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뵨횬씨 사랑해요" 한산했던 BIFF 달군 이병헌의 힘(종합)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0.07 16:35 / 조회 : 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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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사진=이동훈 기자


이병헌이 한산했던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뜨겁게 달궜다.


이병헌은 7일 오후3시 부산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광장에서 열린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 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 참여했다. 오픈토크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펼쳐지는 토크 형식의 이벤트.

당초 오픈토크는 해운대 백사장 앞에 마련된 비프빌리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막식 전날 들이닥친 태풍으로 구조물이 무너져 두레리움 광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해운대 백사장 앞에는 지나가는 시민들까지 몰려 여러 행사에 천여 관객이 모이기 마련이다. 두레리움광장으로 옮긴 탓에 관객이 줄어든 건 사실. 두레리움광장에서 진행된 무대인사 등 다른 일정들에는 100명도 채 몰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병헌은 달랐다. 이날 두레리움광장에는 일본팬들이 한 시간 여 전부터 진을 쳤다. 한국팬까지 포함해 500여명 팬들이 몰린 오픈토크는 분위기가 뜨거웠다. 한류스타 이병헌의 등장은 가뜩이나 비까지 내려 썰렁해진 부산영화제에 후끈한 열기를 불어 넣었다. 팬들은 이병헌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이병헌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해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는 비화부터 애드리브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연기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좀처럼 하지 않는 아들 이야기를 꺼낼 때는 웃음이 얼굴 가득했다.


이병헌은 "할리우드에 진출한 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도전"이라면서도 "그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속내는 1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아버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영화광이었다"며 "어린 나를 무릎에 앉히고 주말의 명화 등을 보시곤 했다"고 말했다. "그런 아버지가 내가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것을 보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생각을 한다"면서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에 핸드 프린팅을 할 때도 '아버지가 어디에서든 이 광경을 보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들이 영화를 알게 될 때쯤이면 아버지처럼 정말 많이 데리고 다니며 영화를 볼 것"이라며 "내 영화 중 가장 먼저 보여줄 작품은 '악마를 보았다'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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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사진=이동훈 기자


또 이병헌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내부자들'의 애드리브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하자"를 재현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실 애드리브를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다"면서 "애드리브는 자칫 잘못하면 감독의 의도를 망칠 수 있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그런 점에서 '내부자들'은 특이한 경우"라며 "캐릭터가 다 세서 쉼표 같은 지점이 필요했다. 시나리오를 바꿀 수는 없어서 현장에서 그때 그때마다 상황에 맞춰 애드리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히또 애드리브는 리허설 때 했더니 반응이 좋아서 그대로 가자고 했다"며 "사실 그 애드리브가 그 신의 분위기를 망치고 영화를 망칠까 걱정했다. 관객들이 좋아해줘서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최근 복수를 다룬 한국영화에 많이 출연한 데 대해선 "관객들이 선호하는 장르는 시류를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영화 장르가 많은 건 그만큼 사람들이 사회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그런 장르를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내부자들2'를 찍는다면 배우 입장에선 좋지만 사회적으론 찍으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따뜻한 휴먼드라마나 코미디가 사랑받는 세상이 오고 그런 영화를 찍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밀정'에선 실존 인물을, '매그니피센트7'에서 리메이크를 한 데 대해선 "전작이 있고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건 부담이 있다"면서 "한편으로 참고가 되기에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이날 김지운 감독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감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김지운 감독과 '달콤한 인생'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 네 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병헌은 이 중 '달콤한 인생'을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영화라고 꼽기도 했다. '달콤한 인생'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은 뛰어난 관찰력으로 나라는 사람을 잘 살핀다. 오랜 시간 동안 연민으로 나를 지켜봐왔기 때문에 나를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은 나를 가장 잘 알기에 장점과 단점이 있다"며 "나를 잘 알기에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지만 반면 너무 잘 알아서 새로운 면은 보여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지운 감독과 주로 복수라는 테마로 영화를 찍은 것 같다"면서 "이제는 김지운 감독과 다른 장르에서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병헌은 "할리우드에 진출했을 때 첫 영화인 '지.아이. 조' 리허설을 할 때랑 아카데미 시상식에 올랐을 때 가장 긴장됐다"며 "맞는 영어든 틀린 영어든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을 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병헌은 "믿고 보는 배우란 수식어는 정말 감사하다"며 "배우에게는 정말 큰 선물이다. 한편으론 그런 말이 얼마나 갈까란 생각도 한다. 그런 말에 덤덤해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또 다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병헌이 오픈토크를 끝마치고 일어나자 앞자리에 진을 쳤던 일본 여성팬들이 벌떡 일어나 "이뵨횬씨 사랑해요"를 외치며 안전선 앞으로 손을 뻗었다. 이병헌의 말을 숨죽여 귀담아 듣던 일본팬들로선 그가 떠나기 전 손이라도 잡아볼 생각으로 달려든 것.

이에 단상을 내려가던 이병헌은 일본팬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팬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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