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라이더', 감성배우 이병헌의 섬세한 연기와 충격반전

[리뷰]'싱글라이더'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7.02.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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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싱글라이더' 포스터


자신만의 색깔 있는 연기로 어떤 역할든 '이병헌스럽게' 소화하는 배우 이병헌. 그가 오랜만에 감성드라마로 돌아온다.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비밀을 만나게 되는 감성 드라마다.


증권회사의 지점장 강재훈(이병헌 분)은 안정된 직장과 반듯한 가족을 가지고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는 인물이다. 어느 날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는 가족이 있는 호주로 떠난다. 거기서 그는 다른 삶을 준비하는 아내 수진(공효진 분)의 보게 된다.

이병헌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아내 공효진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는 화를 내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창 문 밖에서 그녀를 지켜본다. 실제 이병헌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그저 걸으며 관찰한다. 그는 자신의 아내, 아들 사이에 들어가지 않고 마치 방관자적 시점으로 있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모습을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이병헌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단지 걸음의 빠르기 작은 제스쳐로 감정을 표현한다. 대사도 거의 없다. 옷도 단벌 신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가족을 찾아온 기러기 아빠의 마음이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한다. 스펙터클 한 볼거리나 사건 없이 섬세한 감정연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지루함도 있다. 하지만 1시간 넘게 꾹 참고 눌러온 그의 감정이 터지며 오열할 때 관객의 감정도 극대화 된다.


최근 '마스터', '매그니피센트7', '내부자들' 등 이병헌의 행보를 봤을 때 '싱글라이더'의 연기는 새롭다. 스케일이 크고 액션이 뛰어난 영화에서 빛나던 그는, 말 없는 눈빛 연기로도 관객을 홀린다. '내부자들'의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을 탄생 시킨 애드리브 욕심도 내려 놓았다.

사실 이런 섬세한 감성 연기의 하는 이병헌은 낯선 모습이 아니라 반가운 모습이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200년), '내 마음의 풍금'(1999)등의 작품 속에서 감성 연기를 펼쳤던 그는 오랜만에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싱글라이더'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던진다.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지, 현실과 타협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나면 남는 여운은 곱씹으며 행복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병헌의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공효진의 연기도 인상 깊다. 눈에 띄지 않고 극에 스며들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공효진은, 꾹꾹 눌러담았던 연기를 마지막 부분에 터뜨리며 관객의 눈시울을 붉힌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온 유진아 역할을 맡은 안소희는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데뷔하는 이주영 감독은 40대 가장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표현해 내며, 캐릭터의 감정을 카메라 속에 담았다. 꾸미지 않고 담백하게 담은 호주의 풍광도 인상적이다.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한 남자, 이병헌이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와 더불어 충격 반전이 궁금한 관객이라면 극장을 찾아도 좋을 듯 하다. 22일 개봉. 러닝타임 97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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