드 정통사극 대신 속이 뻥 뚫리는 액션 오락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답답하고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쉽고 상쾌한 작품에 끌리기 쉬운 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리하여 추석의 극장가를 마무리한 영화계에선 "역시 고구마보다는 사이다"라는 평가가 회자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한 영화관계자는 "지금의 관객은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보다 답답한 현실에 강펀치를 날리는 시원한 오락물에 반응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올해 극장가에선 유독 '사이다 영화'가 강세입니다. 설 연휴의 승자였던 '공조', 여름시장 '택시 운전사'와 쌍끌이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청년경찰', 그리고 이번 '범죄도시'에 이르기까지 시원히 질주하는 작품들이 관객의 선택을 연이어 받았습니다. SF의 전설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은 철학적 SF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고전하는 데도 마찬가지 이유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관객이 '고구마보다 사이다'에 유난히 환호하는 건 작금의 상황이 '사이다보다 고구마'라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금 확인하는 '사이다 영화'의 강세와 비견되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웰메이드 '남한산성'의 아쉬운 성적이 그래서 조금 더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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