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숨'의 보이지않는 손, 박PD 조복래

[★신스틸러]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0.30 10:00 / 조회 :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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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숨'의 조복래 / 사진=스틸컷


영화 '혼숨'(감독)은 인터넷 방송 시대의 공포물이라 할 만 합니다. 아프리카TV에서 '야광월드'란 인기 공포전문 방송국의 BJ야광이 괴담의 실체를 찾아가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페이크다큐 형식을 극영화에 차용해 BJ야광 팀의 촬영 영상과 CCTV영상, 인터넷 채팅만으로 90분의 영화를 구성했습니다.

때문에 얼굴 방향 카메라를 몸에 단 채 곳곳을 누비면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진행자 BJ야광 역 류덕환의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돌이켜보면 카메라를 달고서 원맨쇼나 다름없는 열연을 펼쳤을 류덕환의 열연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웬만한 이야기엔 눈도 깜짝 안 하는 담력의 소유자이자 별풍선과 레전드 방송을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만만한 BJ가 공포감에 젖어가는 모습을 극적으로 그립니다.

하지만 야광월드엔 또 다른 실세가 있습니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 방송을 만드는 다른 사람, 연출자 박PD입니다. 배우 조복래(30)가 이 역을 맡았습니다.

뽀얀 피부에 수다스러운 재간둥이인 BJ야광과는 딴판인 박PD에게선 음산한 기운이 진동합니다. BJ야광이 이끄는 모든 방송에 그가 함께하지만 화면에는 잘 비치지 않는 인물입니다. BJ야광이 장난을 치느라 홱 카메라를 돌릴 때가 아니면 등장도 하지 않고 간간이 목소리로 존재를 알리는데, 그나마 과묵하고 말수도 짧아 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레번드 한 번 가자'를 입에 달고 사는 야광과 달리 그는 행동으로 의지를 드러냅니다. 그저 피같은 별풍선으로 벌어들인 1000만원을 모두 카메라 확보에 쏟아을 뿐입니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투 속에서도 불쑥불쑥 신경질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조복래의 모습은 별다른 설명없이 박PD가 어떤 인물인가를 짐작케 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연기가 캐릭터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느낌이랄까요. 조복래의 박PD는 짧은 등장, 몇몇 대사만으로도 영화 전반에 확실한 존재감을 드리우기에 더 인상적인 인물로 남았습니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PD의 역할과도 맞아떨어집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건 마지막 그의 웃음입니다. 과묵한 박PD는 딱 한벗 웃음을 터뜨리는데, 그것도 목소리만 나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목소리가 소름끼칠 만큼 섬뜩합니다. 웃음섞인 그 한마디는 영화가 진짜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함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3년 장진 감독의 '하이힐'로 눈도장을 콕 찍었던 조복래는 최근 들어 더 돋보이는 배우입니다. 짠한데 웃긴 소매치기 형제로 분한 '우리는 형제입니다', 젊은 송창식과 절묘한 싱크로율을 보였던 '쎄시봉', 섬뜩한 전과자 연기로 긴장감을 더했던 '탐정:더 비기닝' 등 출연작마다 짙은 인상을 남깁니다. 지난해 드라마 '용팔이'에서도 베테랑 선배 못잖은 열연을 펼쳤죠. 지난 8월 개봉했던 '범죄의 여왕'을 빼놓으면 안됩니다. 끈적한 느낌까지 나는 박지영과의 호흡 속에 비호감 투성이 인물이 귀여워지는 순간까지 생겨납니다. 30살 신스틸러 조복래, 그를 믿고 지켜봐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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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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