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내내 영광.. K리그 계속 지켜볼 것" (일문일답)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12.08 15:56 / 조회 : 4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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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5 송년 기자단 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 받을 때부터 영광.. K리그 내년에도 계속해서 지켜 보겠다"

슈틸리케 감독이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내년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송년 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후 약 1년 4개월 동안 대표팀과 함께했다. 첫 심판대는 호주 아시안컵. 대표팀은 올 1월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에 패배,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어 지난 8월 중국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는 1승 2무의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울러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순항을 하고 있다. 미얀마, 라오스, 레바논, 쿠웨이트와 한 조(G조)에 속한 한국은 6승 무패, 무실점 전승을 달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허심탄회하게 취재진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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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뉴스1



-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인사말

지난해 9월 부임 후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했다. 14개월을 돌이켜보면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항상 저와 함께하는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열심히 한 것이다. 또 운동장 밖에서도 좋은 태도를 보여줬다. 이 두 가지가 모두 함께여서 더 좋았던 한 해였던 것 같다.

- 이제 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어렸을 때 내가 축구 선수가 될지 감독이 될지 전혀 몰랐다. 누구나처럼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 이 자리에 올 때까지 노력도 많이 했고 운도 따라준 부분이 있다. 항상 내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했는지 잊지 않고 살았다. 주위 사람을 항상 챙기려 한 부분도 있다.

사실, 음식에 적응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 이제는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파주NFC에서 나를 위한 특별한 음식들을 준비해줬다. 1주일 동안 그렇게 먹은 뒤 다른 한국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 이젠 잘 적응이 됐다. 중요한 건 외국인으로서 타국 생활을 할 때 현지인이 해주는 걸 기대하기보다는 본인의 적응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외국 생활을 많이 해 한국 생활에 점차 적응을 하고 있다.

- 한국 음식은 입에 맞는가

개인적으로 자주 찾는 게 숯불구이다. 한국 어디를 가나 고깃집은 맛있다. 특히, 한우가 워낙 맛있어서 즐겨 먹는 편이다. 사실 메뉴보다는 중요한 게 누구와 함께하느냐. 또 무엇과 함께 먹는가. 물과 같이 먹으면 맛이 없고 맥주, 또는 와인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

- 주로 보는 해외 특정 리그와 팀이 있는가.

국내 거주하고 있어 국내 방송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내 방송사에서 중계하는 리그는 우리 선수들이 활동하는 리그다. 스완지나 토트넘 등이 그렇다. 아우크스부르크도 마찬가지다. 중계 경기 외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분석 업체가 있다. 이 업체에서는 우리나라서 중계되지 않는 많은 영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있다. 그런 것들을 통해 다른 팀들을 보기도 한다.

-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있나

응원하는 팀이라기보다는 최근 2,3년 행보를 보더라도 FC바르셀로나가 확실히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가 봐도 그럴 것이다. 예전 과르디올라 감독이 팀을 맡았을 때부터 수준이 올라온 뒤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런 바르샤 축구를 본다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을 거라 본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레알이나 맨유 등 좋은 팀들이 많다. 그러나 그런 팀들이 바르샤와 차별화되는 것은 때로는 슬럼프나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바르샤는 기복이 없고 참 꾸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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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뉴스1



- 월드컵 최종예선에 대한 준비는

올해 보여줬던 좋은 모습이나 기록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이 생겼다 본다. 이걸 바탕으로 내년에 더 강팀들을 상대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쌓아놓은 좋은 것들을 바탕으로 좋은 경기를 해야 할 것이다. 올해와 같은 강한 정신력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볼 점유율이나 코너킥 횟수, 득점 기회 등을 많이 기록했는데, 상대가 강팀이라고 이런 점들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이란이나 일본과 경기를 한다고 했을 때, 라오스나 미얀마전처럼 70~80%의 볼 점유율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수비 라인을 올리고 전방부터 압박하고, 볼을 오래 갖고 경기를 지배하는 것 등의 철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또 수비의 경우 2가지가 있다. 단순히 실점을 막기 위해 골문을 지키는 것과 볼 소유권을 회복하는 것이 있다. 후자의 철학을 갖고 수비를 하면, 볼을 빼앗으면서 빌드업을 중시하게 된다. 이런 것들을 대표팀서 추구하고 있고 상대가 누구이건 간에 유지해야 한다.

- 해외파 출전 시간에 대한 기용 여부는

다소 지금 답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 사실 그때마다 지도자가 판단을 해야 하는 면이 있다. 중요한 건 유럽리그서 뛰는데 경기에 자주 나오지 못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국내서 매 경기에 나오는 선수가 있다. 그런데 유럽서 못 뛴 선수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국내에 있어야 대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매 경기 국내서 다 뛴다고 하더라도, 지도자가 보기에 대표팀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뛰어난 기량을 갖추어야하는데, 그걸 갖추지 못했다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실력이나 기술을 갖춘 선수를 뽑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청용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고 개별적인 면담을 했다. 크리스탈 팰리스서 주전 자리를 꿰차는데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특별히 본인 상황을 고려해서 경기에 나가게 되면 실수를 해선 안 된다. 대표팀에 올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한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힘든 부분이 있다.

2015년의 경우 45명이 출전 시간을 부여받아 뛰었다. 주전이니 후보니 하는 것보다 먼저 팀이 하나였던 게 중요했다.

-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 감독직을 제의받았을 때부터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대회 성적이 좋으면 그에 따른 희열과 만족감이 따른다.

- K리그를 내년에도 자주 볼 생각인가. 또 K리그의 발전에 대한 생각은

우선, 내년에도 똑같이 K리그를 찾을 것이다. 대표팀 감독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고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많은 선수를 봐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항상 경기장에 있을 것이다. 재능있고 실력을 갖춘 선수가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야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해외파만 챙겨 보면 국내와의 비교가 불가능하다.

유럽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를 들자면 우선 내 경우 어렸을 때부터 클럽 시스템을 통해 성장해왔다. 국내는 학원 축구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문제로, 기업 구단 혹은 시도민 구단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구단의 실질 운영 주체가 축구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와 더불어 올해 느낀 점이 외국인 선수 문제다. 용병으로 영입했는데 절반도 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들도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결정권을 갖고 있어 생기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아울러 많은 경기장의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못했다. 재단이나 경기장 관리 주체가 축구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부족한지 여실하게 드러난 거라 본다.

또 관중수가 적다.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전북 정도라 본다. 그 외 많은 구단이 투자를 줄이고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모든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제대로 축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구단과 지역 간 활동이 부족한 면이 있다.

끝으로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및 하부 리그 간의 통합적인 승강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잘못 이해할 수도 있지만 팀이 강등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손해를 입어서인지, 기타 여러 이유 때문에 승강제가 구축이 잘 안 됐다고 본다. 진작에 자리 잡았어야 하는 부분이다.

만약 삼성이나 현대 또는 성남시가 축구단 운영을 포기한다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때 물음표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고민이 많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아시아 국가들과의 비교보다는 세계적인 축구 흐름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 모방이 아니라, 잘 보고 배우면서 어떻게 우리 것으로 만들지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본다.

- 한국 축구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인가.

전 대표팀 감독들에 대한 업적, 그리고 그들에 대해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이든 대표팀에서 최선을 다했을 거라 본다. 우리가 좀 더 확신을 갖고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자신감 있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본다.

올해 20번 경기를 해서 16번 이기고 단, 한 번밖에 안 졌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팬들의 기대치도 점점 높아질 것이다. 또 패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도 가질 수 있다. 내년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게 목표이며, 내년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 '큰 만족감' 그리고 '선수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로 선수들이 많은 것을 해줬다.

-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내년에도 우리의 철학과 플레이를 유지하고 경기를 잘해나가야 할 것이다. 좀 더 젊은 선수들이 도약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올해 같은 경우, 이재성이 가장 좋은 예라고 하겠다. 계속 지켜봤지만, 많은 활동량과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재성이 뛰는 포지션의 경우, 많은 활동량뿐만 아니라 좋은 득점 기회 및 어시스트 등 기록으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공격적인 부분의 능력이 더욱 배가 돼 위협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독일인이고 유럽서 오랫동안 생활했다. 크리스마스가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지난 1년을 돌이켜보고 평화를 기원하며 좋은 관계를 기원한다. 난 항상 '왜 크리스마스가 돼야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나'라는 생각을 했다. 또 세계적으로 테러 위협이 큰데 내년에도 아무 위험 없이 좋은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이런 게 축구보다 더 중요한 거라 본다. 아무 탈 없이 좋은 모습으로 건강하게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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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이 기자단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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