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란 김소현, 열 여배우 안부럽다(인터뷰)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 김현지 역 김소현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6.08.30 07:30 / 조회 : 2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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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소현 /사진제공=sidusHQ



배우 김소현(17)은 올해 데뷔 9년 차다.

포털 출연작 검색에서는 2007년 KBS 2TV '행복한 여자'와 MBC '케세라세라',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나온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김소현에게 "벌써 데뷔 10년 차"라고 했더니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행복한 여자'와 '케세라세라'는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단역으로 출연한 거예요(웃음).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데뷔작은 2008년 '전설의 고향-아가야 청산가자'(KBS 2TV)죠. '연기'란 걸 그때 처음으로 했으니까요."

열일곱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차분하다. 그 9년 사이 김소현은 29편의 드라마와 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다작(多作)이다. '김소현다운 연기'를 할 법도 한데, 이 열 일곱 여배우에겐 그런 건 없다. 매 작품이 새로운 김소현이다. 늘 새로운 모습, 새로운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김소현은 이번에도 '새로운 김소현'으로 시청자 호평을 받았다. 30일 종영하는 tvN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에서 김소현은 여주인공 현지 역을 맡아 귀신 그리고 인간으로 열연했다. 남자 주인공 봉팔 역 옥택연과 풋풋한 로맨스 연기도 펼쳤다. '싸우자 귀신아'를 보면서 느낀 건 "김소현 참 대단하다"였다. 어쩜 그렇게 매 작품마다 변신하는지, '아역'이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필요치 않아 보였다. '아역'이라는 단어로 김소현을 수식하기에는 그 연기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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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김소현에게 뻔한 질문이지만 "마지막 촬영이 어땠냐"고 물었다. '싸우자 귀신아'는 지난 27일 모든 촬영을 마쳤다.

"실감이 아직 안나요. 정말 행복하게 찍었어요. 후딱 시간이 지나간 버린 느낌이랄까요. 행복한 느낌이 커요.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정말 잘 맞았어요. 찍으면서, 이렇게 잘 맞는 분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죠.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박준화PD)이 그렇게 만들어주셨어요."

'싸우자 귀신아'는 제목 그대로 귀신 얘기다. 퇴마사인 봉팔이 귀신을 쫓는 가운데 억울하게 죽은 현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사실, 그 '귀신'이 너무 실감이 나 본방송 시간대(월~화요일 오후 11시)에 눈 뜨고 보기가 쉽지 않다. 기자 역시 한낮에 다시보기로 보다가 "헉!"하고 놀란 적이 적지 않았다. 무서운 걸 싫어하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욕할 수도 있는 '고퀄' 귀신이었다.

"촬영 할 때도 거의 화면에 나오는 것과 귀신들의 분장이 똑같아요. 익숙해져서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는데 한 번씩 어두운 데서 찍다가 방심하고 있는데 툭, 등장할 때가 있어요. 놀라서 소리 지른 적이 몇 번 있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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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에서 김소현은 옥택연과 '잦은' 키스신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소현을 좋아하는 남성팬이라면 시기나 질투가 적지 않았을 것.

"예전에 '보고싶다'(MBC, 2012) 때 (여)진구 오빠와 뽀뽀? 아니 입술을 부딪히는 걸 찍은 이후에 (키스신이) 처음이었어요. 사실,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감독님이 처음에는 아예 없던지 있어야 한두 번일 것이라 하셨거든요. 총 네 번 정도 나왔죠(웃음). (옥)택연 오빠가 걱정을 많이 했어요. 네 팬들 원성 사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요."

김소현은 "풋풋한 상황에서 예쁘게 보여진 장면이라서 부담은 없었다"며 "NG도 별로 없이 잘 마쳤다. 제가 웃어서 살짝 NG가 나기는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소현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어린, '아역배우'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내후년이면 어엿한 성인 연기자다.

"정말 좋은 타이밍에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이번 작품을 급하게 준비해서 들어가긴 했어요. 캐릭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어린 제가 막 24살로 등장하고 이랬으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이나 괴리감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 극중에서 19살이었잖아요. 귀신이었지만 점점 귀엽고 발랄한 모습도 보여드리고요(웃음). 시청자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어른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편안한 모습으로 저 김소현 이렇게 커가고 있습니다, 하고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김소현의 다작을 얘기했지만, 거의 모든 작품이 '성공작'으로 꼽힌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매 작품마다 김소현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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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소현 /사진제공=sidusHQ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해요. 최대한 노력을 하죠. 작품을 끝냈는데 아쉬운 점이 있잖아요. 그러면 다음 작품에서 꼭 그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을 보완하려고 해요.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연기 열정이 대단하다"며 "엄청난 노력파인 것 같다"고 했더니 "타고난 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웃은 뒤 "노력은 항상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야무진 소리를 했다.

이처럼 열심인 김소현은 외롭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1999년생 동갑내기로 김유정, 진지희가 있고 한 살 어린 김새론(2000년생), 한 살 많은 서신애(1998년생)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흔히 '라이벌'로 꼽히곤 한다.

"라이벌보다는 좋은 친구들이죠. 서로 다른 색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쟁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나이가 어리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분들과 경쟁을 할 거잖아요. 그 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오래 연기를 하고 싶어요."

김소현은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았다. 대신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에 집중하고, 연기할 때는 연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학창시절'이 없는 데 아쉽지 않냐는 물음에는 "현장에서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에게 배우는 게 적지 않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크게 아쉬움은 없어요. 학생들이 친구들하고 보낼 때 저는 어른들과 추억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크게 다를 건 없거든요. 대학은 아마 연기전공으로 진학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 나이까지 활동할 줄은 몰랐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때만 해도 고등학생이 되면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별로 없을 거라고 했거든요. 해봐야 누구 딸 같은 아역밖에 없을 거라고요. 그러니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나이가 되니 상황이 다르더라고요.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었고, 아직도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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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소현 /사진제공=sidusHQ


김소현은 연기 롤모델로 손예진과 김해숙을 꼽았다.

"롤모델은 사실, 되게 많아요(웃음). 너무 존경하는 분들이 많죠. 그중에서 꼽으라면 손예진 선배님, 김해숙 선생님이요. 김해숙 선생님은 예전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할 때 어머니로 나오셨어요. '수상한 가족'에도 나오시고요. 그런데 선생님이 나온 작품이 생각이 안 날 때가 있어요. 너무 역할에 몰입하셔서 캐릭터로만 기억되시는 거죠. 항상 밝은 웃음을 유지하시고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멋진 선생님이세요."

손예진은 "어릴 때부터 그냥 좋았다"고 했다. 영화 '덕혜옹주'에서 어린 덕혜 역을 맡아 손예진의 아역을 연기했던 김소현은 '리틀 손예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리틀 손예진'이라고 불러주셔서 감사하고 너무 좋아요. 손예진 선배님은 '덕혜옹주' 대본 리딩 할 때와 '쫑파티'할 때, 그리고 무대 인사할 때 뵀어요. 전 단지 아역이었을 뿐인데 연기 잘해줬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밥 한번 먹자고 하시면서요. 밥은, 아직 너무 바쁘신 것 같아요(웃음)."

김소현에게 스무 살 배우 김소현을 물었다.

"그냥 밝았으면 좋겠어요. 뭔가 세상에 치이고 그런 힘든 모습보다는 정말 사람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밝은 친구다, 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스무 살의 김소현이 기대되는 건 그 속에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밝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모습도 있고, 즐겁게 보이지만 한없이 슬픈 모습도 지녔다. 연기의 스펙트럼이 무궁무진해 보인다.

"감독님들이 제 눈을 보면 슬퍼 보인다고 하세요. 연기자로서 다양한 모습이 있으면 많은 작품을 할 수 있겠죠.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얘기가 많다. 제 역할을 해줄 믿음직스러운 20대 여배우가 없다 보니 30대 여배우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 그래서 김소현이 더욱 기대된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김소현은 어엿한 성인 연기자가 된다. 그때가 되면 열 여배우 안 부러운 '배우 김소현'으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김소현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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