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의 가을야구엔 류현진의 '강심장'이 필요하다

[손건영의 올어라운드 스포츠]

손건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 입력 : 2017.03.2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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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개막 선발진 합류가 확정된 류현진. /AFPBBNews=뉴스1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에 오피스를 개설했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중남미 쪽으로만 관심을 기울인 것과는 달리 다저스는 한국, 일본, 대만으로 대표되는 동양 야구를 높게 평가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994년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바로 다음해에는 히데오 노모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내셔널리그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2008년 시즌에는 무려 5명의 동양인 선수가 로스터에 자리잡았다. 긴 여정 끝에 다시 친정으로 복귀한 박찬호를 비롯해 사이토 다카시, 구로다 히로키, 궈홍치, 후친룽 등이 맹활약을 펼쳤다. 실제로 한 경기에서 박찬호와 궈홍치, 사이토 다카시가 함께 투입되기도 했다.

2017 시즌 개막 6일을 앞두고 마침내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확정 지었다. 당초 5선발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클레이튼 커쇼, 마에다 켄타, 리치 힐에 이어 4선발로 시즌을 출발한다. 특히 20년 전 박찬호와 노모가 펼쳤던 선의의 경쟁을 이제는 류현진과 마에다가 계승하게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류현진의 복귀로 다저스 투수진은 한국, 일본, 멕시코, 도미니카 공화국, 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로 채워지게 됐다. MLB 공식 홈 페이지에는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올 시즌 다저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팬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데이빗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부여해 150-160이닝 정도로 투구 이닝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포스트 시즌에 가서도 최고의 3선발로 활약할 류현진의 가세는 다저스가 월드 시리즈로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류현진의 복귀는 정규 시즌은 물론 포스트 시즌에서도 팀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다저스는 1988년 6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후 지난 시즌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에 10번 성공했다. 특히 2013년부터 4년 연속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디비전 우승을 휩쓰는 쾌거도 달성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만 나가면 다저스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10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 치른 14차례 시리즈에서 고작 4번밖에 승리를 차지하지 못한 것. 23승을 거두는 동안 37번이나 패배를 당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탄탄한 마운드가 강점이지만 이 기간 동안에는 평균자책점이 4.43이나 됐다. 팀 타율은 2할4푼4리에 불과했고, OPS(출루율+장타율)도 6할9푼3리로 초라했다. 우승은커녕 월드시리즈 진출조차 번번히 실패한 이유다.

게다가 팀의 에이스 커쇼도 플레이오프에 약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2008년 데뷔 후 126승(60패)이나 따내며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한 정규시즌과는 달리 포스트 시즌에서는 4승7패에 평균자책점 4.55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시즌 다저스 선발진 중 유일하게 규정 이닝을 채운 마에다도 플레이오프에서 3차례 선발로 출전했지만 평균자책점이 6.75나 됐다. 반면 리치 힐은 1승1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37세라는 나이와 2005년 데뷔 후 풀타임 선발로 뛴 것은 단 2시즌 뿐이라는 점은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플레이오프 3경기에 나와 1승무패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한 류현진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도 1.06에 불과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규시즌 1.21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은 류현진이 얼마나 강심장을 지닌 투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고 연봉 팀 다저스의 목표는 디비전 우승이 아니다. 팀 통산 7번째 우승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을 야구에 강한 투수가 필요하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2년 동안 개점 휴업 상태였던 류현진의 성공적인 재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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