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가려진 시간' 강동원의 힘에 대하여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1.20 14:00 / 조회 : 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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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려진 시간' 포스터


영화 '가려진 시간'의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습니다. 함께 개봉한 '신비한 동물사전'의 질주 속에서 고전 중입니다. 촘촘한 이야기와 섬세한 감성, 대담한 도전과 독특한 재미를 생각하면 더욱 안타까운 성적입니다. 강동원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탓에 지난 해 '검은사제들', 올해 초 '검사외전'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흥행불패 강동원의 파워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려진 시간'은 독특한 결의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해리포터' 스핀오프" 같은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하이콘셉트 오락영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그와 다른 섬세한 재미가 있죠. 쉽게 알리기 힘들고 또 쉽게 알아보기 힘든 것입니다.

섬으로 전학 온 외로운 소녀는 소년과 친구가 됩니다. 사라졌던 소년이 갑자기 어른이 되어 나타납니다. 멈춘 시간에 갇혀 홀로 나이를 먹었다는 소년을 믿어주는 이는 소녀 뿐입니다. 동화같고 만화같은 설정이지만 '잉투기' 엄태화 감독이 만들어낸 두 세상은 촘촘하고도 빈틈이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아이들의 판타지와 우리가 아는 세상이 아름답고도 위태롭게 불협화음을 냅니다. 소년소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함께하지만 이걸 대놓고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가 없어요. 어쨌거나 겉보기엔 남자 어른과 10대 소녀인데 이걸 두고 '멜로'니 '로맨스'니 이름 붙일 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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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려진 시간' 포스터


더구나 '가려진 시간'의 진짜 주인공인 어른이 된 소년 강동원이 아니라 2002년생 신예 신은수가 연기하는 소녀입니다. 어찌할 수 없이 강동원이 먼저 보이긴 하지만, 영화를 본 분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자체가 대단한 모험입니다. 강동원이 있는데 누군지 모를 소녀로 이야기를 푼다니요. 심지어 으레 기대하는 '강동원 감상용' 서비스 컷도 별로 없어요. 하지만 '가려진 시간'은 '믿음'에 대한 영화고, 소년이 돌아오리라 믿고 또 돌아온 소년을 믿어주는 것은 바로 소녀입니다. 강동원 역시 알았고, 그가 합류한 뒤에도 이 고유의 설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뷰에 나선 엄태화 감독은 "제일 용감한 사람은 강동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원래 소녀 이야기였는데 나중에 강동원이 들어왔다. 강동원은 본인이 메인이 아니더라도 이 이야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참여한 것이니, 어찌 보면 가장 용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라는 설명입니다. 아쉬움 속에서도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한국 관객들이 즐기지 않는 판타지 장르, 이름없는 10대 여배우 주인공, 독립영화로만 주목받은 신예 감독의 첫 상업영화가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자체 또한 강동원의 힘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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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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