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뒤 맑음..제21회 BIFF 영화의 바다로 출항(종합)

부산=전형화 기자,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10.0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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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소담 한효주 김의성 김동호 강수연 한예리 안성기 등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영화인들/사진=이동훈 기자


태풍은 지나갔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하루 전 들이닥친 태풍 피해를 뒤로 하고 성대한 막을 올렸다.


6일 오후 7시30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배우 설경구와 한효주의 사회로 열렸다. 보이콧 여파로 예년에 비해 레드카펫의 화려함은 줄었다. 그래도 개막식 사회를 맡은 설경구 한효주, 안성기, 김의성, 배종옥, 박소담, 한예리, 조민수 등의 배우와 김기덕 감독, 곽경택 감독, 정지영 감독, 이두용 감독 등 150여명의 감독과 배우 등이 부산영화제를 응원하기 위해 레드카펫에 올랐다.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 자율성 확보를 위해 2년 여간 갈등과 내홍을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여러 가지 새로워졌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시험대인 탓이다.

부산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맡아 오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정관 개정과 함께 민간 사단법인 이사회 체제로 다시 태어났다. 그 때문인지 서병수 부산시장은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은 건, 1회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아 개막 선언을 해왔기 때문.


서병수 부산시장은 올해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넘겼기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빙벨' 상영 이후 2년 여간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갈등을 빚었던 것을 고려하면, 서병수 시장의 불참은 의미심장하다.

그리하여 새로워진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는 개막선언을 아예 없앴다. 개막 선언과 함께 하늘을 수놓았던 불꽃놀이도 올해는 사라졌다.

개막식에서는 작고한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대신해 아들 아흐마드 키아로스타미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포럼 데지마주의 대표인 로랑스 에르즈베르그는 한국영화공로상을 받았다.

뒤이어 장률 감독의 흑백영화 '춘몽'이 개막작으로 첫 선을 보였다. 한 여자를 두고 벌어지는 세 남자의 독특한 사랑이야기이자 장률 감독의 첫 휴먼 코미디 영화. 한예리가 여주인공을 맡고 양익준, 윤종빈, 박정범 등 감독들이 배우로 의기투합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69개국에서 초청된 작품 301편이 상영된다. 성대한 성년식을 치른 지난해 75개국 304편과 엇비슷한 규모다. 불과 서너달 전까지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영화 및 게스트 라인업에서 프로그래머들의 노고와 열의가 묻어난다.

라인업에는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라라랜드', 일본에서 흥행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안노 히데아키와 히구치 신지의 '신 고질라', 17년 만에 돌아온 '블레어 위치', 드니 빌뇌브의 신작 '콘택트' 등 수많은 화제작들이 집결했다.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짐 자무쉬의 '패터슨', 자비에르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 등도 한국에 첫 선을 보인다.

'위플래쉬' 마일즈 텔러, '다크나이트'의 아론 에크하트, '곡성'의 쿠니무라 준을 비롯한 와타나베 켄, 오다기리 조, 아오이 유우 등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이야기하는 포럼, 이벤트도 의미를 더한다. 이창동-허우샤오시엔-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함께하는 특별대담이 관심을 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회고전과 클롬비아 영화 특별전도 눈여겨 볼 프로그램이다.

그래도 2년간의 상처는 이번 영화제에 깊게 새겨졌다.

2014년 부산시의 '다이빙벨' 상영 취소 요구 이후 영화제 흔들기가 이어진 가운데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해촉, 이후 정관 개정과 김동호 현 초대 이사장 취임 등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진통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조 등 4개 영화단체는 아직까지 부산영화제 보이콧을 풀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올해 한국영화 화제작 중 '아가씨'는 상영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오지 않는다. '부산행'과 '터널'은 끝내 출품을 고사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김영란법 시행 등과 맞물려 CJ,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등 대형 배급사들은 라인업 발표를 겸해 열었던 대형 파티를 열지 않는다.

영화제 개막 전날인 지난 5일 갑작스럽게 부산을 덮친 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해운대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오픈토크와 야외무대인사 등은 태풍 피해로 모두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된다. 해운대 백사장에 설치해 둔 비프빌리지 시설물이 태풍과 파도에 크게 훼손된 탓이다. 그럼에도 예정됐던 행사는 모두 차질 없이 진행된다. 그간의 부산영화제를 상징하는 듯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새로워지고 달라졌다. 없어진 것들과 새로워진 것들로 영화제의 화려함은 줄었지만, 오히려 영화를 즐긴다는 영화제 본연으로 돌아가는 전기가 될 수 있다.

과연 태풍이 지나가고 따뜻한 햇살을 받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새로운 시작을 알릴 수 있을지, 오는 15일 막을 내리면 확인할 수 있을 거것 같다. 김민종 최여진의 사회로 진행되는 폐막식에서는 이라크를 배경으로 한 후세인 하산의 '검은 바람'이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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