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했기에, 절실했기에 더 안타까운 박정음 부상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09.03 06:05 / 조회 : 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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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를 향한 간절한 손. 이미 당시 그의 왼쪽 새끼발가락은 골절된 상황이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이미 2루를 돈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을 터다. 왼쪽 발이 꺾였다. 팔은 힘차게 휘저었지만, 걸음걸이는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목적지인 3루를 앞에 두고 머리를 먼저 들이밀었다. 엉거주춤한 자세. 다친 왼쪽 발은 땅에 끌리지 않도록 힘주어 든 채로….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SK-넥센전. 넥센이 0-3으로 뒤진 1회말 선두타자 박정음이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후속 고종욱이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박정음이 스타트를 끊었다.

1루 주자 박정음은 한 베이스라도 더 가기 위해 전력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한 베이스 덜 주고, 한 베이스 더 가기'. 올 시즌 넥센의 모토다. 이를 악물고 뛰는 박정음. 그런데 2루를 돌던 순간 왼발을 접질렸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고통을 참은 채 3루까지 뛰고 또 뛰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전력 질주'였다.

3루에 도착한 뒤 그는 타임을 요청했다. 그리고 왼발을 양 손으로 움켜쥔 채 쓰러졌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결국 더 이상 경기에 뛸 수 없었다. 즉시 대주자 임병욱으로 교체됐다. 이어 간신히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은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후 상황은 긴박하게 전개됐다. 넥센 관계자로부터 박정음이 아이싱 후 인근 고대구로병원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얼마 후 검사 결과가 나왔다. 골절이었다. 새끼발가락 중족골(발바닥을 이루는 다섯 개의 뼈)이 골절됐다고 했다. 골절이라면 작은 부상이 아닐 터였다.

그리고 경기 종료를 얼마 안 남겨둔 8회. 김세현이 한창 불을 끄고 있을 때쯤. 안타까운 소식이 또 한 번 전해졌다. 박정음이 곧 수술에 들어갈 거라는 소식이었다. 수술이라면 시즌 아웃을 의미했다.

넥센 관계자는 "잠시 후인 밤 10시께 왼쪽 새끼발가락 중족골 핀 고정술을 받을 예정이다. 재활에는 8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계는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당초, 박정음은 3일 재검진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검진하려 했던 의사가 병원으로 바로 왔고, 수술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수술을 무사히 잘 끝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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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음.



박정음은 지난 2012년 4라운드 전체 40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성균관대학교 출신의 대졸 신인이다. 그러나 1군 데뷔의 길은 험난했다. 당시 이택근과 유한준을 비롯해 이성열, 문우람, 정수성, 장민석 등의 외야 자원이 버티고 있었다. 결국 그는 2013년 상무행을 택했다. 이어 2년 간 군복무 후 2015년 소속팀에 복귀했다. 그러나 불운이 또 그를 덮쳤다. 퓨처스리그 도중 스윙을 하다가 손목을 다친 것이다. 그해 7월 그는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넥센은 많은 전력 누수로 '꼴찌 후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보란 듯이 시즌 내내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고 있다. 염 감독은 그 배경으로 마무리 캠프 때 선수들의 '절실함'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그 절실함을 보인 선수들 중 한 명. 바로 박정음이다. 염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겨울, 일본 가고시마서 열린 마무리 캠프 때부터 박정음을 집중 조련했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서도 박정음은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그리고 2016년 마침내 처음으로 밟은 1군 무대. 박정음은 비록 체구는 작지만 빠른 발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올 시즌 넥센 발야구의 한 축을 맡았다. 특히, 타격 후 1루까지 이 악물고 뛰는 '전력 질주'는 절로 박수를 나오게 만들었다. 그는 누구보다 간절했고, 절실하게 뛰었다. 오로지 야구에만 집중했다. 올 시즌 98경기 출장, 타율 0.309(223타수 69안타), 45득점 26타점 4홈런 16도루 장타율 0.413, 출루율 0.395.

8주 진단이 나오면서 사실상 올 시즌 그의 전력 질주도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넥센에게는 가을야구가 남아 있다. 68승1무51패를 기록 중인 넥센은 4위 KIA와의 승차를 9경기까지 벌려놓으며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넥센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는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며 박정음의 조기 복기 가능성을 남겨놓았다. 이어진 관계자의 한 마디. "우리 선수들이 대부분 빨리 회복하는 편이에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 박정음이 부상을 딛고 가을에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8주라면, 넥센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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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질주' 박정음.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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