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NL 1위 다저스의 아이러니..올스타가 없다?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6.30 08:16 / 조회 : 5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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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시거./AFPBBNews=뉴스1


LA 다저스는 올해 내셔널리그(NL)에서 가장 먼저 50승 고지에 올랐고 현재 52승28패로 NL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10연승 행진을 달렸고 최근 20경기에서 17승3패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을 향해 거침없는 진군을 이어가고 있다. NL을 대표해 월드시리즈에 나설 가장 유력한 팀으로 꼽힌다.

그런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뿔이 난 상태다. 현재 진행 중인 2017 메이저리그 올스타 투표가 한국 시간으로 30일 오후 12시59분에 마감되는 가운데 다저스 선수 중 그 누구도 자기 포지션에서 선두를 달리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올스타 투표에서 올스타 선발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유격수 코리 시거로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투표 결과에 따르면 시거는 215만1,923표를 얻어 1위인 잭 코자트(신시내티 레즈, 226만205표)에 10만표 이상 뒤처져 있다. 한때 격차는 30만표에 육박했었는데 최근 그 격차가 많이 좁혀졌지만 코자트를 추월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3루수인 저스틴 터너는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 로키스)와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에 큰 차이로 뒤져 3위를 달리고 있고 NL 홈런 선두인 슈퍼 루키 코디 벨린저는 4월 말에야 빅리그에 올라온 탓에 아예 올스타 투표의 후보 명단에 이름도 올라있지 않다. 이들 3명은 지금 당장 NL MVP 투표를 실시한다면 모두 톱10에 진입할 선수들로 꼽히고 있고 더구나 소속팀 다저스는 NL 최고의 팀인데도 불구, 막판에 시거 쪽으로 무더기표가 쏟아지지 않는 한 이번 올스타전 스타팅 라인업에 다저스 선수가 한 명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로버츠 감독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에도 시거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이라며 그가 올스타 투표에서 1위가 아니라는 사실에 불만을 드러낸 바 있는 로버츠 감독은 “(다저스 선수가 한 명도 올스타전 스타팅 라인업에 없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된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투표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우리 팀에 올스타 6명이 있다는 사실이다. 때가 되면 우리 선수 6명이 미드서머 클래식(올스타전)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로버츠 감독의 불만은 지난해 시카고 컵스와 올해 AL 최고의 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극명하게 비교되기 때문에 더욱 증폭됐다. 지난해 최고의 팀이었던 컵스는 올스타 투표에서 앤소니 리조, 벤 조브리스트, 애디슨 러셀, 크리스 브라이언트 등 포수를 제외한 내야수 전체와 외야수 덱스터 파울러까지 무려 5명이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등 총 7명이 올스타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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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터너./AFPBBNews=뉴스1


휴스턴은 현재 올스타 투표 현황에서 2루수 호세 알투베와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가 1위를 달리고 있고 외야수 조지 스프링어는 3위로 올스타 선발 출전 안정권에 있다. 로버츠 감독은 “왜 그런 현상이 우리에게 해당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겠지만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다저스는 지난해 시거와 클레이튼 커쇼, 켄리 잰슨이 후보와 투수로 지난해 올스타전에 나갔다. 올해는 이들 3명 외에 터너와 벨린저, 그리고 알렉스 우드가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총 올스타 수는 6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선발 출장선수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구단 차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다. 그만큼 자기 팀 팬들이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거처럼 누가 보기에도 충분히 올스타 선발이 되고도 남을 자격이 있는 선수가, 그것도 팬 수에도 그 어느 팀에도 쉽게 밀리지 않은 다저스 소속임에도 팬 투표에서 1위를 놓친다면 구단 입장에선 무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시거가 컵스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소위 열성팬들이 많은 구단 소속이었다면 올해와 같은 성적을 가지고 1위를 놓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경우 팬들의 수는 그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지만 전통적으로 모든 것이 느긋하고 한가하면서 메이저리그 외에도 수많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이 차고 넘치는 할리웃의 땅 남가주의 특성 때문인지 팬들의 극성적인 성원에만큼은 미 중서부나 동부의 구단들에 비교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 때문에 다저스는 TV중계에서 시거가 올스타 스타터로 뽑히지 못한다면 다저스팬으로선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팬들에게 올스타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거가 코자트를 추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MLB닷컴의 투표 현황 맵을 보면 시거는 미국 로키산맥 서부에서도 거의 9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로키산맥 동쪽에서는 코자트가 모두 앞서가고 있다. 더구나 로버츠 감독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거가 코자트보다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성적을 비교해보면 타율에선 0.320으로 NL 6위인 코자트가 18위인 시거(0.298)보다 2푼 이상 높고 나머지 수치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거의 백중세다.

시거 vs. 코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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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거가 충분히 올스타 선발 자격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자트 역시 선발 자격이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사실 누가 뽑힌다고 해도 취향 문제라는 이야기다. 팬그래프닷컴은 시거를 선발로, 코자트를 후보로 꼽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로버츠 감독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지 몰라도 이정도 격차라면 억울함을 주장하기엔 다소 멋쩍은 감이 있다. 오히려 이 수치는 다저스 팬들의 결집력이 신시내티 팬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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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코자트 /AFPBBNews=뉴스1


최소한 팀 동료들의 성원 측면에서도 코자트는 시거보다 앞서는 느낌이다. 현재 홈런 21개로 벨린저에 이어 NL 2위를 달리는 레즈의 조이 보토는 얼마 전 코자트에게 올스타로 뽑힐 경우 당나귀 한 마리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엉뚱하게도 당나귀가 선물이 된 이유는 코자트가 과거 자신이 유독 당나귀를 좋아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보토는 이미 코자트에 대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TV카메라 앞에 당나귀 의상을 입고 나오기도 했고 이미 당나귀를 사기 위한 거래를 시작했다고 밝혀 당나귀 선물이 결코 립서비스만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코자트는 “당나귀가 아니라 램보기니를 좋아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잘못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난 당나귀가 너무 좋다. 어쩌면 당나귀가 내겐 램보기니 일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올해로 88회째를 맞는 메이저리그 올스타게임은 7월12일(이하 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리며 팬 투표로 결정되는 양대 리그의 선발선수들과 후보 선수들은 7월3일 발표될 예정이다. 올스타 수는 리그당 32명씩으로 투수 12명과 야수 20명으로 짜여지고 모든 구단에서 최소 1명은 포함돼야 한다. 올스타전은 사실상 팬서비스 차원의 ‘쇼 케이스’이지만 올스타 선발여부는 팀과 선수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직접적으로 의미하기에 구단과 선수 입장에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를 포함한 모든 프로스포츠는 결국 팬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이 올스타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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