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불참·태풍·보이콧, 시험대 오른 BIFF 개막

지난 5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설치된 비프빌리지 야외무대가 제18호 태풍 차바(Chaba)로 인해 파손돼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태풍 뒤 맑음이 될 것인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 개막한다. 전날 태풍 영향으로 해운대 비프 빌리지가 무너지는 등 영화제를 앞두고 어수선했지만, 그 덕에 개막식 날씨는 어느 해보다 쾌청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시험대에 올랐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은 건, 1회 이래 처음이다.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아 개막 선언을 해왔기 때문.

서병수 부산시장은 올해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넘겼기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빙벨' 상영 이후 2년 여간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갈등을 빚었던 것을 고려하면, 서병수 시장의 불참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 자율성 확보를 위한 2년 가까운 갈등과 내홍을 봉합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 20회를 맞이해 열렸던 화려한 잔치와 비교해 내실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부산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맡아 오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정관 개정과 함께 민간 사단법인의 이사회 체제로 다시 태어났다.

69개국 301편이 상영, 75개국 304편이 상영된 지난해와 엇비슷하다. 불과 서너달 전까지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영화 및 게스트 라인업에서 프로그래머들의 노고와 열의가 묻어난다.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라라랜드', 일본에서 흥행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안노 히데아키와 히구치 신지의 '신 고질라', 17년 만에 돌아온 '블레어 위치', 드니 빌뇌브의 신작 '콘택트' 등 수많은 화제작들이 집결했다. '위플래쉬' 마일즈 텔러, '다크나이트'의 아론 에크하트, '곡성'의 쿠니무라 준을 비롯한 와타나베 켄, 오다기리 조 등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이야기하는 포럼을 위해 이창동-허우샤오시엔-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나섰다.

그럼에도 한국영화계의 보이콧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조 등 4개 영화단체는 아직까지 보이콧을 풀지 않았다. 때문에 '부산행' '터널' 등 올 화제작들이 출품을 거부, 올 부산영화제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분위기에 김영란법 시행 등과 맞물려 CJ,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등 대형 배급사들은 라인업 발표를 겸해 열었던 대형 파티를 열지 않는다.

김영란법 실행으로 그동안 영화제에서 숙박비 등을 지원했던 각 단체장들은 출장으로 올해 부산을 찾는다. 역시 달라진 풍경이 될 것 같다.

개막 전날인 영화제 개막 전날인 지난 5일 갑작스럽게 부산을 덮친 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해운대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오픈토크와 야외무대인사 등은 태풍 피해로 모두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된다. 미리 해운대 백사장에 설치해 둔 비프빌리지 시설물이 태풍과 파도에 크게 훼손된 탓이다. 그럼에도 영화제는 관련 행사를 장소를 옮겨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또 다른 상징이다.

설경구와 한효주의 사회로 열리는 개막식에는 올해 작고한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대신해 아들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다. 프랑스 포럼 데지마주의 대표인 로랑스 에르즈베르그는 한국영화공로상을 받는다. 뒤이어 장률 감독의 흑백영화 '춘몽'이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 10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다.

과연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시험대에 오른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떤 모습으로 영화축제를 이끌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