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족 소녀 차오루의 10년 한국 적응기(인터뷰①)

걸그룹 피에스타 차오루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5.12.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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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스타 차오루 /사진=임성균 기자


"앗, 또 지나쳤네."

걸그룹 피에스타 매니저는 스케줄 이동 중 고속도로를 돌아간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했다. 길을 몰라서가 아니다. 차오루의 쉼 없는 입담에 맞장구를 쳐주다 나들목을 지나쳐 버린 것. 차오루는 "제가 말이 많기는 많은 것 같다"며 웃었다.


차오루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 거침없는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다. '가나다'를 '하파타'식으로 거꾸로 빠르게 외워 놀라게 했고, MC 김구라에게 "바보야"라고 하는 등 '겁 없는' 멘트로 웃음을 안겼다. 또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묘족' 출신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방송 직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차오루를 만났다. 기자에게 차오루 인터뷰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 당시 새 앨범 발매 당시 피에스타 멤버들 전체를 인터뷰했는데 당시에도 차오루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가 흥미를 돋웠다. 피에스타의 맏언니 차오루는 그때 "피에스타란 이름이 꼭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9개월이 흘렀고, 래퍼 예지가 엠넷 '언프리티랩스타'를 통해 피에스타의 이름을 크게 알렸고, 차오루 역시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이번에 '라디오스타'로 홈런을 쳤다.

9개월 만에 만난 차오루의 한국어는 여전했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외국인 한국어' 느낌은 아니다. 뭔가 정겹고, 뭔가 진솔하게 느껴진다. 가장 중요한 건 열심히 하려 한다는 것. 어떤 질문에도 진심을 다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뜻이 어색하게 전달된 것 같으면 또 설명한다. 차오루는 1시간의 인터뷰 동안 정말 쉬지 않고 얘기를 이어갔다.


피에스타는 이번에 꿈 하나를 이뤘다. 바로 중국 진출이다. 중국인 멤버가 있음에도 데뷔 4년 동안 중국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피에스타는 오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현지 팬미팅 행사를 연다. 중국인 차오루에게는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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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스타 차오루 /사진=임성균 기자


◆묘족 소녀 차오루 "한국어, 중국어, 후난 사투리 2개..4개 국어 가능"

"중국은 처음이에요. 떨려요. 정말 열심히 해서 예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리 예쁜 동생들 중국분들에게 더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하나 아쉬운 게 중국 학생들이 요즘 시험기간이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친구들이 못 와서 아쉬워요."

차오루는 이번 행사에서 중국인 MC를 도와 통역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 스스로는 '4개 국어'를 할 줄 안다고 했다.

"고향은 후난성(호남성)이에요. 사투리를 쓰죠. 근데 학교에서는 표준어(베이징어)를 배웠어요. 엄마, 아빠는 같은 후난성 출신인데 엄마는 후난성 북서부 장자제(張家界), 아빠는 후난성 서부 샹시(湘西)라 또 말이 조금 달라요. 제 이름 차오루도 표준어로는 차오루인데, 엄마는 철루, 아빠는 줘루 식으로 발음이 다르니까요. 부부니까 이제는 말이 서로 섞여 있죠. 저는 두 사투리 모두를 알고요. 그 덕에 저는 한국어, 베이징어, 후난 사투리 2개를 할 수 있으니 4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셈이죠. 하하."

차오루는 묘족(苗族 , Miao) 출신이다. 중국 56개 민족 중 하나로, 총 인구는 894만명 정도다. 인구수로는 소수민족 중 4위 안에 든다.

"묘족 출신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은 아마 저 1명일 거예요. 중국어로는 먀오주라고 하는데 한족 출신들은 많이 봤는데 묘족은 아직 못 봤어요.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같이 놀 수 있으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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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스타 차오루 /사진=임성균 기자


◆차오루, 꿈을 안고 한국으로

차오루를 우리식 한자로 쓰면 '조로'( 曹璐)다. 우리가 익히 아는 '삼국지' 속 조조(曹操)와 같은 성씨다. 로는 아름다울 옥 로 자를 쓴다. 어릴 적 후난성에 살다 고교시절 베이징으로 이사해 예술고등학교를 다녔다. 고교 시절 가수로 데뷔, 가수로 1년 정도 활동했다. 이때 CCTV 신인상을 받는 등 나름 기대주로 꼽혔다. 그러다 관뒀다. 부모님이 "너는 어리니까 지금은 공부를 하는 게 맞다. 연예활동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얘기해 이 착한 장녀는 부모님의 말을 따랐다. 당시 중국에서 활동하던 장나라와 같은 소속사였는데 장나라를 통해 한국의 중앙대를 알게 됐고,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좋아했던 것도 한국으로 유학 온 이유 중 하나였어요."

차오루는 지난 2006년 8월 31일 한국에 왔다. 차오루는 "피에스타가 2012년 8월 31일 데뷔했는데 날짜가 같은 걸 보니 운명인가 보다"라며 웃었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 게 한국어 배우기였다. 어학원에 입학해 '무려' 2년간 수업을 들었다.

"한국에 오기 전 알고 있는 한국어라고는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사랑해요. 오빠, 언니 정도였어요. 보통 친구들은 1년이면 어학원을 마치던데 저는 2년 동안 연수받았어요. 머리가 안 좋은가 봐요(웃음). 처음 3개월은 정말 '빡세게' 배웠어요. 오전, 오후반이 있었는데 둘 다 들으며 하루 8시간을 공부했어요. 쇼핑할 때도 틀려도 막 한국어를 썼어요. 저는 얼굴에 철판을 깔아서 한국어 틀리는 데 부끄러움이 없거든요. 밤에 잘 때는 한국 드라마를 틀어놓고 잤고요."

차오루 "섭섭하다, 시원섭섭하다 무슨 차이죠?"(인터뷰②)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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