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박해진 "쉼 없이 연기하는 이유요?"

JTBC 드라마 '맨투맨' 김설우 역 박해진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7.06.05 07:30 / 조회 : 13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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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진 /사진=마운틴 무브먼트 스토리


박해진(34)은 참 부지런한 배우다. 좀 쉴 법도 한데 끊임없이 연기를 이어간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마치더니 '맨투맨'을 찍었고, 어느새 영화 '치즈인더트랩'을 촬영 중이다. 이게 끝나면 아시아투어에 나선다. 그리고 바로 드라마 '사자' 촬영에 들어간다.

지난달 30일 오후 박해진과 인터뷰했다. 그는 이날 오전부터 많은 인터뷰 일정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밝고 에너지가 넘쳤다. '프로'란 단어가 오버랩됐다.

박해진은 JTBC '맨투맨'(극본 김원석 연출 이창민 제작 드라마하우스, 마운틴 무브먼트 스토리)을 통해 또 한 번 '열연'했다. 전작인 '치즈인더트랩'이 끝나자마자 이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맨투맨'은 사전제작드라마다). '치즈인더트랩'에서 '훈남선배'를 연기했던 그는 '맨투맨'에서는 고스트 첩보원 김설우 역을 맡아 과감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치즈인더트랩'보다는 조금 더 차가워진 느낌이랄까.

그는 '맨투맨' 촬영을 마치고 이미 영화 '치즈인더트랩' 촬영에 한창이다.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맨투맨'은 첫 방송(4월 21일) 전에 모든 촬영이 끝났다. 그는 "방송을 보고 '맞다, 저걸 찍었었지' 이럴 때도 있다"며 웃었다.

"촬영은 시간순이 아니라 뒤죽박죽으로 찍고 나서 붙이잖아요. 방송을 보면서 아 저 장면이 저기 붙었구나, 확인해요(웃음). 감독님(이창민)과 설우 캐릭터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는데 방송 보니까 충분히 잘 살았어요. 작가님(김원석)은 배신을 당했을 수 있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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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맨투맨' 박해진


김원석 작가는 제작발표회 당시(이때도 촬영이 모든 끝난 상태였다) "박해진이 잘 생겨서 캐스팅했는데 웃겨서 놀랐다"고 했다. 실제 박해진은 '맨투맨'에서 툭툭 던지는 듯한 코믹 연기로 웃음을 안겼다.

"설우 같은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위트 넘치는 코미디 장르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리액션이나 반복적인 개그로 웃음을 주는 걸 시도해봤는데 나름 잘 살렸다고 생각해요."

'맨투맨'은 초반 1, 2회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상들로 화제를 모았다. 박해진도 유명 첩보물 주인공 버금가는 액션 연기로 주목받았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찍었어요. 1, 2회가 커트(장면)가 굉장히 많았어요. 해외 로케이션이라 주어진 시간이 짧았죠. 다들 고생 많이 하셨어요. 설우 같은 경우는 액션 대역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는 덜 위험하게 촬영을 했지만 대역 분들은 고생 많이 하셨죠. 그런 고생들이 담겨 멋진 영상이 만들어졌습니다."

박해진은 "'맨투맨'은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며 "몸이 힘들어도 그런 걸 잊게 만드는 현장이었다. 촬영하러 어서 가고 싶은 현장이었다"며 웃었다.

여주인공 김민정(차도하 역)과 연기호흡도 좋았다. 키스신은 무려 4번이나 등장한다.

"(김민정이)베테랑이고 연기를 오래 해서 연기 호흡이 좋았어요. 캐릭터 분석에서 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죠.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눠어요. 누나가 저와 한 살(35) 차이지만 연기 경력으로는 대선배님(김민정은 1990년 MBC 드라마 '베스트극장-미망인'으로 데뷔했다. 올해 연기 28년차다)이거든요."

'잦은 키스신'에 대해 물었더니 "대본에 따라 찍었을 뿐"이라며 웃은 뒤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총 4번인데, 드라마 후반에 몰려있어 매회 하는 듯 보였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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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맨투맨' 박해진, 김민정


설우가 도하에게 빠지는 부분에서는 의문점도 있었다.

"연기할 때 좀 모호한 느낌이었어요. 어느 순간 확 반했다는 느낌은 아닌데...작전과 감정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다 어느 순간 도하에게 반해서 훅 넘어갔나? 이건 아니었어요. 설우에게도 혼란스러운 일이겠죠. 설우는 사랑이나 연애에 생각이 없는 인물이니까요."

박해진은 박성웅(여운광 역)과 '브로맨스' 질문에서는 눈빛을 빛냈다.

"좋았어요. 호흡도 좋았고요. 애드리브도 많았는데 서로 잘 받아주고요(웃음). 세트 촬영이 많았어요. '형, 끝나면 어떡하죠 보고 싶어서요' 이랬더니 '형도 이게 끝나면 촬영하던 영화, 공연도 끝난다. 이 공허함을 뭘로 채우냐' 하더라고요. 형, 동생처럼 촬영하면서 의지했죠. 예전에 '에덴의 동쪽'(2009)에 함께 출연하기는 했는데 정말 한 장면도 마주친 적은 없었어요. 뭔지 모를 인연이 '맨투맨'까지 이어진 듯해요. 촬영 끝나도 나서는 식사도 같이 했어요. 제가 술을 안 먹어서 함께 술을 마시지는 못했죠. 따라 드리기는 했습니다(웃음)."

'맨투맨' 속 기억에 남는 장면도 박성웅과 닿아있었다.

"초반이에요. 설우가 스케줄 늦지 않게 운광과 지하철 타고 가는 장면이요. 그때 형(박성웅)의 리액션에 놀랐어요. 촬영할 때는 표정을 못 봤어요. 방송으로 형의 얼굴을 봤더니 정말 디테일하더라고요. 그날 추울지 알고 형이 몸에 핫팩도 많이 붙였는데, 땀을 뻘뻘 흘렸어요(웃음). 안대에 목베개에 핫팩까지 붙였으니 정말 더웠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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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맨투맨' 박해진, 박성웅


시청률은 좀 아쉬웠던 부분. '맨투맨'은 지난 4월 22일 2회가 기록한 4.074%(닐슨)가 최고시청률이다. "시청률은 잘 나오면 좋고 안 나오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일종의 신의 영역 같은 부분"이라며 웃었다.

박해진은 지금은 영화 '치즈인더트랩' 촬영에 한창이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남자주인공 유정 역을 연기한다.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30회차 가까이 이미 찍었죠. 이제 한 10회가 정도 남았어요. 6월 24일께 모든 촬영이 끝날 예정이에요. 조금 더 영화적인 소재들을 살렸어요. 원작 웹툰에 없는 장면들도 등장하고요. 제 캐릭터는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드라마보다는 좀 더 밝아질 거예요. 드라마에서는 이상한 선배이자 남들이 볼 때는 '훈남 선배'였잖아요. 영화에서는 좀 더 미스터리할 겁니다."

두 번의 '치즈인더트랩', 박해진과 유정이 닮아서 그런 걸까.

"극단적으로 저와 달라요. 비슷한 게 있다면 시끄러운 걸 싫어하고 분쟁을 싫어하죠. 전 평화주의자거든요. 유정도 그런 걸 싫어하고, 시끄러운 걸 싫어하죠."

'치즈인더트랩'은 원작 웹툰이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영화까지는 좀 '오버'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박해진에게 왜 영화판까지 봐야 하는지 이유를 들어달라고 했다. 팬과 팬이 아닌 관객으로 나눠달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팬들이 영화판을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드라마보다 제가 더 많이 나온다"며 웃었다. 뼈 있는 얘기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극 후반부 유정 캐릭터 분량 문제로 시끄러웠다. 박해진 팬들은 제작진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그럼 팬이 아닌 이들은? "웹툰을 보셨을 수도 있고 안 보셨을 수도 있어요. 영화는 따뜻한 부분도 있지만 약간 스릴러 부분도 있죠. 딱 집어 캠퍼스 물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봐요. 다양한 부분이 있죠. 캐릭터들이 살아있어요. 단순 캠퍼스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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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진 /사진=마운틴 무브먼트 스토리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물었더니 "주어진 작품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했다.

'연기 변신'을 기대 해도 되냐고 했더니 "굳이 그럴 이유가 있냐"고 반문했다.

"연기 변신을 굳이 해야할까요. 예전에는 다음에는 다른 것, 또 다른 것을 찾은 적도 있죠. 그런데 굳이 내가 가진 캐릭터를 지우면서 할 필요가 있을까요. 내 필살기가 있다면 그거 하나 잘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잘하지도 못하는 데 연기 변신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 필살기요? 못 찾았죠(웃음). 10년을 연기했는데 제 필살기가 뭔지 모르겠어요. 주위에서 그런 얘기들은 하세요. 머리 속에 뭐가 들어 있을지 모르겠는, 그런 공허함이 있다고요. 그게 많이 표현된 게 '나쁜 녀석들'이었고요.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이 많이 해주셨어요. 제일 자신 없는 건 멜로에요. 멜로는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웃음). 제가 간지러운 걸 좋아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오그라드는 것들, 그런 걸 잘 못해요."

그는 "공허함이나 따뜻함이 깃든 연기를 하고 싶다"며 "섬 같은 곳에서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사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선배들이 그랬어요. 개와 아이들이 출연하는 작품은 하지 말라고요. 제어가 힘들다고요(웃음). 제어가 되는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학생들 나오는 작품이요. 제가 학생 아니고요(웃음). 저는 이번 영화 '치즈인더트랩'이 저의 마지막 학생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박해진하면 '한류스타'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중국에서 총 6개의 작품을 찍었다. 작품 하나는 아직 방영 전이다. 한중 관계가 냉각기지만 중국에서 인기는 여전하다.

"사실 인기를 실감하지는 못해요. 웨이보(중국 대표 SNS)에 팬이나 팔로우가 몇백만 명인데, 그분들을 볼 수 없으니까요(웃음). 어디 계신지도 모르겠고. 중국에도 팬이 많구나 실감할 때가 있어요. 어디를 가든 알아봐 주세요. 그럴 때 '아 나를 아시는 분들이 많구나' 하고 실감하죠. 한국이 아닌 곳에서 저를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세요. 기분이 묘했어요. 뭘 보셨지? 신기했죠."

박해진은 곧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홍콩이 시작이다. 그는 "팬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팬미팅을 할 때마다 고민 많아요. 결론은 소통이죠. 교감이요.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떻게 좀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을까, 제일 고민해요."

그는 7월 말부터 새 드라마를 촬영한다. SBS 편성이 유력한 드라마 '사자'(四子)다. '사자'는 미스터리 로맨스 추리극이다.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형사가 우연히 쌍둥이들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박해진은 네 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4명의 캐릭터를 연기해요. 어쩌면 연기 변신이 될 수 있겠네요. 고민 많아요. 4명이지만 박해진 한 명이 4명을 연기 해야해요. 단순히 점 하나 찍는다고, 다른 옷을 입는다고 해결 안 되는 일이에요. 어떻게 하면 다른 인물들로 보일지 고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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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진 /사진=마운틴 무브먼트 스토리


짧은 시간에 다작(多作). 캐릭터 혼동도 염려됐다.

"물론 캐릭터 혼동은 있어요. 그래서 놓치고 가는 부분도 있고요. 말 그대로 실수죠.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더 예민해지는 듯해요. 감정을 갖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저도 사람이잖아요. 오늘 이 사람, 내일 또 다른 사람 연기하려면 힘들죠. 그래서 항상 예민하려고 노력해요. 캐릭터 분석을 써놓고 연기할 때 참고하고요."

그는 "연기는 하고 싶어 할 때도 있고, 해야 돼서 할 때도 있다"며 "사실 배우는 너무 많다. 작품은 한정돼 있고. 언제까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지는 않다. 지금은 일해야 될 때다. 그래서 꾸준히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6년 드라마 '소문만 칠공주'로 데뷔했다. 올해로 벌써 연기 12년차다.

"지난 온 10여 년은 나쁘지 않았어요. 제 출연작을 기억만 해주셔도 감사해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소문난 칠공주'(2006)는 지금 보면 가관이죠. 너그럽게 보려고 해도 볼 수 없어요(웃음). 그런 걸 보면 스스로 대견하기도 해요. 저렇게 연기 했는데 세월이 흘러 그래도 볼만한 연기는 하고 있구나, 대견하죠(웃음)."

예능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박해진은 과거 SBS '패밀리가 떴다'에 고정 출연했다.

"예능은 쉽지 않은 듯해요. 얼마 전에 '한끼줍쇼'에 출연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패밀리가 떴다'도 했지만 게스트로 제의가 온다면 하겠지만 고정은, 글쎄요. 경쟁이나 '야생'은 좀 망설여져요. 제 예능 취향이 좀 '올드'해요. 요즘은 '미운우리새끼'나 '백년손님'을 즐겨봐요. 리얼예능 말고 관찰예능이 좋더라고요(웃음). 예전에 (백년손님) 후포리는 정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할머님이 돌아가서셔 슬펐어요. 좋은 곳으로 가셨길 바랍니다."

최근에는 '먹방'(먹는 방송)에 푹 빠져있다.

"먹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일이 있으면 안 먹어요. 그럴 때 '맛있는 녀석들'이나 '삼대천왕' 보면 부러워요. 특히 전국 맛집 다 가는 '삼대천왕'은 정말 부럽죠. 전 입맛이 토속적이거든요. 술은 안 먹는데 해장국류를 좋아해요. 맑은 국물보다 진득한 국물을 좋아해요. 햄버거는 먹으면 위경련이 와서 안 먹고 패스트푸드는 치킨만 먹어요."

'인간 박해진'으로 왔으니 취미 활동까지 얘기를 이어갔다. 박해진 취미는 유명하다. 신발 브랜드 N사 운동화 모으기다. 그는 "이제는 끊었다"고 했다.

"신발 모으기는 끊었어요. 끝까지 해봤다고 생각해요. 2000점 가까이 모았으니까요. 신발 때문에 이사를 못 갈 정도였어요. 신발 때문에 이삿짐 차를 한 대 더 불러야 했으니까요. 다 정리했죠. 아는 분들이나 친척분들에게 드리기도 했고요. 현재는 집에 200~300여 족 남아 있어요. 제가 신고 있는 것들 포함해서요."

박해진은 "지금은 인테리어에 꽂혔다"고 했다.

"휴지 하나, 콘센트 하나까지 다 골라요. 조명에도 신경 쓰죠. 인테리어의 완성이 뭔지 아세요? 패브릭입니다. 카펫, 러그, 커튼 원단 하나까지 다 골랐죠. 시간 날 때는 가구를 물색해요. 사실 많이 사지도 못해요. 주문해서 배달되는데 3개월 정도 걸리더라고요. 1년에 사야 몇 개 정도죠."

'배우 박해진'에서 '인간 박해진'까지 그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끝으로 팬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팬들에게 늘 감사해요. 저를 떠나지 않고 꾸준히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팬들이 없었다면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없었을지 몰라요. 제 주위에는 가족도 있고, 회사 식구들도 있어요. 하지만 팬들이 있어서 지금껏 버티면서 활동할 수 있었어요. 그런 팬들을 위해 보답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늘 쉬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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