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NLCS 5차전 아쉽지만..'파격' 로버츠 감독 'A+'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0.25 08:14 / 조회 : 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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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 /AFPBBNews=뉴스1


올해 LA 다저스의 지휘봉을 잡은 데이브 로버츠(44)는 감독으로 맞은 첫 시즌에서 월드시리즈 진출에 2승 앞에까지 갔다. 비록 마지막에 시카고 컵스에 3연패를 당하면서 아쉽게 도전을 마감하긴 했으나 자타공인의 시즌 최강팀을 상대로 한때 2승1패로 앞서가며 상대 팬들을 겁나게 했던 것만으로도 칭찬을 받아야 한다. 성적을 매긴다면 그에게 주저 없이 ‘A+’를 주겠다.

메이저리그 사령탑으로 나선 첫 시즌이었지만 그에게서 ‘초보감독’이라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사실 올 시즌 내내 다저스는 수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쓰러져 부상자명단(DL)에 있는 선수가 출장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보다 더 많은 것 같은 착시현상이 느껴질 정도였고 수시로 마이너에서 선수들을 빌려와(?) 경기를 치렀던 팀이었다. 당장 내일 선발투수가 누가 나갈 지조차 알 수 없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에도 불구, 다저스 경기를 보면서 팀이 뭔가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선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세밀하게 팀을 챙기고 계획을 짠 뒤 확신을 갖고 이 계획을 밀어붙이는 로버츠 감독으로 인해 다저스는 수많은 부상으로 ‘너덜너덜’해진 라인업을 가지고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적지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를 꺾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컵스 팬들에게 잠시나마 ‘염소의 저주’가 1년 더 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까지 안겼다.

사실 올해 로버츠 감독의 다저스는 새로운 기록들을 여러 개 남겼다. 우선 그는 올해 정규시즌 동안 무려 606차례나 투수교체를 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그 중 한 번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8회 1사까지 노히터를 던지고 있는 투수(로스 스트리플링)를 바꾼 것이었고 또 한 번은 7회까지 퍼펙트게임을 던지고 있는 투수(리치 힐)를 교체한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7회 이후에 퍼펙트게임을 던지던 투수를 교체한 경우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었다. 2개의 노히터가 소속팀 감독의 교체로 중단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당선수들이 모두 간절하게 계속 던지길 원했음에도 선수 보호를 위해 단호하게 불펜을 가동시킨 로버츠 감독의 결단은 그 결과와 관계없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투수교체 뿐만이 아니라 타자교체도 수없이 많았다. 대타를 기용한 횟수도 324번이나 되는데 이는 거의 지난 4반세기만에 최고 기록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었던 경기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끊임없이 투타대결에서 조금이나마 팀에 유리한 매치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감독으로는 올해 데뷔한 ‘루키’였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사실 올해 정신없이 바빴던 것은 로버츠 감독만이 아니었다. 다저스 프론트오피스도 로버츠 감독 못지않게 바쁜 한 해를 보냈다. MLB의 공식 통계사인 스탯츠에 따르면 다저스는 올 시즌 총 309회의 선수 관련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또한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이렇게 잦은 선수이동이 있었던 것에는 끊임없이 꼬리를 문 부상 퍼레이드 속에서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새 선수에 대한 테스트와 실험을 계속한 로버츠 감독이 뒤에 있었기 때문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로버츠 감독은 “난 라인업카드에 이름이 올라있는 모두를 깊이 신뢰한다”면서 “그렇기에 경기 초반이라도 벤치멤버를 기용하거나 불펜 투수를 올리는데 있어 일말의 주저함도 느끼지 않는다”고 자신의 공격적인 교체 성향을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세상 일이 그렇듯 이런 적극적인 로버츠 감독의 전술이 항상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또 그가 항상 100% 단호하거나 공격적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특히 2승2패로 맞은 NLCS에서 5차전에서 보여준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에서는 다소 아쉬운 장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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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AFPBBNews=뉴스1


결과론이지만 로버츠의 5차전 투수운용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커쇼를 선발로 내보내지 않은 것이었다. 사실 연일 강행군을 해 온 커쇼를 또 다시 사흘만 쉬게 하고 투입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성이 컸기에 웬만한 메이저리그 감독이라면 로버츠 감독과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로버츠 감독의 결정을 비판하는 것은 말 그대로 ‘결과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아쉬운 것은 시즌 내내 기존 상식과 사고를 파괴하는 과감한 용병술을 보여줬던 로버츠 감독의 시즌의 사활이 걸린 고비에서 가장 평범하고 상식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워싱턴과의 디비전 시리즈 최종전에서 셋업맨 조 블랜턴을 3회에, 클로저 켄리 잰슨을 7회에 올리고 직전 경기에 등판했던 커쇼에게 마무리를 맡기는(물론 커쇼가 등판을 자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격적인 경기운영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던 모습을 이번엔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로버츠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커쇼를 선발로 내보내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일리미네이션 게임(지면 끝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5차전 승패에 관계없이 6차전을 치러야 하고 그 경기에 커쇼가 등판하기에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더 큰 이유는 커쇼가 그날 등판한다면 디비전 시리즈 4차전부터 시작, 열흘 사이에 4차례(1회 구원등판)나 등판하는 강행군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혹사 논란까지 불러올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시리즈가 2승2패가 아니라 1승3패로 뒤져 있어 5차전이 일리미네이션 게임이었다면 커쇼를 내보냈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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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9일만에 불펜으로 나서 빅리그 첫 세이브를 따낸후 후 포수 카를로스 루이스와 기쁨을 나누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 켄리 잰슨도 마운드로 향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로버츠 감독의 큰 실수는 그 5차전이 다저스에겐 실제론 ‘일리미네이션 게임’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5차전을 져도 시카고에 가서 6, 7차전을 커쇼와 힐을 내보내 이기면 되기엔 일리미네이션 게임이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론 그날 5차전이 다저스의 운명을 결정했다. 커쇼와 힐이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고 해도 시즌 내내 최강팀이었던 컵스를, 그것도 4차전에서 타선이 깊은 슬럼프에서 깨어나 펄펄 달아오른 팀을 시카고에 가서 이틀간 완전히 침묵시키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커쇼와 힐이 6, 7차전에서 잘 던진다고 해도 다저스가 이길 가능성은 50% 미만이었다는 사실도 간과한 것 같다. 과연 다저스 타선이 컵스의 6, 7차전 선발인 카일 헨드릭스와 제이크 아리에타를 적지에서 공략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다저스 타선은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인 헨드릭스를 상대로 시리즈 2차전에서 단 3안타 밖에 못 쳤다. 에이드리언 곤잘레스의 솔로홈런 한 방이 없었다면 커쇼의 명품 피칭에도 불구,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깜박했다. 결과적으로 다저스는 6차전에서도 헨드릭스에 8회 1사까지 단 2안타로 완벽하게 압도당했다. 커쇼가 부진하지 않았더라도 승산은 희박했던 경기였다.

그리고 만약 그래도 어떻게 해서 다저스가 이겨 시리즈가 7차전으로 갔더라면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 아리에타가 잔뜩 독이 오른 채 마운드에 올라왔을 것이다. 5차전을 놓친 이상 다저스에겐 이미 끝난 시리즈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커쇼를 5차전에 선발로 내보내는 결정 역시 극도로 위험한 도박이었기에 그것만으로 로버츠 감독을 선택을 비판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5차전에서 선발 마에다 겐타를 너무 서둘러 강판시킨 것과 그 이후의 불펜 운용에 있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전 이미 마에다에게 4이닝 이상을 맡기는 것은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나온 것처럼 보였고 다저스가 0-1로 뒤진 4회초 2사 1, 2루에서 마에다를 내렸다. 마에다가 1회초 부진한 출발 이후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로버츠 감독은 3회에 이미 마에다가 한계에 달했다고 본 것이다. 이미 투아웃인데다 다음 타자가 컵스 선발투수인 존 레스터였는데도 불구, 마에다를 내린 것에서 그가 얼마나 마에다에 대한 신뢰가 없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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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다./AFPBBNews=뉴스1


경기 후 미국 폭스 TV 포스트게임 쇼에 나온 메이저리그 타격왕 피트 로즈는 “한 팀(컵스)은 선발투수(레스터)가 최소한 7회 이상을 던져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또 다른 팀(다저스)은 선발투수(마에다)가 3회를 못 넘길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었는데 그 승패가 어떻게 될 지는 뻔한 것 아니냐”면서 이 투수교체를 비판했다.

하지만 최근 마에다의 투구내용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투수교체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다시 한 번 5차전이 숨은 ‘일리미네이션 게임’이었다는 사실을 놓친 것으로 돌아간다. 특히 4회말 다저스가 1점을 뽑아 1-1을 만든 상황에서 이 경기를 절대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더라면 바로 커쇼와 켄리 잰슨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투입해 무조건 승부를 거는 과감한 결단이 아쉬웠다. 여기서 커쇼에게 3이닝, 잰슨에게 2이닝 정도만 맡겨 승리를 따냈다면 6차전에 임하는 처지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물론 시리즈가 7차전으로 가더라도 다시 커쇼-잰슨 콤비를 투입할 여지를 남길 수 있었다.

사실 다저스 불펜이 시즌 내내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실제로 뜯어보면 잰슨을 제외하곤 컵스의 강타선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로버츠 감독은 팀의 강점으로 생각했던 불펜진이 컵스 타선을 2~3이닝 정도는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다저스 마운드에서 컵스 타선을 확실하게 막을 능력을 지닌 투수는 커쇼와 힐, 잰슨 뿐이었고 이 경기에서 이들을 아낌없이 투입했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5차전을 이겨 컵스를 막판으로 몰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결과론’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위험한 작전을 감행하고도 졌다면 또 다른 결과론자들로부터 무모한 작전으로 6, 7차전에서 커쇼와 힐을 앞세워 뒤집을 찬스를 걷어 차버렸다는 호된 비판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것은 그동안 기존 감독들의 고정 관념식 사고방식을 파괴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마지막 순간에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로버츠의 올해 감독으로서 성적표는 ‘A+'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컵스는 다저스보다 훨씬 더 강팀이고 로버츠의 다저스는 그런 컵스를 상대로 잘 싸웠지만 실력에서 딸려 무릎을 꿇은 것뿐이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더욱 파격적인 싸움을 기대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투표권이 있다면 올해 내셔널리그 감독으로 로버츠에게 표를 던지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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