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배 집행위원장 "BIFAN, 안 오면 안 되는 영화제로"(인터뷰)

부천(경기)=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7.29 07:01 / 조회 : 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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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용배 집행위원장 / 사진=이기범 기자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최용배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영화 '괴물'과 '26년'을 만든 영화사 청어람의 대표가 아직은 더 익숙했지만, 이미 적응을 마친 그는 폐막을 향해 가는 영화제 마무리에 여념이 없었다.

스무돌을 맞이한 올해 BIFAN은 지난해보다 85편이 늘어난 역대 최다 320편의 빵빵한 라인업으로 영화팬, 부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주요 화제작이 매진사례를 빚는 등 반응도 썩 괜찮은 편이다. 제작자 출신 집행위원장으로서 "마치 7월에 개봉하는 영화 한 편을 만들듯" 영화제에 맞는 사람을 꾸리고 여건을 조성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 영화제를 마무리해가는 지금은 벌써부터 내년 영화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는 중이었다. BIFAN을 꼭 가고싶은, 가야하는 영화제로 만들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서 첫 영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남은 기간 충실하게 잘 하고, 차질없이 진행해야겠다는 생각, 내년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임기 첫 해에 20주년을 이끌며 부담이 상당했을 것 같다. 영화제작자 출신 집행위원장으로서도 책임감이 있었을 터다.

▶해외에는 페스티벌디렉터라며 프로듀서 명함을 주는 사람이 꽤 많더라. 한국에선 제작자가 주요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는 게 처음이라 아무래도 부담감과 사명감이 있다. 영화제 일을 많이 했던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안 해본 사람이 신선하게 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소신껏 해 보라'고 용기를 주셨다. 영화를 만들 때 제작자는 작품에 참여할 실력있는 전문가들 중에 이 영화에 적합한 이들을 구성하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그게 제작자의 역할이라면 영화제에서도 7월에 개봉하는 영화를 만들듯 영화제에 어울리는 프로그래머를 갖추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보자 했다.

-BIFAN 집행위원장으로서 목표는 무엇이었나.

▶모든 영화제의 기본이겠으나 모토로 삼았던 것은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제'였다. 자문을 구하다 보니 좋은 영화를 선보이는 게 영화제의 살길이라는 결론이 났다. 어떤 영화를 선보이느냐가 영화제의 유일한 평가 기준일 것 같다. 이를 위해서도 프로그래머를 새로 영입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1월에 새 프로그래머들이 왔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 '갈 수 있는 곳에 다 가고 볼 수 있는 만큼 다 봐서 우선순위대로 초청하자'고 뜻을 모았다. 영화제의 방향에 대해서도 같이 논의했는데 마니아층을 만족시키고 시민들을 배려하자 하니 좋은 영화를 많이 가져오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적당한 편수로는 가족 관객은 너무한다고 하고, 마니아들은 영화제가 변질됐다고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볼거리가 충분해야 양쪽을 배려할 수 있다. 동시에 경쟁 섹션을 제외하고는 수위에 따라 레드와 블루로 구분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말이 쉽지 보통 일은 아니다. 그게 다 예산 아닌가.

▶'걱정마십시오' 하고 진행했다.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20회 영화제를 맞아 배려를 받았고 도비, 국비, 시 예산이 늘어나 총 47억원, 지난해보다 약 8억원의 예산이 늘었다. 20회라는 상징성을 감안해주신 것이다.

-정지영 감독도 조직위원장으로 힘을 합쳤다.

▶동시에 목표로 한 게 영화인이 만드는 영화제였다. 그건 정지영 감독님이 조직위원장을 맡으시면서 그 출발이 됐다. 영화제가 영화인에게 유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제 예산 일부가 영화발전기금에서 나오지 않나. 좀 더 구체적으로 영화인들에게 되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해야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그램이 그랬나.

▶예를 들면 올해 개최한 시나리오 쇼케이스가 있다. 표준계약서가 일반화되며 오리지널 작가의 저작권이 보호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작가라면 오리지널을 쓰고 싶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해서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한 페이지로 정리한 제안서를 받아 5편을 선정하는 거다. 1장짜리 기획을 20페이지로 만들어가는 데 500만 원씩을 지원한다. 동시에 그걸 영화제 기간에 발표해 제작, 투자까지 연결시키는 거다. 내년에는 10편으로 늘리고, 20페이지짜리 기획을 또 어떻게 발전시킬지, 거기서 같이 할 게 있는지를 찾아가려고 한다. SF판타스틱 포럼도 부활했다. 이제 '부산행'이 좀비도 하고 '곡성''검은 사제들'이 오컬트도 했다. 유일하게 한국영화가 확장하지 못한 장르가 SF가 아닌가 한다. 트렌드를 공부하고 알아가는 거다. 내년엔 한국연예매니지협회와 연계해 한국영화 오디션을 해보려고 한다. 배우 입장에선 그 영화에 캐스팅되지 않더라도 다른 감독들의 눈에 띌 수 있고, 다른 제작자나 감독 입장에서도 그 자리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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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용배 집행위원장 / 사진=이기범 기자


-올해 영화제 초청작을 관객의 편의에 맞춰 레드/블루/패밀리존으로 구분한 점도 그렇고 프로그램들이 구체적이고 깨알같다.

▶영화제를 처음 하다보니 모르는 게 많다. '영화제는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넘어가는 대신 '왜'라는 질문과 함께 짚어보게 됐다. 정지영 감독님이 가세하셨는데 굉장히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신다. 왜 이렇게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하꿔가면 좋을 것 같다. 그것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의 장점인 것도 같고.

-이른바 과거사 청산이랄까. 12년 전 해촉 논란을 빚었던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에게 공로상을 수여한 개막식이 퍽 의미심장했다.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편인데도 그것이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잘 몰랐다. 그일 이후 아직도 부천을 보이콧하고 안 오시는 분들이 있는 거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여러 논의를 거쳤고, 지금의 영화제를 책임지고 있는 조직위원장이 당시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이 맞다, 부당한 해촉을 당한 당사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다행히 총회에서 그것이 의결됐고, 다음날 김홍준 감독님께 그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며 참석을 부탁했다. '배려에 감사하다. 참석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그 전에 마침 감사하게도 과거 부천과 함께했던 김영빈 프로그래머가 우리 공모에 딱 응해줬다. 기운이 있었던 게 아닐까.(웃음)

-정상화 노력 중인 부산국제영화제와 여러 모로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제를 하는 입장에서 언급하기 민감한 부분도 없진 않다. 하지만 우리가 부산영화제와 경쟁하는 관계는 아니니까. 경쟁이라니 무슨.

제가 영화제로부터 제안을 받고 하기로 한 게 지난 11월이다. 당시 부산영화제 쪽이 한창 시끄러웠다. 제가 이 일을 맡기로 결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월 과거 청산, 명예 회복 등을 비교적 매끈하게 수습할 수 있었고, 영화인들이 책임감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지영 감독님이 당시 부조직위원장이 되셨다. 조직위원장이 되신 건 김만수 부천시장(현 명예조직위원장)의 이상과 같은 모습이다. 저희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조직위원장을 줄곧 맡긴 했지만 당연직은 아니었다. 그렇게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

이런 면도 있는 것 같다. 부산영화제 상황을 겪으며 영화제가 참 소중한 자산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동시에 부천영화제도 전주영화제도 소중하다는 게 환기가 되는 거다. 지난 전주영화제에 갔을 때 영화인들을 보며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부산영화제가 지혜롭게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 생가한다. 다행히 부천영화제가 영화인들이 해나갈 수 있게 됐고 앞으로도 모범적인 영화제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 처음 영화제가 만들어졌을 때처럼 설렘을 느끼고 지금에 맞는 방식으로 영화 산업에 또 부천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올해 BIFAN의 최고 화제작은 뭘까.

▶뭐니뭐니해도 폐막작 '서울역'이다. '부산행'이 잘 돼 더 관심이 뜨겁다. 개막작인 '캡틴 판타스틱'도 관심을 받았다. '다이빙벨'을 만든 이상호 감독의 '일어나 김광석'도 있다. 국제영화제의 중요 역할 중 하나가 한국영화를 알리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올해 신설한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부문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 해외에서 온 심사위원들이 영화들이 좋다고들 하셨는데, 우리가 발견한 영화들이 우리를 통해서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상금도 늘려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다. '그 섹션에 들어가면 괜찮다' 하는 섹션을 만들려 한다.

-영화제가 중반을 넘겨 폐막을 향해 가고 있는데.

▶기분 좋은 점도 있고 반성도 많이 한다. 의도대로 안 되는 것도 있고 몰랐던 것도 있다. 이런 게 잘 해결되면 영화제가 업그레이드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전투력이 막 생긴다. 영화나 게스트를 초청하며 거절도 많이 당했는데, BIFAN을 '꼭 오고 싶은 영화제, 안 오면 안 되는 영화제'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싶다.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영화제를 통해 게스트와 시민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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