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노래방', 절망에게 보내는 웃프고 따스한 위로

[리뷰] '중독노래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6.05 15:27 / 조회 : 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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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독노래방' 스틸컷


저수지 옆 변두리 '중독노래방'.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손님이라도 잡아두고자 주인장 성욱(이문식 분)은 도우미 같지 않은 도우미 하숙(배소운 분)을 들인다. 기묘한 동거가 이어지던 중 하숙 덕에 점차 손님이 는다. 여기에 활달한 프로 도우미 나주(김나미 분)가 합세하고 빈 방에 숨어 살던 점박이(방준호 분)가 더해지면서 노래방은 활기를 띤다. 그러나 유흥업소 종업원을 노린 연쇄살인마가 출몰한다는 흉흉한 소문 속에 중독노래방에도 불길한 기운이 엄습한다.

'중독노래방'은 오랜만에 보는 독특한 장르영화다. 노래방을 배경으로 한 19금 블랙코미디와 서스펜스,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섞었다. 한 건물 사람들의 기기묘묘한 동거는 '델리카트슨 사람들'을, 멀뚱한 블랙코미디에 더해진 으스스한 분위기는 '조용한 가족'을 연상시킨다. 저마다 비밀을 안고 지하 노래방에 모여든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둘씩 공개되며 서로를 보듬어가는 모습에선 '바그다드 카페'가 떠오르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중독노래방'이란 배경 자체다. 고색창연한 아치형 복도를 따라 방이 이어지는 노래방은 시대도 배경도 알 수 없는 연극 무대같다. 외부와 단절된 지하 동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돈 몇 만원을 들고 온 손님들에겐 세상과 닿지 않은 곳에서 은밀한 욕망을 마구 분출할 창구지만, 저마다 사연을 안고 모여든 상처입은 이들에겐 도피처요 안식처이기도 하다.

죽지 못해 사는 야동중독자 상욱, 무섭도록 인터넷 게임에 몰입하는 게임중독자 하숙, 돈 버는 게 최고 가치인 나주에다 남의 영업장에 몰래 숨어 도둑질로 연명하던 점박이까지. 어느 하나 멀쩡한 게 게 없는 중독노래방의 중독자들은 알고 보면 잘못 없이 나락에 떨어진 선량한 범죄의 피해자들이다. 웃프게 시작한 이들의 고단한 밥벌이는 어느덧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안아주는 데까지 이른다. 감독은 잔혹동화를 닮은 블랙코미디로 비뚤어진 욕망과 병폐를, 그리고 뜻밖의 위로와 안식을 그려내고 싶었던 듯하다.

중반부 이후 치고 들어오는 서스펜스가 다소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중독노래방'은 참신한 매력과 개성이 톡톡 튀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이문식이 중심을 잡은 가운데 히키코모리형 게임중독자 배소은, 능청과 에너지로 무장한 프로도우미 김나미, 이번 영화로 발견한 두 배우의 활약이 특히 돋보인다.

6월 15일 개봉. 러닝타임 106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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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독노래방'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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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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